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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부터 지프까지 여름에 타기 좋은 오픈카 4

2023.07.04신기호

7월의 태양 아래 모두 열고서.

포르쉐 911 카레라 GTS 카브리올레

이런 계절에는 잔뜩 화가 난 태양이라도 기꺼이 두 팔 벌려 맞아야지. 길고평평한 보닛과 날카롭게 깎이는 윈드 스크린, 뒤로 갈수록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루프 라인까지, 검은색 패브릭 후드를 열자 911의 우아한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래로는 단조 합금으로 제작한 커다란 검은색 휠이 파란색 차체를 거뜬하게 떠받치고 있고, 그 안에서는 같은 색의 알루미늄 고정식 브레이크 캘리퍼가 디스크를 단단히 붙잡는다. GTS가 가진 3.0리터, 트윈 터보 6기통 엔진의 출력을 떠올려보면 배기관이 드럼처럼 요동치며 투우장의 소처럼 박차고 튀어나갈 911의 순간이 어느 틈에 그려진다. 시속 50킬로미터에서 단 12초. 적어도 루프가 다시 닫히는 그때까진 들썩이는 엔진을 달래야 하겠지만.

렉서스 LC500 컨버터블

LC500 컨버터블은 렉서스의 플래그십 럭셔리 쿠페 모델, LC의 컨버터블 버전 이다. 형태는 LC 쿠페의 날렵한 실루엣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여기에 소프트 톱 루프만 새로 설계한 모습인데, 놀라운 점은 덮여 있던 프레임을 걷어낸 것만으로도 완연히 다른 개성을 실현했다는 것. 그런 소프트 톱의 개폐 메커니즘은 총 3단계다. 서예에서 모티프를 얻은 덕분에 후드는 끊김없는 움직임으로 리듬감있게 여닫힌다. 무엇보다 시속 50킬로미터 이하 속도에서 단 15초면 시원한 하늘을 볼 수 있다. 이때부턴 5.0리터, 자연 흡기 V8 엔진의 박진감 넘치는 배기음을 제대로 들어볼 차례. 물론 오픈 톱 주행에서도 효과적인 노이즈 캔슬링을 지원하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기능만 실행하면 LC500 컨버터블의 오픈 에어 드라이빙은 짜릿한 주행에서 잠잠한 감상으로 운전자에게 또 다른 장르를 제안한다.

비엠더블유 Z4 sDrive20i

2인승의 콤팩트한 크기에 비해 앞으로 더 길게 빠진 보닛, 휠 아치를 감싸며 뻗는 역동적인 캐릭터 라인, 자연스럽게 내려앉은 검은색 소프트 톱, 이 모두가 BMW를 대표하는 컨버터블 모델 Z4의 디자인 특징이다. 소프트 톱을 열고 위에서 바라보면 가부좌를 틀고 더 깊게 내려앉은 시트가 돋보이는데, 이를 등받이부터 솟아오르는 헤드레스트까지 연결해 하나로 보면, 전형적인 스포츠카의 시트 포지션 형태. 덕분에 운전자는 주행 환경과 관계없이 깊고 낮게 앉아 안정적인 조향의 재미를 느껴볼 수 있다. 시트만이 아니다. M 스포츠 디퍼렌셜로 명명된 메커니즘은 빠른 코너링과 끈끈한 접지력, 앞뒤 토크의 조절을 통해 상황에 따른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한다. 으르렁대는 1백97마력의 출력을 온전히 느껴보고 싶다면 소프트 톱을 활짝 열어보길. 단 10초면 웅장한 배기음은 물론 머리카락을 스치는 기분좋은 에어링까지 모두 느껴볼 수 있을 테니까.

지프 루비콘 랭글러

두꺼운 하드톱을 뚝 떼어내고 달리는 랭글러 특유의 감성도 좋지만, 커튼처럼 천천히 접히는 스카이 원터치 파워톱도 매력적이다. 버튼 하나로 액자처럼 네모난 랭글러의 하늘을 단 20초면 볼 수 있고, 뒤쪽 창문까지 떼어내면 더 쾌적한 개방감까지 누릴 수 있으니까. 덕분에 커다란 4개의 문을 떼어낸 것도 모자라 앞 유리까지 젖혀 열고 달리던 오프로드의 현장감을 어느 정도는 느껴볼 수 있다. 높은 전고와 긴 전장, 쇳덩이로 짜인 듯한 육중한 몸집 탓에 랭글러의 모습을 한눈에 담는 건 흔치않은 일이다. 위에서 바라본 랭글어의 모습이 낯선 건 그런 이유에서. 루프를 열고 있는 모습은 생각보다 단정하고, 나란하게 나눠 가진 1열과 2열의 공간은 어떻게 보면 귀엽기도 해서 달리 보이는 지금의 모습이 퍽 새롭다. 물론 가까이서 보면 18인치 알루미늄 휠만 하더라도 압도적일 테지만.

포토그래퍼
김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