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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마흔이 되든 쉰이 되든, 지금처럼 까불고 싶어요”

2023.09.26전희란

아직 머리는 못 묶었습니다만.

패턴 니트, 라코스테. 팬츠, 보스. 스니커즈,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팔찌, 불레또. 반지, 톰 우드. 손목시계, 까르띠에 at 수박 빈티지. 퍼터, 테일러메이드. 퍼팅 매트, 말본 골프. 셔츠, 타이, 양말은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SBS 라디오 <최화정의 파워타임>에서 <지큐> 화보 찍으러 가는 이용주에게 김민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잡지 단독 화보는 톱스타들만이 찍는 것이다.” 그러니까, 오늘 톱스타가 된 기분이 어떤가요?
MS 진짜 영광이죠. 광고 모델이 된. 것보다 더 기쁜 마음으로 촬영장에 왔습니다.
GQ 패션쇼장에서 멘트하는 게 올해 소원이라고 했죠. 이번 주 발렌티쇼 행사에 초청받았다고요?
MS 맞아요. 발렌티노 행사를 시작으로 패션 관련된 몇 가지 계획이 잡혀 있어요. 그리고 지금 목표는 내년 1월에 남성복 패션쇼 열릴 때 인사 드리러 가는 거예요. 그것을 이루기 위해 지금 열심히 빌드업하고 있습니다.
GQ <피식쇼>에서 영어 잘하는 척만 훌륭한 줄 알았더니, <한사랑산악회>에서 골프하는 김영남 회장 모습을 보고 깜빡 속았습니다. 실제로 골프 잘하는 줄 알았잖아요.
MS 한때 6개월 정도 매주 한 번씩 레슨을 받았어요. 그때는 일주일에 딱 하루, 일요일에만 일을 쉬었는데, 쉬는 날을 골프 레슨에 온전히 바쳤죠. 너무 재밌었어요. 그러다 점점 ‘딱 하루 쉬는 날인데 이왕이면 푹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골프와 조금 멀어졌어요. 아직 머리는 못 묶었어요.
GQ 머리를 묶다니요?
MS 머리를 올린다고 하던가?

아이보리 코듀로이 재킷, 니트 베스트, 모두 겐조. 팬츠, 빈티지 제품 at 수박 빈티지. 비즈 네크리스, 허자보이. 기본 펜던트 네크리스, 투웬티원어거스트. 반지, 불레또. 선글라스, 조르지오 아르마니 at 에실로룩 소티카. 티셔츠, 벨츠는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배울 땐 뭐가 재밌던가요?
MS 별로 운동이 안 될 것 같은데, 아니더라고요. 하다 보니 땀이 뻘뻘 나던데요. 그리고 어쩌다 공이 잘 맞을 때 쾌감이 있어요. 소리부터 달라요. 스무 번 정도 치면 한 번 정도 잘 맞는데, 아주 짜릿하더라고요. (이)창호 형, 다른 형들과 같이 배웠는데 배우면서 노는 것도 재밌었고요.
GQ <한사랑산악회>에서 “돈으로 안 되는 게 자식과 골프다”라고 했죠. 김영남 회장 말씀인가요?
MS 이건희 회장 말씀이에요.
GQ “가을 골프가 그렇게 믓찌다”고 한 건요?
MS 그건 부모님이 해주신 말씀이에요. 부모님이 골프를 오랫동안 하셨거든요. 도심에서는 계절을 느낄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잔디 밟으면서 나무의 색이 물드는 걸 보며 가을을 느끼는 게 좋은가 봐요. 엄마는 주 5일 라운딩 나가세요. 아빠가 정년 퇴직하시고 해외로 새로운 일을 하러 가시면서 엄마에게 골프 회원권을 사주셨거든요. 스코어는 싱글 정도 치신대요. 얼른 골프 배워서 가족끼리 라운딩 가자고 성화시죠.
GQ 돈으로 안 되는 게 자식과 골프라면, 김민수가 생각하는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건 뭐예요?
MS 엄청 많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너무 많은 것 같거든요. 20대 때 저는 돈이 없었어도 진짜 행복했어요. 궁에 가서 멍을 때린다든지, 서점에서 좋은 책을 읽는다든지, 친구랑 만나서 이야기를 하며 좋은 시간을 보내는 건 돈이 안 들잖아요.
GQ 반대로 돈이 생긴 지금 못하는 건 뭐예요?
MS 톱스타는 아니지만, 예전만큼 편하게는 못 다니게 됐죠. 유튜버는 연예인보다 대중이 친숙하게 봐주시거든요. 많은 분이 알아봐주시고 편하게 대해주시는 점은 너무 좋지만, 가끔은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어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길거리에서 손을 잡고 다니는 것도 제약이 있겠죠. 제가 이래 봬도 굉장히 ‘I’거든요. 그렇지만 자유가 줄어든 만큼 얻은 것이 더 많죠.
GQ 김민수가 ‘I’라니 굉장히 의외군요.
MS 완전히 ‘I’였는데, 지금은 ‘E’로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혼자 유럽 여행도 가고, 뉴욕도 가고, 혼자 있는 시간으로 충전을 하는 편이었어요.
GQ 포틀랜드 여행에서 헤어 커트를 하는 준비된 ‘패피’이기도 했고요.
MS 퐈하하하.

