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 코린, 비디오 게임 디자이너와 AI 아티스트들이 마라라고 인근 저택으로 모여들었다.
글 / 잭 바론 (ZACH BARON)
마라라고 위쪽 해변가, 하모니 코린은 모래사장으로 나와 뿔 달린 악마 마스크를 쓴 채 바다를 응시 중이다. 6월의 팜비치는 습하고 약간 멍하다. 코린은 지금 50세로, 그의 세대에서 가장 공격적이고 영원히 젊은 영화 제작자 중 한 명이다. “이건 EDGLRD입니다.” 하모니 코린은 마스크를 가리키며 ‘에지로드 edgelord’라 발음한다. 목소리를 약간 낮추면서 얘기하지만 짐작건대 그는 꽤 짓궂은 표정을 짓고 있다. 두 눈을 즐겁게 반짝이면서 내가 더 많은 걸 알고 싶어 하는지를 물어온다. EDGLRD를 설명할 수 있는 많은 방법이 있지만 그중 어떤 것도 간단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코린과 그의 파트너들이 EDGLRD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EDGLRD는 디자인 컬렉티브이자 창의적인 팩토리다. 영화가 아닌 영화, 비디오 게임에 가까운 영화, 때때로 실사 비디오 게임과 실제로 플레이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든다. EDGLRD는 이미 제작하고 있는 것 외에도, 할리우드 사람들이 정확히 추측하는 방식으로 AI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게임을 하는 동안 혹은 영화 속에서 관객들이 디지털 아바타에게 입힐 수 있는 옷의 프로토타입도 만든다. 코린과 그의 팀이 플로리다로드 FloridaLords라 부르는 다양한 캐릭터에는 햄버거 얼굴을 한 소녀 패티 멜트 Patty Melt, 카리브해의 테크 심령술사인 트리니카 영 Trinika Young 등도 있다. 사무실로 사용하는 비치 하우스 벽면에는 이 포스터들이 쭉 늘어서 있다.
하우스에는 약 15~20명이 모여 있는데 애니메이터, 게임 및 패션 디자이너, 3D 프린팅 전문가, 캐릭터 제작자를 포함해 마블이나 대형 비디오 게임 스튜디오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다. 거실 소파에는 EDGLRD를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고자 하는 로스앤젤레스 출신의 스케이터 숀 파블로가 앉아 있다. 코린의 벤처 파트너인 매트 홀트는 팬데믹 기간에 구체적인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함께 회사 설립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어요. 코린이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이에요. 제 파트너가 되어주시겠습니까?’라고 말한 순간을 기억합니다.” 그 이후로 다른 투자자들이 찾아왔고, 이들의 야망은 작지 않았다. 코린은 한 달에 한 번 영화를 찍는 수준까지 도달하고 싶다고 말한다. “영화 한 편을 만들기 위해 5천만 달러의 수표를 쓰는 대신 1백만 달러짜리 50편은 어떨까요? 사실 ‘영화’라고 말하고 있지만, 어떤 의미에선 진짜 영화는 아닙니다.”
몇 주 전, 로스앤젤레스에서 코린은 신작 <아그로 드리프트 AGGRO DR1FT>를 공개했다. 1997년 데뷔작 <구모 Gummo>를 시작으로 그는 항상 시간, 연속성, 내러티브의 틀을 깨뜨리는 실험을 해왔는데, 기존 작품들 기준으로 볼 때 <아그로 드리프트>는 그다지 장편은 아니다. 스페인 배우 조디 몰라와 래퍼 트래비스 스콧이 주연한 <아그로 드리프트>는 비디오 게임 컷 신의 반복적인 운율, 많은 스트리퍼와 총들이 난무한다. 코린이 해변에서 분장한 것과 똑 닮은 뿔 달린 악마가 몰라를 감시하는 가운데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암살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 세계에 공개되는 첫 EDGLRD 프로젝트이고, 코린은 이 영화를 두고 미학적 “게임 코어”라고 부른다. 그는 ‘게임 안에 있는 느낌은 어떤가? 그건 환상적인 약물 경험과 가까울까? 지금 보고 있는 것에 현실적인 요소들이 있는가?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상상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한다.
