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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항으로 여행갈 수 있는 신기루 도시 라스베이거스

2023.07.02전희란

청춘의 영원, 라스베이거스.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영화 <Elvis>를 다시 본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오스틴 버틀러의 구운 마시멜로 같은 목소리에 취했는지, 톰 행크스가 분한 파커 대령의 지독하고 졸렬한 수작에 성이 잔뜩 났는지 <Elvis> 배경의 대부분이 라스베이거스인 건 까맣게 잊고 있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영화 속 엘비스가 점점 죽음에 다다를 동안 비행기는 라스베이거스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엘비스는 떠났지만, 라스베이거스는 늘 누군가의 전성기를 기록하는 도시다. 그 어떤 분야의 ‘Hottest’라면 누구라도 이곳에 모인다. 가장 잘나가는 뮤지션, 가장 핫한 공연, 가장 유명한 셰프, 가장 실력이 뛰어난 곡예가들이 저마다의 무대에서 각자의 무기로 연주한다. 브루노 마스, 케이티 페리처럼 내한만 하면 ‘떼창’을 보장하는 당대 가장 뜨거운 아티스트의 공연이 이곳에서는 일상처럼, 숨 쉬듯 벌어진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라스베이거스를 여행한 적이 있기에 팬데믹 전후의 도시를 살피는 일은 더 흥미롭게 감지되었다.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있을까 싶은 당대 톱 아티스트가 공백기 후 그 전의 성과를 가뿐히 뛰어넘는 일이 드물게 일어나듯, 이 도시도 과연 그랬다. 라스베이거스를 대표하던 기존의 클래식 호텔은 리노베이션을 거치면서 시대에 맞게 진화했고, 그러는 동안 새로운 호텔, 레스토랑, 바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아무래도 이 도시에서는 무엇이 새로운가보다 무엇이 새롭지 않은지를 찾는 게 더 쉬울 것 같다. 지난 몇 년 동안 AREA 15, 리조트 월드 같은 굵직한 랜드마크가 여럿 들어섰고, 지금 막바지 공사를 하고 있는 거대한 규모의 공연장 ‘MSG 스피어’는 9월 U2의 공연을 시작으로 데뷔할 예정이다. 오는 11월 도심 한복판에서 건물 사이사이를 달리는 아찔한 F1 경기를 열기 위해 도로 곳곳에는 ‘공사중’ 표지판이 붙어 있다. 이 도시에서 벌어진, 벌어질 일들을 들을 때마다 자꾸 묻게 된다. “그런 미친 짓이 가능해?”, “예스, 오브 코스, 와이 낫?” 이곳이라면 누구라도 응당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인생은 놀이공원과 같아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놀이공원에 가는 게 아니에요. 놀이기구를 타러 가는 거죠.” 언젠가 읽은 어느 작가의 말이 이 도시에 오니 불현듯 다시 떠올랐다. 태생부터 놀이를 사랑하는 인간이라면, 이곳에 와서 마음 한편에 꼬깃꼬깃 접어두었던 욕망과 탐욕을 죄책감없이 펴기를 바란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테마파크 같은 이곳에선 무엇이든 가능하고, 무엇이든 꿈꿀 수 있으니까. 그것이 어쩌면 사막 위에 피어난 라스베이거스의 애초 목적일지도 모르니까. “도시의 온도가 100도(화씨) 아래로 떨어지는 일이 별로 없죠.”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MGM 홍보 담당자의 말에서 도시의 물리적 온도가 어쩌면 도시의 열기와도 비례하는 건 아닐까, 상상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인천에서 라스베이거스 직항이 주 4회 운항한다는 것도 여행의 맛을 돋운다. 신기루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신기루 같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네바다 사막에서 들었던 컬처 클럽의 ‘Miss me blind’를 재생했다. 선명한 오렌지 티셔츠를 입은 드라이버 마이클이 현란한 손가락 춤을 추던 그 순간의 그루브는 철들지 않는 이 도시의 한 장면을 캡처한 것 같았다. 라스베이거스는 그렇게 모래처럼 빛나는 순간들로 세포 속에 지금도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