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로의 초대.
페라리 푸로산게ㅣFERRARI PUROSANGUE
푸로산게는 페라리의 75년 역사상 ‘최초의 4도어, 4인승 모델’이라는 상징성만 두고 보더라도 브랜드 맨 앞에 선 혁신적인 모델이다. 놀라운 건 페라리의 자연흡기 V12 엔진을 그대로 들인 덕분에 SUV임에도 7백25마력, 2천1백 알피엠을 발휘한다는 것. ‘페라리니까’로 이해되어 되레 이 괴물같은 성능이 덤덤하게 느껴진다면, 구조적 혁신이 이루어진 디자인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전형적인 GT와는 완전히 다른 레이아웃과 비율을 채택했으니까. 푸로산게는 프런트 미드 엔진을 장착하고, 후륜에 기어박스를 배치해 스포츠카와 같은 레이아웃을 구현했다. 이는 페라리가 왈칵 쏟아 놓은 애정 혹은 찬사가 분명한데, 무려 SUV에 49:51이라는 이상적인 중량 배분을 실현할 수 있었고, 덕분에 스포츠카와 동일한 주행 성능까지 완성했기 때문. 결과적으로 푸로산게는 페라리가 수행해온 길을 순종적으로 받아들인 모델인 동시에 브랜드 역사상 이전에 없던 이단적인 캐릭터가 된 셈이다.우리가 느끼는 매력 혹은 흥미는 대부분 이런 모순에서 출발하지 않던가.
마세라티 그레칼레ㅣMASERATI GRECALE
그레칼레는 마세라티의 최신 모델이다. 그래서 그레칼레를 보면 마세라티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먼저 혁신. 그레칼레는 3백30마력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 외에도 무려 5백30마력의 V6 네튜노 엔진을 탑재했다. 덕분에 최고속도는 시속 2백85킬로미터, 시속 1백 킬로미터까지는 5.3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나아가 성능의 혁신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구현됐는데, 탄소섬유로 제작한 프로펠러 샤프트와 경량 알루미늄 소재를 차체 전체에 두른 시도는 동급 최고 수준의 중량비 출력과 가속 성능, 그리고 속도까지 정상에 올려뒀다. 그레칼레의 또 다른 첨단은 과거와 미래의 조화로 설명된다. 마세라티의 장인 정신을 나타내는 천연 가죽과 우드 소재의 사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카본 파이버, 디지털 디스플레이 등 미래지향적인 옵션을 결합해 이뤄낸 미학과 기능의 균형은 이들이 주창하는 ‘아방가르드 디지털 세계’를 가장 잘 나타내는 단면이다. 마세라티의 상징이었던 대시보드 위 아날로그 시계조차 이제는 스마트 워치의 옷을 덧입었을 정도다.
테슬라 모델 XㅣTESLA MODEL X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곳. 공상이 건축한 세상과 가장 어울리는 차라면 테슬라의 모델 X가 꼭 맞겠다. 지금의 첨단을 대변하는 ‘전기차’가 가진 상징성으로 보나, 같은 레벨을 두고 비교했을 때 월등하게 앞서는 성능으로보나, 무엇보다 이전에 없던 디자인이 갖는 창의성으로 보나, 그게 뭐가 됐든 테슬라의 모델 X가 유일무이한 존재임은 분명하다. 최대 주행 가능 거리는 4백39킬로미터. 넉넉한 배터리와 스마트한 효율은 모델 X를 더 멀리 데려갈 준비가 돼 있고, 단 2.6초면 시속 1백 킬로미터까지 도달하는 출력과 1천20마력이 부드럽게 밀어내는 가속도는 현존하는 SUV 중 가장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믿기 어려운 건 기능만이 아니다. 비상하는 날개처럼 루프 위로 열리는 팔콘 웡 도어, 불필요한 요소를 모두 제거한 정제된 외형, 트인 시야와 더 편한 조형을 돕는 요크 스티어링 휠 등 이 모두는 전에 없던 형대가 아니던가. 그래서 모델 X를 탄다는 건, 미래를 더 빨리 경험한다는 것. 미래 가장 가까이에 있는 모델 X를 더 먼 미래로 껑충 데려간들 이상할 건 없다.
벤츠 AMG SL 63ㅣMERCEDES-BENZ AMG SL 63 4MATIC +
70년 AMG SL이 품어온 시간이다. 1954년 300 SL로 시작해 여기, AMG SL 63에 이르기까지, 이 팽팽한 시간 속에는 메르세데스-AMG가 지나온 모든 혁신의 순간이 들어 있다. 긴 휠베이스만큼 더 날렵하게 뻗은 보닛, 그 위로 간결하게 타고 오르는 오버행, 급격하게 깎이는 앞 유리, 이 역시 300 SL이 가진 스포츠카 특유의 헤리티지다. 이렇듯 300 SL에서 출발하는 모든 영감의 완성을 가리켜 메르세데스-벤츠는 ‘하이퍼아날로그 Hyperanalogue’라 이름 붙였다. 아날로그와 첨단 디지털의 결합으로 설명되는 하이퍼아날로그는 특히 인테리어에서 쉽게 발견되는데, 제트기의 터빈 노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송풍구의 콕핏 디자인이 그렇고, 초기 모델부터 고수해오던 더 넓어진 2+2의 시트 구조도 벤츠가 구현한 클래식의 또 다른 모습이다. 이쯤 되면 성능이 궁금해질 텐데, AMG의 배지 안에 새겨진 고성능을 부러 꺼내 나열하자면 이렇다. 시속 1백 킬로미터까지는 단 3.6초. 어느새 계기판에는 최고속도 3백15킬로미터가 턱, 하고 기록될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