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있지 류진 “믿지들과 친구처럼 지내려는 편이에요”

2023.08.24신기호

오롯이 류진.

드레스, 더로우. 햇, 더 센토르. 플립플롭, 로에베.

GQ 뻔한 질문 하나 할게요.
RJ 오, 근데 왜인지 안 뻔할 것 같아요.
GQ 뻔해요. 오늘 혼자서 카메라 앞에 섰는데 어땠는지.
RJ 흐흐흐흐. 아무래도 멤버들하고 함께 있을 때가 좀 더 편하죠. 익숙하고.
GQ 그래서 물었어요. 있지 ITZY로서 류진은 너무 선명하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류진으로서 홀로 서 있을 땐 어떨지 궁금했어요. 아까 카메라 앞에 혼자 서 있는데 있지의 류진과는 달리 보인 거죠.
RJ 음, 멤버들 없이 이렇게 화보 촬영을 하거나 무대에 설 때, 그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긴 해요. ‘내가 어떤 사람이었더라?’
GQ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생각이 번쩍 나던가요?
RJ 아뇨.(웃음) 그렇다고 막 스스로를 분명하게 정의하는 건 어려운 일이고···. 그냥 저죠. 류진.
GQ 그때마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떠올려본다는 건 어느 정도는 차이가 있음을 말하는 거겠죠?
RJ 맞아요. 있지의 색깔이 있고, 또 그 안에서도 어떤 역할을 맡고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내가 고유하게 갖고 있는 특징들을 잠시 뒤로 미뤄둘 때가 많죠. 그래서 있지가 아닌 류진으로 있을 때면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드는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사람이었더라?’

드레스, 로로피아나. 이어링, 크롬하츠. 비니, 미수아바흐브.

GQ 그럼 이쯤에서 중한 질문 하나. 그래서 홀로 찍은 화보는 재밌었어요?
RJ 암요. 참요. 참 재밌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GQ AI 같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RJ 크크크크. 제게 화보가 늘 재밌는 작업이긴 하지만 오늘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정말요. 생각해보면 화보는 그런 기쁨이 있는 것 같아요. 잘 알지 못했던 나를 새로 발견하는 기쁨. 화보 작업을 할 때마다 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거든요. 오늘도 그렇고요.
GQ 당장 다음 주 컴백이에요.
RJ 두구두구두구두구.

톱, 재킷, 팬츠, 슈즈, 모두 드리스 반 노튼.


GQ 이쯤엔 어떤 생각이 가장 많이 들어요?
RJ 담담하게, 그냥 결과를 기다리는 편인 것 같아요. 물론 열심히 준비한 앨범이니까 ‘많은 분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당연히 있죠. 그런데 반대로 ‘실망하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은 별로 안 하게 되는 것 같고요.
GQ ‘많은 분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 외로는요?
RJ ‘준비 많이 했구나’ 같은 반응. 있지의 노력을 느낄 수 있는 앨범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 어쩌면 이게 가장 큰 바람인 것 같기도 해요.
GQ 오···. 웬만하지 않으면 노력을 알아봐주길 바라는 건 어려운 일이죠.
RJ 정말 노래 한 곡 한 곡 애정을 꽉꽉 눌러 담은 앨범이거든요. 그래서 어느 한 곡, 한 무대가 아니라 앨범 전체를 즐겨주셨으면 하는 기대가 커요. 간절하고요. 
GQ 그런데 그중에서도 아주 쪼오금이라도 더 마음 가는 곡은 있겠죠?
RJ 음, ‘킬샷 Kill shot’이라는 수록곡이 있어요. 처음 들었을 때부터 마음에 들었는데, 안무까지 나오니까 더 좋더라고요. 연습할 때마다 꼭 맞는 옷을 입었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어요.

드레스, 재킷,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GQ 이런 말이 있어요. “류진이 가진 무수한 매력들을 가장 빠르게 알 수 있는 방법은 그의 춤을 보는 것.”
RJ 오오오오···.
GQ 어때요, 동의하나요? 아니면 아직 알려지지 않은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RJ 아휴, 너무 감사하죠. 그런데 동의는···. 제가 직접 대답하기에는 좀 쑥스럽네요. 그렇지만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인 것도 같아요. ‘춤을 춘다’는 건 온몸을 활용해서 표현하는 거니까. 거기에는 제 성격이나 취향이 가득 담기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요. 그래서 동의한다면 이런 이유에서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하.
GQ 춤 말고도 류진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게 또 있을 것 같은데. 꼭 어울리는 단어 하나 떠올려볼까요?
RJ 오오오오···. 제가 막 거창하게 표현될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럼에도 하나를 고르자면 전 그냥 ‘류진’이요. 사람은 모두 특별한 존재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냥 류.진.

드레스, 슈즈, 모두 보테가 베네타. 선글라스, 로에베.

