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지진희 “내 템포로 내 목표에 가면 돼요”

2023.09.22신기호

골프에 진심을 담아, 지진희가 남긴 해시테그 셋.

후디 재킷, 폴로 랄프 로렌. 그린 캡, 스투시. 네이비 캡, 폴로 랄프 로렌. 레드 캡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오늘 컷들은 전부 지진희의 새로운 모습을 채집하는 게 목표였어요.
JH 시간이 지나면서 만들어진 이미지들은 내가 깨고 싶다고 해서 깰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좋은 기회였고, 찾아온 기회를 또 재밌게 즐겼어요. 저는 그런데, (에디터를 향해) 어땠어요?
GQ 박수 제가 가장 크게 쳤습니다!
JH (인자한 미소)
GQ 오늘 시도해본 스타일링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골프 좀 치는 아저씨 룩’은 확실히 아니었잖아요. 그래서 첫 질문을 그렇게 드렸어요. ‘으잉?’스럽진 않으셨는지 싶어서요.
JH 전혀요. 그리고 그런 스타일들, 이제 좀 바뀔 때도 됐어요. 선수가 아닌 이상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렇게 쭉 맞춰 입을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요즘 옷들 얼마나 멋있는 게 많은데. 소재도, 기능성도 훌륭하고요. 아무튼.

상의, 하의, 모두 나이키 at 베이글리 빈티지. 신발, 오클리 at 베이글리 빈티지. 골프 장갑, 아디다스.


GQ 사실 이 인사 먼저 전하고 싶었어요. 초대가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인사.
JH 아휴, 때가 중요한가요. 내가 좋아하는 골프로 이런 작업을 해볼 수 있다는 게 신나는 일이죠.
GQ <골벤져스>에서 봤어요. 구력이 8년 정도 되셨다고요. 8년 동안 골프에 푹 빠져 지냈다던데.
JH 물론 그랬던 시기가 있었죠. 지금은 균형을 두고 있고요. 골프가 일이나 가정보다 우선이 될 순 없으니까, 나름의 기준을 두기로 했죠.
GQ 문득 ‘그랬던 시기’가 궁금해집니다.(웃음) 그땐 어느 정도로 열심이었어요?
JH 일주일에 라운딩을 다섯 번씩 나갔을 정도로 열정적이었어요. 근데 이렇게 하면 문제가 생겨요. 아주 심각한 문제. 몸이 아프기 시작해요.
GQ 그럼 균형을 찾은 지금은요?
JH 일주일에 한 번? 많아야 두 번. 라운딩은 그 정도면 됐어요, 나머지는 디테일한 연습.

코트, 티셔츠, 팬츠, 모두 아미. 스니커즈, 디올. 블랙 캐디 백, 필립 플레인 골프. 그린 스탠드 하프 백, 더카트골프. 그레이 스탠드 백, 미스페라. 화이트 보스턴 백, 화이트 스탠드 백, 모두 캘러웨이.


GQ 골프를 이토록 가까이 두고 있는 이유를 물으면 가장 먼저 어떤 대답을 들려주실 건가요?
JH 골퍼라면 아마 다 공감하실 거예요. 왜 “골프는 인생이다”라는 말 많이들 하잖아요. 공을 치다 보면 정말 순간순간 느껴요. 희.로.애.락과 그 밖의 다른 감정들까지 전부요.
GQ 많은 골퍼가 말하듯이, “골프는 정말 모르겠다. 그런데 그래서 재밌다”와 같은 맥락인 거죠?
JH 맞아요. 한 치 앞을 모르니까. ‘이거네!’ 싶은 순간 여지없이 무너져내리고. ‘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면 다음엔 절대 그렇게 해볼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결국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없으니까 꾸준히 연습하는 수밖에 없는데, 골프가 재밌는 건 이게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올라가 있다는 거죠.
GQ 노력의 방법도 중요할 것 같아요.
JH 제 경우는 무엇보다 나를 잘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내 상태 체크를 자주 해야 돼요. 그러면서 내 몸 상태에 맞춘 연습이 필요하고요.
GQ 이를테면?
JH 그게 실력이든, 체력이든, 멘털이든, 처음과 같을 수 없거든요. 그럼 내가 무엇이 달라졌는지 파악하는 게 우선돼야 하죠. 이를테면 내가 나이를 먹어서 예전보다 힘도, 유연성도 떨어졌다면 거기에 맞는 스윙을 해야 하는데, 문제는 옛날 생각만 하고 ‘왜 이게 안 되지?’ 답답한 거죠. 이 악물고 예전의 것들을 다시 찾아오려고 애쓰다 보면 결국 다치게 되는 거고요.

