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장인 정신으로 지은 수트.
태양의 도시 나폴리의 시내를 지나 조금 한적한 곳으로 이동하면 키톤의 본사와 아틀리에가 나타난다. 1968년 최고의 수트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창립자 치로 파오네가 이곳에 키톤을 만들었고, 테일러링과 장인 정신을 브랜드의 키워드로 삼았다.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트에 대한 명성과 자부심을 유지하는 그들의 비밀이 궁금해 본사에 직접 방문해 봤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키톤의 모든 수트의 기초가 되는 패브릭이었다. 빼곡하게 쌓인 원단의 양은 가히 압도적이었으며, 다른 브랜드에서는 볼 수 없는 키톤만을 위해 제작한 원단들이 주를 이루었다. 부드럽고 가벼운 고급 패브릭 비쿠냐를 이용한 다양한 원단, 입은 것도 모를 정도로 얇은 울 패브릭이 인상 깊었다. 원단 보관소를 지나 재킷을 만드는 아틀리에로 향했다. 키톤의 수트 한 벌을 만드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무려 25시간. 모든 공정 과정이 350여 명의 장인의 손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패턴과 도면 작업, 다림질, 단추 달기 등 각 부문별로 장인이 존재하고, 지퍼와 단추 같은 부자재도 직접 만든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이 함께한다는 것이다. 매일 만들 수 있는 양도 100여 벌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키톤은 나폴리 특유의 과감하고 다양한 컬러 팔레트와 실크, 리넨, 코튼, 레더, 울 등 우수한 품질의 독점 원단을 바탕으로 수트의 우아함과 정밀함, 지속성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옷들이 범람하는 시대에 키톤의 고집스러운 장인 정신을 바라보고 있자니 패션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들의 전통과 장인 정신을 느끼고 싶다면 마침 올봄에 문을 연 키톤의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방문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