체크 파자마 셋업, 선글라스, 모두 정글스 at 엠프티. 슈즈, 클락스. 네크리스, 허자보이. 반지, 불레또. 골프공, 모두 볼빅. 로브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지난번 이용주와의 인터뷰에서 ‘코미디의 기능’에 대해 한참 이야기한 기억이 나요. 기사에는 빠졌지만, 코미디의 기능에 대해 가장 먼저 화두를 꺼낸 건 의외로 김민수였다고 들었어요.
MS 더 정확히는 ‘직능’에 대한 고민이었어요. 승효상 건축가의 책 <보이지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에 건축가의 직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예수님이 목수였는데, 사실은 건축가이기도 했대요. 건축가가 직업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걸 보며 코미디언의 직능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 고민이 창작에 도움이 될 것 같더라고요. 고민은 계속되고 있어요.
GQ 김민수가 웃기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깊은 고민을 하는 직업인이란 걸 사람들이 많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네요. 요즘 하는 생각들은 뭐예요?
MS 예술이나 창작에 필요한 요소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요.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첫 번째는 심미안, ‘Eye for Beauty’, 뭐가 아름다운 건지 보는 눈이죠. 이것을 코미디언에 적용하면 ‘Eye for Comedy’, 무엇이 웃긴지 알아보는 눈이 돼요. 그리고 또 하나는 창작력이에요.둘 중 하나만 가지곤 안 되고, 심미안과 창작력 두 가지가 다 갖춰져야 하는 것 같아요. 좀 아까 이야기한 직능은 심미안의 영역 인 것 같아요. 최대한 감각의 촉수가 예리해야 놓치기 쉬운 것을 캐치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되도록 많이 읽으려고 하고, 새로운 것에 저를 최대한 노출시켜 많은 영감을 받으려고 해요. 감각이 무뎌 지지 않도록요. 이를테면 알바생 성대모사 시리즈도 사람들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을 캐치함으로써 시작한 거였어요. 요즘 또 발견한 게 있어요. 세상에서 셀카를 가장 못 찍는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GQ 글쎄요.
MS 카카오 택시 기사님들.

재킷, 팬츠, 모두 글린파크. 슈즈, 캠퍼. 크로스 백, 베르사체. 모자, 슈프림. 강아지 인형, 엠씨엠. 반지, 포트레이트 레포트. 아이언, 테일러메이드. 셔츠, 타이, 배지는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코미디가 왜 좋아요?
MS 코미디는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힘을 줘요. 코미디를 빼고 예술이란 단어를 넣어도 의미는 통해요. 코미디나 예술은 영혼이 정화되어 씻겨 내려가는 느낌을 받게 해주죠.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도 카타르시스를 일으키는 두 가지 방법이 나오는데 격하게 울거나, 격하게 웃거나예요. 사람들이 저희 콘텐츠에서 그러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면 좋겠어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GQ ‘백상예술대상 TV 예능 부문’ 수상 이후 달라진 점이 있어요?
MS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기는 한 것 같아요. 최대한 신경을 안 쓰려고 하고 있고, 저희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좀 더 집중하려고 해요. 백상이 너무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사실 그게 목표는 아니었거든요. “백상까지 받았는데 이제 뭐 할 거야?”라는 말이 저는 가장 의아했어요. 저는 연예인보다는 순수한 코미디언으로 보여 지고 싶어요. 그래야 저희가 전처럼 첨예한 발언을 해도 코미디로 승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GQ 누구보다 연예인을 지향하는 줄 알았습니다만.
MS 연예인이 되고 싶지 않은 게 본심이지만, 연예인처럼 되려고 애쓰는 모습이 웃긴 거죠. 색깔있는 코미디를 하던 사람도 방송인이 되고 나면 착해지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 모습이 나쁘다고 할 순 없지만, 저는 마흔이 되든 쉰이 되든, 저는 지금처럼 까불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더 날것으로 보일 수 있을까, 요즘은 그런 고민을 해요.
GQ <나락퀴즈쇼>도 그런 의미에서 기획한 거죠?
MS 맞아요. 우리는 연예인이 아니다, 최대한 날것을 보여주겠다는 태도로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영상 ‘때깔’도 완전히 포기했죠.

밀리터리 패치워크 라이더 재킷, 모스키노. 비즈 네크리스, 투웬티원어거스트. 별 펜던트 네크리스, 허자보이. 선글라스, 빈티지 제품 at 수박 빈티지. 드라이버, 테일러메이드.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앞으로도 무소의 뿔처럼 나아갈 심산인가요?
MS 아직 지켜야 할 선에 관해선 저희끼리도 의견이 분분해요.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GQ 날이 서 있으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 게 진짜 어려운 일이잖아요.
MS 그래서 고집 부리지 않고 남 이야기를 듣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경주마처럼 앞만 보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용주 형, 재형이 형처럼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꼭 필요해요. 저는 진심으로 용주 형, 재형이 형이 인격적으로 저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크리에이터는 만드는 콘텐츠만 성숙해선 안 되고, 만드는 사람도 같이 성숙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들을 때는 최대한 신중히 들으려고 해요. 그게 팀이 있는 이유인 것 같아요.
GQ 머리를 묶으러 가는 날은 형들과 함께일까요?
MS 형들이랑 가면 일 얘기만 하다 올 것 같아요.
GQ골프장을 런웨이로 만들 룩을 권한다면요?
MS 모자부터 신발까지 올 화이트로 깔끔하게, 손목에는 보석이 잔뜩 박힌 리차드 밀을.

포토그래퍼
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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