아우터, 에곤랩 at 아데 쿠베. 니트, 수트서플라이.


GQ 어때요, ‘골퍼 지진희’는 답을 좀 찾은 것 같아요? 
JH 전혀요. 아마 이건 해결 안 될 거예요. 평생.
GQ 에?
JH 이게 신기하게도 답을 좀 찾았다 싶으면 다시 새로운 문제가 나타나요. 그럼 그때부터 다시 새로운 목표가 생기는 거고요. 무한대. 어쩌면 이게 골프가 가진 가장 커다란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요즘 느끼는 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똑같은 샷이 없었다는 거. 매번 상황이 다르니까 결과가 다른 건 당연한 거죠. 그래서 다름을 빨리 파악하고, 수정하고 보완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GQ 결국 도전의 연속이네요.
JH 아마 아마추어 골퍼에게 ‘언더 파’는 로망일 거예요. 꿈이겠죠. 근데 저는 일단 언더 파는 내려놨어요. 언더 파를 의식하니까 스트레스가 생기더라고요. 안 되겠다 싶어서 스킬이나 과정에 목표를 두기로 했어요.
GQ 더 오래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은 셈이네요.
JH 그렇죠. 목표를 좀 내려놓으니까 좋은 점도 많이 생겼어요. 무엇보다 내 가족, 내 일에 영향을 덜 주게 됐어요. 좋은 균형이 생긴 뒤로는 이걸 깨고 싶지 않은 거죠. ‘그래, 언더는 꿈꾸지 말자.’ 그래서 지금은 9홀 대신 집 근처 골프 연습장에 가요. 가서 부담없이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봐요. 낮게 치고, 휘어 치고, 깔아 치고, 띄워 치는 등 전부요. 그리고 이런 부분에 목표를 두니까 또 좋은 점은 다치지 않는 골프를 하게 됐다는 거. 더 이상 욕심내거나 무리하지 않으니까. 

재킷, 질 샌더 at 지.스트리트 494 옴므. 팬츠, 토가 비릴리스 at 지.스트리트 494 옴므. 구두, 손신발. 캐디 백, 더카트골프. 티셔츠, 스카프는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연습장에서 하고 있는 ‘이것도, 저것도’ 중 요즘 좀 더 집중하고 있는 건 뭐예요?
JH 샷이요. 마음같아선 한 9가지 정도의 샷을 쳐 보고 싶거든요. 그래서 요즘 그걸 계속 연습 중이에요. 샷, 샷, 샷. 연마중.
GQ 말 나온 김에 더 묻겠습니다. 그럼 요즘 좀 자신 있다, 좀 잘 맞는다 싶은 건요?
JH 요즘은 웨지. 웨지랑 퍼터. 아이언도 자신 있어요. 그러니까 쇼트 게임은 자신 있는데···.
GQ 있는데, 뭐 하나가 영 안 되는군요.
JH 드라이버가 살짝살짝 빠져요. 요즘 거리를 좀 내려고 하다 보니까 더 그런 것 같아요. 거리를 일부러 줄였는데, 다시 늘리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GQ 아까 촬영 중간에 저랑 잠깐 얘기할 때, 잘 맞을 땐 280 정도 나간다 하셨죠?
JH 네, 요즘은 230~250. 딱 좋은 것 같아요.
GQ 방향도, 스윙도 딱.
JH 네. 그 이상 하면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예전엔 하루에 막 500~1,000개씩 쳤어요. 한 석 달 정도 그렇게 연습하다 보니까 결국 아프더라고요. 어느 날은 아픈 상태로 스윙을 하는데 어깨 힘이 나도 모르게 툭 빠졌어요. 그런데 어? 잘 맞는 거지. 아이러니하게도 힘이 빠져야 오히려 공이 잘 나간다는 걸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 깨닫게 된 거죠. 그냥 얻어지는 게 1도 없어요 골프는.