GQ 무대와 무대 밖에서의 류진은 차이가 큰가요?
RJ 에너지 차이가 커요. 가진 힘을 모두 쏟아내는 곳이 무대라면, 그 밖에서는 전 철저히 아무것도 안 하고 느슨하게 있습니다. 하하하.
GQ 무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있지로 선 모든 무대가 소중하겠지만 그중에서도 귀하게 간직되는 무대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RJ 이건 정말 너무 어려운 질문이에요. 음···.
GQ 어떤 기억에서건 다시 찾아보게 되는 무대들이 있을 것 같아요.
RJ 더 소중하다기보다 한 번씩 찾아보게 되는 무대는 있어요. 대학교 축제 같은 공연들. 다른 무대들에 비해 좀 더 자유로워서 그런 건지 정말 열심히 즐기기만 했던 무대들요. 근데 정말 다시 보면 확실히 더 웃고, 더 즐기고 있더라고요? 푸하하! 그런 제 모습을 보면서 저런 표정이었구나~, 다시 추억하고요. 그래서 더 마음속에 간직하게 되는 것 같아요.

햇, 겐조. 톱, 로에베. 팬츠, 준지. 슈즈, 드리스 반 노튼. 삭스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믿지피셜, ‘노력파’라던데. 스스로에게 얼마큼 엄격한 편이에요?
RJ 생각보다 엄격한 편은 아니에요. 요즘은 자신과 살금살금 타협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웃음)
GQ 그 타협이 쉼이고 자유라면, 스스로에게 종종 어떤 달콤한 시간을 선물하는 것 같아요?
RJ 아! 이건 확실하죠. 저는 저에게 1도, 정말 아~무것도 안 하는 선물을 줍니다. 절대 밖에도 나가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온전히 하루를 보내는 것.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인 것 같아요.
GQ 기회가 될 때마다 믿지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죠.
RJ 정말 큰 힘이 되거든요.
GQ 그게 SNS건 유튜브건 무대와는 다른 공간에서, 다른 모습으로 소통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RJ 사실 되게 엄중하고 어렵게 생각해요. 조심해야 할 부분도 많고요.
GQ 그럼에도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면, 그 이유는 분명 있겠네요.
RJ 음, 가능하다면 친구처럼 지내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친구처럼 대화하다 보면 힘을 얻을 때가 많아요. 따뜻한 댓글도 마찬가지고요.

드레스, 재킷, 슈즈,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GQ 있지로 지낸 시간이 벌써 4년이더라고요. 4년간의 시간은 류진에게 무엇을 남겨준 것 같아요?
RJ 멤버들요. 저는 멤버들을 만나기 전까진 어떤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는다는 게 어려웠어요.
GQ 방법이 어려웠다는 거죠?
RJ 네, 전혀요. 맺을 줄 몰랐죠. 그런 저로선 멤버들이 고마웠죠. 배울 점도 참 많아서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요. 가수로서 있지로 보낸 4년도 너무 커다란 의미가 있지만, 류진으로서도 멤버들과 보낸 4년은 정말 영광이었어요. 더없이 소중한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해요.

미니 드레스, 미우미우.

GQ 갑자기 분위기가 말랑말랑해지는 것 같아서요. 셀프 평가 한번 해볼까봐요.
RJ 에?
GQ 데뷔한 2019년 2월부터 새 미니 앨범 <KILL MY DOUBT> 발표를 앞둔 지금까지를 두고 봤을 때, 스스로에게 몇 점 정도 줄 수 있어요?
RJ 흠. 10점이 만점이라면 전 6점요.
GQ 점수를 보면 믿지 말대로 스스로에게 엄격한 편인 것 같은데요?(웃음)
RJ 이게 시간이 지날수록 부족했던 점들이 더 선명하게 보이더라고요. 하나둘. 물론 늘 열심히 하고 있지만요. 6점을 준 또 다른 이유라면 스스로를 사랑해주지 못했던 기억이 강해서. 그래서 더 높은 점수를 주진 못했어요.
GQ 부족했다면 더 나은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꼭 필요했던 시간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왜 담금질 같은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잖아요.
RJ 맞아요. 주변의 칭찬이나 사랑이 제게 용기를 낼 수 있는 힘을 줬다면, 더 나은 아티스트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건 상처들이었다고 생각해요. 이런 생각은 멤버들도 비슷하고요. 그래서 우리의 이런 생각들이 이번 앨범에 반영되기도 했어요. 앨범명도 <KILL MY DOUBT>.
GQ 작품을 통해서 아티스트의 한 부분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잖아요. 그 부분이 아티스트의 생각이든, 태도든, 철학이든, 뭐든요.
RJ 어쩌면 있지의 이름으로 낸 모든 앨범이 이때의 저는, 우리는 이런 생각을 했다고 얘기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블라우스, 발렌티노.


GQ 그런데 눈, 별, 달, 밤 같은 대상을 좋아한다고요?
RJ 맞아요. 흐흐흐.
GQ 눈을 제외하고는 전부 만질 수 없고 멀리 있는 것들이네요. 눈도 기다려야 만날 수 있는 존재고요.
RJ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의 공통점을 몰랐는데, 누군가의 대사처럼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나 보다’, 싶은 생각이 문득 드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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