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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이강인이 뮌헨과 파리 생제르망을 선택한 이유

2023.08.03신기호

2023 영입 경쟁.

글 / 홍재민(축구 전문 기자)

유럽 축구의 2022-23시즌은 상징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 드디어 시장이 활력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2022년 2월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적 시장에 뜻밖의 활기를 불어넣었다. 러시아 리그 소속자들의 엑소더스, 올리가르히와 미국 및 중동 자본의 바통 터치가 이루어지면서 활황이 벌어졌다. 시즌 도중 열린 카타르 월드컵은 선수들의 몸값 상승을 부추겼다.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은 2022년 여름에 3조 8백40억원, 2023년 1월에 1조 2천3백39억원을 각각 뿌리면서 재능들을 쇼핑했다. 그래, 바로 이 맛이다.

국내 팬들의 최대 관심사는 김민재(26, 나폴리)와 이강인(22, 마요르카)이다. 이적은 기정사실에 가깝고, 어디로 가느냐가 문제다. 2022-23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김민재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센터백 중 한 명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비롯해 뉴캐슬, 파리 생제르맹 등 빅 네임이 김민재를 원한다고 한다. 금상첨화. 김민재는 7월 중순부터 바이아웃 조항이 발효된다. 영입을 원하는 클럽은 나폴리에 일정 금액만 지급하면 김민재와 직접 접촉할 권리를 얻는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상대 클럽에 따라 바이아웃 금액이 최대 7천만 유로까지 늘어날 수 있는데, 그 가격도 26세 최정상급 센터백치고는 저렴한 것이 요즘 시세다. 맨유가 클럽 매각 문제로 주춤하는 사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가 소유한 뉴캐슬이 ‘하이재킹’을 시도한다는 보도가 나온다. 칼자루를 쥔 쪽은 당연히 김민재다. 맨유든 뉴 캐슬이든 혹은 제3의 클럽이든, 김민재는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을 선택하면 된다. 이름값만 보면 맨유가 매력적이지만, 뉴캐슬도 든든한 재력과 원대한 야망을 품은 강자로 급성장했다. 프리미어리그 클럽은 7월 1일부터 해외 리그 소속자의 계약이 가능하고, 김민재 본인의 군사 훈련도 7월 중순에 종료되므로 이적 발표는 그 후로 넘어가는 수순이다. 한국인 센터백이 유럽의 빅 클럽을 골라 간다는 낯선 풍경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이강인과 연결되는 클럽도 참 많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부터 세비야, 애스턴빌라,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등 정말 많은 클럽 이름이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를 채운다. 냉정하게 볼 때, 시장 수요가 김민재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강인의 몸값은 대략 3천만 유로 선이다. 지난 시즌 이강인은 6골 6도움으로 마요르카의 공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유럽 빅5 리그의 해당 포지션에는 괴물 같은 공격수가 득실댄다. 최근 리버풀이 브라이턴의 알렉시스 마크알리스테르(24)를 영입했다. 마크알리스테르는 프리미어리그에서 10골을 넣었고, 카타르 월드컵 챔피언 프리미엄도 보유한다. 이적료는 4천만 유로였다. 이런 선수의 실거 래가를 생각하면 이강인의 3천만 유로는 비싸 보인다. 아틀레티코마저 현금 1천2백만 유로에 선수를 얹는 카드를 만지작거린다고 한다. 자주 거론되는 애스턴 빌라의 자금력은 라리가 클럽보다 강하다. 그래도 역대 최고 영입액이 에밀리아노 부엔디아의 3천8백만 유로였다. 빌라가 라리가 중위권 팀의 21세 에이스를 영입하려고 3천만 유로를 내놓으려면 큰 결심이 필요해 보인다. 이강인으로서는 소속 팀 마요르카의 과욕을 경계해야 한다.

레알의 다음 타깃도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카림 벤제마의 자리가 비었기 때문이다. 발롱도르 수상자가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가자 세상의 이목은 일제히 런던에 있는 골잡이를 주시한다. 바로 토트넘 홋스퍼의 해리 케인(30)이다. 토트넘에서 13시즌 동안 케인은 클럽과 국가대표팀 모두 역대 최다 득점자에 오르면서도 타이틀은 단 한 개도 얻지 못했다. 잔여 계약 기간이 1년으로 줄어들어 대니얼 레비 회장도 케인을 붙잡지 못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도 케인이 토트넘을 간단히 떠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단, 토트넘이 날아간 유럽 대회 수입을 만회할 길이 보유 자산 매각(선수 이적) 외에 딱히 없다는 점이 케인이 비벼볼 만한 구석이다.

