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이제 너무 뻔해.
포르쉐 X 레고
718 Boster GTS 4.0ㅣ4.0리터 6기통 자연 흡기 엔진이 쏟아내는 박스터의 최대토크는 43.9킬로그램미터, 최고 출력은 무려 4백7마력이다. 알록달록한 브릭으로 쌓아 올린 이 공상적인 도시와 마젠타색 박스터가 태연하게 어울리는 건 어쩌면 이상한 일이 아닐 수도. 숫자만으론 가늠되지 않는 박스터의 퍼포먼스나 네모의 꿈이 실현된 이곳 레고 세상이나, 모두 꿈같은 건 매한가지니까.
ITY Downtownㅣ네모난 브릭을 이어 붙인 회색 도로를 가운데 두고서 양쪽으로는 먹자 골목과 공원이 나란하고, 뒤쪽으로는 3층 건물이 꽈배기처럼 솟아 있는 도시. 짧은 다리를 한껏 치켜든 피겨들은 아마도 피자집과 이발소, 동물 병원과 국수 가게를 찾아 걸음을 옮기는 중일 테다. 레고의 다운타운은 현실의 낮만큼이나 분주하다. 27만9천9백원.
메르세데스 벤츠 X 모빌 카
C300 4MATIC AMG Lineㅣ역동적인 캐릭터와는 정반대의 단정한 실루엣. 터프한 그릴, 번뜩이는 헤드라이트를 묵직하게 눌러 앉히는 우아한 균형, 반달 처럼 반듯하게 굴린 필러 라인. 이는 모두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에서 발견되는 미학이다. 아쉬운 건 이 빼어난 디자인이 찰나에 너머로 사라진다는 것. 실제로 시속 1백 킬로미터까지는 단 6초밖에 걸리지 않는다니까, 넋 놓고 있다가는 감상하는 즐거움을 도둑맞을 것이 뻔해 그럴 바엔 미니카를 툭 떼어낸 프레임 안에 C-클래스를 전시해두고 나만 보기로 한다. 붙잡아둔 보닛 위로 엔진이 들썩인다. 2백58마력, 5천8백 알피엠의 힘이 동심을 두드린다.
기아 X 브리오
EV9ㅣ“모두가 꿈꿔왔던 SUV EV의 시작”. EV9의 슬로건이다. 그리고 그 꿈을 좀 더 실현해보면 여기, 새 차가 트레일러에서 살금살금 내려오는 장면이 좋겠다. 단단하게 균형 잡힌 하체를 천천히 굴리면서 내려오는 모습도, 별자리를 닮은 헤드라이트를 은은하게 반짝이는 순간도 모두 현재 진행형. 이상과 현실 사이에 놓인 EV9이 흐릿해지기 전, 캡처하듯 상상을 박제해뒀다.
Parking Garageㅣ바퀴가 커다란 브리오의 자동차들은 주차 타워로 올라갈 때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누군가가 도르레를 굴려주면 빨간색 바스켓을 타고 3층까지 단번에 올라갈 수 있는데, 재밌는 건 내려오는 길은 효자손 처럼 곧게 뻗은 미끄럼틀을 이용해 단박에 미끄러지며 내려와야 한다. 브리오의 주차 타워는 아이들의 놀이터를 닮았다. 15만원.
폭스바겐 X 플레이모빌
ID.4ㅣ폭스바겐의 ID.4를 정의하자면, 쾌적하고 똑똑한 차. 그래서 편안한 차다. 이를테면 ‘IQ. DRIVE’로 설명되는 ID.4의 주행 보조 시스템 덕분에 운전자는 차 안에서 하고싶은 일이 많아졌고, 그만큼 누릴 수 있는 경험도 늘어났다. 휴양지에서의 여유로운 시간이 됐든, 서핑 보드를 타는 다이내믹한 장면이 됐든, 결국 ID.4 안에서의 시간은 그것과 비슷한 펀 드라이빙의 연속인 셈이다.
Volkswagen Beetleㅣ여기 비틀스의 헤어스타일에 오렌지색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앉아있는 옛날 남자는 사실 클래식 비틀을 탄다. 곡선형 펜더에 수직으로 깎이는 윈드 실드, 4기통 엔진이 들어 있는 커다란 보닛의 클래식 비틀을 몰고 왔는데, 어느 틈에 ID.4에 서핑 보드를 슬쩍 기대놓고는 태연하게 포즈를 취한다. 선글라스 뒤로 보이는 표정마저 뻔뻔해 픽 웃음이 난다. 8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