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된 지민.
누구든 자신의 한계를 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한계는 있을 수 있겠지만, 가보기 전에는 어디가 한계인지 알 수 없는 거니까요.
GQ 지난 화요일을 떠올리면 어때요? 환상 동화 같은 정원에서 <지큐>와 만났죠.
JM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옷을 입어서 기분 좋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GQ 비가 막 지나간 축축한 정원에서 지민의 색은 더 선명해 보였어요. 그날의 감상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어때요?
JM 색으로 표현한다면···. 벚꽃색이 떠올라요.
GQ 맞아요. 벚꽃색 슈트 속에 얼굴이 푹 파묻힌 지민의 풋풋한 얼굴이 생생해요. 전에 “무대 의상에 따라 걸음걸이가 달라진다”고 말한 적도 있고, 평소 무엇을 걸치는가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았어요. 노래와 춤을 표현하는 무대와는 달리 옷을 표현할 때는 어떤 마음으로 카메라 앞에 서나요?
JM 경험을 돌이켜보면, 자연스럽게 표현할 때 사진이 가장 잘 나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화보 촬영할 때는 몸의 힘을 풀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GQ 올해 V-LIVE에서 앨범을 소개하면서 “(방황의 시기와 그로부터 나온 감정들을) 극복해나가겠다고 멋있게 내 입으로 꺼내고 싶었다”고 말했죠. 아미 만물상점 2021에서는 “믿는 것”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답했고, “안 믿는 것”은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답했어요. 지민에게 자신의 힘으로, 주체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굉장히 의미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JM 누구든 자신의 한계를 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한계는 있을 수 있겠지만, 가보기 전에는 어디가 한계인지 알 수 없는 거니까요. 그렇기에 계속해서 자신을 믿고 만들어나가는 게 얼마나 큰 용기와 노력이 필요한 일인지 잘 알고 있어요. 스스로 무언가를 정해 자신의 힘으로 직접 나아가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GQ <FACE>를 들으면서 저는 가장 솔직한 고백으로부터 우리(아티스트와 청자)는 만날 수 있다고 느꼈어요. 마치 “지민의 언어가 나의 마음을 설명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벌어진 상처로 빛이 들어오는 기분, 그 빛으로 보이는 것들”이 있었어요.(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서 발췌.)
JM 와,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GQ “내면의 상처를 직면하고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앨범”이었으니 위로 그 자체가 제1의 목적은 아니었을 텐데, 팬들의 반응으로부터 선물 받은 위로도 있었나요?
JM 저희는 지금도 팬분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 박수, 응원에 늘 위로받고 있어요. 가장 큰 위로, 선물이라고 느끼는 순간이 팬분들과 마주했을 때예요. 그 사실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어요.
GQ 2022년 1월호 <지큐> 인터뷰에서 RM은 “때로는 어떤 고백이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기도 해요”라면서 음악으로의 배설을 이야기했어요. 팬들에게 솔직해야 한다고 느끼는 한편 무섭고, 그러면서도 자유롭다고 고백했죠. 상반기에 낸 지민의 첫 솔로 앨범 <FACE>가 스스로에게 남긴 것은 무엇인 것 같아요? 지나온 뒤에 비로소 보이는 감정들도 있잖아요.
JM 지난 시간들에 느꼈던, 종잡을 수 없었던 저의 감정 상태를 확실히 인지할 수 있었어요. 그 경험들이 있었기에 앞으로는 주저앉을 것처럼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에 다시 딛고 일어나는 것이 무섭지 않을 것 같아요.
GQ 감정들을 작업으로 배설하고 해소하는 과정을 겪었으니, 앞으로는 순간의 감정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을까요? 그런 감정들을 캡처하는 나름의 방법이 생겼나요?
JM 마음에 피어오른 감정이 특별하다고 느끼면 그 순간에 휴대 전화 메모장에 적어둘 때가 있어요. 혹은 가끔 ‘올해는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했지?’ 하고 되돌아보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메모장에 기록해두려고 해요.
GQ 음악으로 표현할 수 없는 공백을 안무로 채워넣는 아이디어도 탁월해 보이더군요. 춤을 추는 것을 넘어 구상, 기획하는 데도 관심을 갖게 되었을 것 같아요.
JM 맞아요. 기획 단계에서 원하는 연출이나 춤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노래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각한 것들에 대해 활발히 대화하는 편이에요. 그 과정이 정말 즐겁다고 느꼈어요.
GQ 2022년 1월호 <지큐>와의 인터뷰 대화 중 관계란, 의리란, 사랑한다는 말의 의미란 같은 추상적인 것들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고 했어요. 관계, 의리, 사랑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 같나요? 요즘은 무엇에 골몰하고 있어요?