케인의 이적 노선을 방해할 변수는 나폴리 스트라이커 빅토르 오시멘(24)이다. 지난 시즌 오시멘은 리그 26골로 세리에A 득점왕에 오르며 나폴리 매직의 대표 주자가 되었다. 폭발적 움직임과 다양한 득점 능력은 빅 클럽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국제스포츠연구소(CIES)는 오시멘의 몸값을 7천7백30만 유로로 매겼지만, 나이가 젊고 나폴리의 영입가가 7천만 유로였기 때문에 실제 시장 가격은 1억 유로를 훌쩍 넘어간다. 과격한 리빌딩에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아우렐리오데 라우렌티스 나폴리 회장의 성향상, 나폴리는 선수의 가치가 최고조에 다다른 지금을 매도 적기로 잡을 수 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도 2023년 여름 이적 시장에서 관심 상품이다. 크로아티아의 21세 센터백 요스코 그바르디올이 가장 핫하다. RB라 이프치히에서 주전 입지를 굳힌 그바르디올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전투적 플레이 스타일로 전 세계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젊은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뛰어난 판단력도 일품이다. 국제스포츠연구소는 그바르디올의 몸값을 1억 1천4백90만 유로로 매긴다. 실제 판매가가 1억 5천만 유로 수준이라는 뜻이다.

모로코 돌풍의 핵심이었던 소피안 암라바트(26, 피오렌티나)를 둘러싼 영입 경쟁은 더욱 뜨겁다. 시즌 종료와 함께 자유 계약 신분이 되었기 때문이다.수비형 미드필더는 언제나 자원이 넘치지만, 빛나는 보석을 찾기가 어려운 포지션이다. 카 타르 월드컵에서 암라바트는 거듭되는 연장 승부에서도 지치지 않는 체력과 고도의 집중력을 선보였다. 지난 시즌에는 소속팀 피오렌티나와 함께 UEFA 컨퍼런스 리그 결승 진출에 공헌했다. 이런 선수가 권리금이 없는 상태로 나왔으니 빅 클럽들이 안달이 날 수밖에 없다.

압도적 규모의 프리미어리그가 이번 여름 이적 시장도 조용히 지나칠 리 없다. 케인 외에도 데클란 라이스(24 웨스트햄), 모이세스 카이세도(21, 브라이턴), 메이슨 마운트(24, 첼시) 등이 이적 관심 카드로 주목된다. 잉글랜드 국가대표 라이스의 이적은 기정사실로 굳어진 상태다. 이미 맨유, 리버풀, 아스널 등이 잔뜩 침을 바른 상태다. 2001년생 에콰도르 출신 카이세도는 올 시즌에야 성인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새내기다. 로베르토 데 제르비 감독 아래서 수비형 미 드필더로 중용되면서 몸값이 치솟는 중이다. 마운트는 지난여름 시작한 소속팀 첼시와의 재계약 협상이 지지부진해 이번 이적 시장을 통해 새둥지를 찾아 떠날 확률이 높다. 맨유행이 확실시되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클럽들이 마운트 영입 전에 뛰어든 상태다.

마운트가 멀쩡한 첼시를 두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해부터 첼시의 상황이 요동치는 탓이다. 토드 볼리 체제는 곳간 열쇠를 넘겨받자마자 좌충우돌하면서 팀 분위기를 망가뜨렸다. 새 감독 마우리시오 포체티노는 갈 길이 구만리다. 1년 사이에 축구를 잘 모르는 볼리 회장이 마구잡이로 사들인 선수가 너무 많은 탓이다. 포체티노 감독으로서는 고용주와 스쿼드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올 여름 이적 시장에서 포체티노 감독이 첼시 스쿼드를 어떻게 정리하는지는 이적 시장의 전체 판도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카타르의 행보에서도 눈을 뗄 수 없다. 파리 생제르맹은 이미 리오넬 메시와 결별했다. 네이마르도 이적이 확실시된다. 숙원 사업이었던 FIFA 월드컵 개최가 종료된 마당에 카타르가 축구계에서 계속 돈을 펑펑 쓸지가 궁금하다. 카타르 이슬람 은행 회장인 셰이크 자심의 맨유 인수 시도까지 얽혀 있다. 만약 맨유가 카타르 왕자의 손에 들어가면 유럽 이적 시장에서 중동 소국의 영향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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