로브, 템즈. 셔츠, 폴로 랄프 로렌. 팬츠, 디올. 벨트, 오프화이트. 스니커즈, 양말, 모두 아디다스 × 웨일스보너. 클럽, 캘러웨이. 타이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염치없지만 그렇게 힘들게 얻은 노하우를 좀 빌려주실 수 있을까하여 팁을 좀 묻고 싶습니다만. 
JH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너무 좋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 경우, 제 경험일 뿐이라서요.
GQ 참고하여 흡수하겠습니다.(웃음)
JH 그럼 일단 다치지 않는 스윙을 하는 게 첫 번째. 내가 할 수 있는 스윙과 할 수 없는 스윙은 분명 있어요. 내 기준이나 수준을 생각하지 않고 프로들의 스윙을 무조건 따라하면 내 스윙을 만들기가 쉽지 않죠. 부상도 오고요. 그래서 ‘나’를 연구하는 과정이 꼭 필요해요.
GQ 오, 두 번째는요?
JH 이건 다들 아실 거예요. 나에게 맞는 선생님을 찾는 게 중요해요. 나에게 맞는 선생님은 내 체형, 몸 상태, 운동 능력 등을 전부 고려해서 코칭해주실 수 있는 분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선생님이 하는 얘기가 전부 이해되어야 하고요. 그런데 도통 무슨 말을 하시는지 모르겠다? 그러면 안타깝지만 서로 안 맞을 확률이 커요. 선생님 코칭을 이해하고, 흡수해서 조금씩 알아가고, 달라져야 의미가 있어요.
GQ 세 번째 팁까지 채워주세요.
JH 이건 어디까지나 제 의견인데, 거리를 내는 연습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 방향이나 다른 목표로 좁혀나가는 편을 추천해요. 아까 왜 거리를 일부러 줄였다가 다시 늘리려니 쉽지 않았다고 했잖아요? 방향이 자꾸 빗나가서 바로 치려고 거리 를 줄였더니, 웬걸. 몇 배로 고생했어요.

니트, 리버럴 유스 미니스 트리 at 샘플라스. 스커트, 팬츠, 모두 티에이치 at 아데쿠베. 로퍼, 토즈. 안경, 크롬하츠 at 나스월드. 클럽, 캘러웨이.


GQ 거리를 내기가 이리 힘든 일입니다 독자 여러분. 
JH 네, 절대 거리를 줄이지 마세요. 거리를 최대치로 낸 다음 거기서부터 다른 걸 잡아가야지, 그 반대가 되면 힘들어집니다.
GQ 마지막으로 이도 저도 다 어렵다는 이를 위해, ‘이것만이라도 붙잡아라’ 같은, 필살기 같은 극단적 꿀팁 하나 전해주신다면요.
JH 가장 중요한 건 결국 템포. 나만의 리듬이에요. 이건 사람마다 다 달라요. 그래서 그걸 찾는 게 어쩌면 가장 중요할 수 있어요. 내 스윙을 하는 거. 내 템포로 9홀이든 18홀이든 내 목표 가까이 가는 거. 골프가 그렇게만 된다면 너무 좋죠.
GQ 마지막 질문은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왜 골프만큼 SNS도 진심이시잖아요?(웃음) 혹시 골프 피드를 올린다면, 어떤 해시태그를 달 건가요?
JH #연습 #설렘 #희열 이렇게?(뿌듯)

포토그래퍼
김형상
스타일리스트
김성덕
헤어
차차 at 정샘물 인스피레이션
메이크업
장정금 at 정샘물 인스피레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