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사이의 다툼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지만 그중 함께 있지 않을 때, 특히 카톡에서의 싸움은 심리전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있던 정 없던 정 다 떨어지게 만드는 연인의 말.
“뭐가 미안해?”
이 문장을 보고 머리를 쥐어 잡으며 소리를 질렀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연인의 숨통을 막히게 하는 대표적인 한 마디로 다툴 때 빠질 수 없는 단골 멘트이기도 하다. 사실 질문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로 뭐가 미안한 건지 제대로 알고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묻는 것이다. 그러나 대답해야 하는 입장에선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는데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묻는 것 자체에 정이 떨어질 수 있다.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질문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 육하원칙으로 대답하지 않는다면 다툼의 무한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나도 이제 지친다”
얼굴은 보고 있지 않지만 저절로 한숨 쉬며 세상 다 살았다는 표정이 눈에 그려진다. 나아가 ‘너 사람 지치게 한다’, ‘질린다’, ‘지겹다’ 등 뒤에 다음 오는 말은 안 들어도 뻔한 것이 아닐까? 헤어짐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말로 이제는 정말 이별이 다가왔다는 것을 직감하게 하는 한 마디이기도 하다. 다툼의 끝을 이별로 장식하고 싶다면 이 한 마디를 써보도록 하자. 군데군데 붙어있었던 정들이 실망감과 함께 우수수 떨어져 버릴 테니.
“몰라도 돼”
‘나 사랑하는 거 맞니?’라고 반문하고 싶은 한 마디다. 물론 연인 사이의 적정선의 사생활은 보장되어야 하는 게 맞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차갑고 날카롭게 말할 필요가 있을까? 마치 남인 양 이야기하는 연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정과 함께 눈물이 뚝뚝 떨어질지도 모른다. 이제는 다툼의 원인에서 벗어서 이런 말을 했다는 것 자체로 또 다른 다툼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르는 유형이다.
“됐어”
도대체 뭐가 됐다는 건지. 제대로 문제를 해결해 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이 상황을 모면하려는 태도에 정떨어지는 경우다. 연인끼리 다투는 유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해 근본적인 것부터 해결하려 드는 유형과 그렇지 않은 유형. 여기서 ‘됐어’의 경우에는 후자의 가까운 유형으로 다툼의 원인을 해결해 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체념하고 단념하는 것이 주특기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쌓이다 보면 언젠가 곯아 터져버릴 문제들을 당장의 스트레스 때문에 외면하는 이들에겐 관계를 오랫동안 지속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뭐?”
도대체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말문을 막힌다. 네가 화를 내든 짜증을 내든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일명 ‘배 째라’식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사랑하는, 혹은 사랑했던 상대에게 이러한 말을 했다는 것 자체로 이미 정이 뚝 떨어진다. 과거에 세상 다정했던 연인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얼음처럼 차가워진 모습으로 ‘그래서 뭐?’라고 묻는 연인을 볼 때면, 내가 알던 그 사람의 모습이 아닌 것 같아 저절로 거리감이 느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