JM 지금도 참 어려운 단어들이에요. 저도 아직 성장하고 있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겪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매일매일 생각이 바뀌는 것 같아요. 관계, 의리, 사랑 같은 단어들이 주는 기분, 힘 같은 것들은 다 부질없다고 느낄 때도 있고,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말들이지만 그 말이 정말 따뜻하다고 느낄 때도 있어요. 앞으로도 더 많이, 여러 감정을 느껴보고 싶어요.
GQ 그래서일까요? 지민의 음악, 춤은 감정의 양면, 레이어를 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들을 때마다 새롭고, 여운이 길어요. 감정을 음악으로, 음악을 춤으로 옮기는 데 지민 스스로에게 꼭 필요한 시간은 무엇인가요?
JM 음악을 처음 들을 때 충실히 느끼는 것이 중요해요. 처음 그 노래를 듣고 느낀 감정과 생각들을 잊지 않고 무대에서 온전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하고요.
GQ 방탄소년단은 ‘언어의 장벽’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도록 만들었죠. 빌보드 순위권에 들고 나서 처음 한 생각이 “방탄소년단의 언어가 다른 세계에도 닿는구나. 원대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계속해서 우리의 언어가 가 닿았으면 좋겠다”였다는 말이 참 예쁘게 느껴졌어요. 언어의 다리를 건너갈 수 있는 건 결국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JM 여기까지 도달하기 위해 저희 멤버들은 참 많이 발버둥치고 방황도 하며 부딪히고, 또 서로 의지하면서 올라왔어요. 그 과정에서 느낀 희열, 슬픔, 아픔, 즐거움, 낭만···. 이런 것들을 솔직하게 고백했고, 많은 분께서 이런 감정에 공감해주었기에 결국 언어보다는 마음이 먼저 닿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GQ 만약 세상의 모든 언어가 사라지고, 단 하나의 표현만 남겨야 한다면 무엇을 남기고 싶어요?
JM 고개 숙여 하는 인사를 남기고 싶어요. 고개 숙여 건네는 인사에는 아주 많은 의미를 담을 수 있어요. 만나서 반가울 때 혹은 감사할 때, ‘잘 가’라는 인사나 상대에 대한 배려도 담을 수 있고요. 한 가지 언어 혹은 감정 표현만 남길 수 있다면 인사하고, 감사하고, 배려하는 행동 하나만은 꼭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GQ 무수한 위로의 언어들 속에서 올해 지민을 가장 위로한 한마디는 무엇이었나요? 불특정 다수에게 건네고 싶은 위로의 말은 무엇인지도 듣고 싶어요.
JM 즐거움을 느끼는 방법은 참 많은데요. 올해 저는 많은 팬, 곁에 있는 지인, 동료들로부터 이 말을 많이 들었어요. “괜찮아. 느리더라도 잘하고 있어.” 그 말들이 있었기에 좀 더 즐기면서 지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제 인터뷰를 읽는 분들에게 위로보다는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어떨 때 행복하고 즐거우십니까?” 모두 각자 어떤 순간을 겪고 계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즐겁고 행복한 감정을 하루에 한 번씩은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GQ “저희는 항상 똑같을 것 같아요”, “우리 마흔 돼도 이럴 것 같아” 같은 말을 자주 하더라고요. 언제나 우리는 여전할 거라는 단단한 믿음이 있는 것처럼,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함께 걸어가는 존재인 것처럼. 방탄소년단의 하나로서, 또 개인으로서 결코 변치 않았으면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JM 방탄소년단이 있기에 개인이 있다, 정도인 것 같아요. 그 생각에는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사실은 나이가 들어도 기억해야 해요.
GQ 언젠가 “언제 가장 사랑받고 있다고 느껴요?”란 질문에, “저희 멤버들 다 같이 있을 때”라고 이야기했어요. 그 생각은 여전한가요?
JM 변함없는 것 같아요. 팀은 팀일 때 가장 빛나고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거든요.
GQ 가장 특별한 노래를 줄곧 ‘Young Forever’로 꼽아왔죠. 2021년 위버스에 글을 올렸을 때는 아미들의 떼창을 생각하면서 듣는다고 했는데, 요즘 ‘Young Forever’를 들으면 스쳐 가는 장면들이 궁금해요.
JM 무대에서 바라본 장면들이 떠올라요. 무대에서 바라본 제 시선 안에는 아주 따뜻한 장면들만 담겨 있어요. 무척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장면들이죠.
GQ 얼굴 하나하나가 아미밤처럼, 환하고 따뜻한 빛으로 느껴질 것 같아요.
JM 말씀하신 대로예요. 멤버들 다 같이 무대에 올라 팬분들이 주는 따뜻한 빛을 맞이하며, 함께 노래할 순간을 기다리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