EDGLRD는 코린의 협업자들이 갖고 있던 의혹에서 비롯되었다. 할리우드 배우 조합과 극작가 조합의 동반 파업이 그렇듯,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들은 점점 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고, 기업화된 시스템으로 인한 극도의 불만과 긴장감은 결국 장기 파업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또 젊은 층의 관심 파괴도 침체에 한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층이 요즘 엔터테인먼트에 어떻게 접근하는지에 대해 그는 “앉아서 한 가지만을 보는 게 아닙니다. 여러 가지가 있어요. 음악을 듣고 틱톡을 살피면서 영화도 봅니다”라고 말한다. “엔터테인먼트와 실사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들을 훑어볼 때 우리는 어떤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사로잡힌 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있었던 곳 이후에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 즉 한 가지는 죽어가고 있고 지금은 새로운 것이 탄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코린을 처음 만난 것은 2019년, 마이애미 디자인 지구에 있는 그의 페인팅 스튜디오에서였다. 매슈 매코너헤이가 반골 기질이 충만한 한량 시인으로 분한 <더 비치 범>의 프로필을 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다른 질문도 많았다. 코린은 여러 삶의 스토리를 갖고 있었고, 모든 것이 흥미로웠기에 세부적인 것들을 알아내려 많은 시간을 보냈다. 데이비드 레터맨의 <레이트 쇼> 뒷무대에서 정말로 메릴 스트립과 심각한 다툼이 있었을까? 비록 촬영이 무산되었지만, 거리의 낯선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어 싸움을 벌이는 코미디 <파이트 함 Fight Harm>에서 카메라맨은 진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였을까? 왜 그가 살았던 집들은 유난히 화재가 잦았을까?
그렇지만 막상 이런 궁금증을 다시 읽어보니, 내가 정작 요점을 놓쳤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건 코린의 예술은 항상 환상적인 방식으로 현실을 무너뜨린다는 점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코린의 실제 친구에 관한 것이고 그들이 누구였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주지만, 완전히 허구적인 맥락에 배치되어 관객들을 불안과 충격 속으로 몰아넣는다. 코린이 영화를 실제처럼 느끼도록 만들기 위해 배우가 아닌 일반인과 다른 기법들을 자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구모>와 <트 래쉬 험퍼스>가 그렇듯이 영화 속 인과관계는 완전히 제거된 느낌이다.
2019년에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무엇이 가짜이고 무엇이 실제로 일어났는지를 묻는 것은 무의미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런 물음은 코린의 프로젝트를 잘못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때론 여과 없이 기묘하고 원초적으로 비춰질지라도 그가 삶, 영화, 아트워크에서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세상은 범주를 따지지 않는 실존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뉴욕 대학에 다닐 때 코린은 깨어 있는 시간의 거의 대부분을 영화를 보면서 보내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이가 더 들면서 영화와의 관계가 바뀌었다. 시가에 불을 붙이고 바다를 바라보며 코린은 이렇게 말한다. “뭔가 점점 덜 흥미로워졌어요.” 특히 스트리밍과 통합 제작의 시대에 만들어지는 영화에는 그가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인위적 특성이 있었다. “모든 것이 마치 그렇게 ‘처리된’ 느낌이에요. 대화조차도 획일적으로 느껴지고, 모든 사람이 다들 똑같이 말합니다.” 코린의 영화는 항상 이런 느낌에 대한 반박이다. 인위성, 고안된 줄거리와 배경, 전형적 맥락이라는 틀을 깨뜨리고 자신이 원하는 핵심으로 곧장 가는 것이다.
“영화를 볼 때 기억에 남는 건 거의 한두 장면이에요. 그렇다면 전부 그런 장면으로 구성된 영화를 만들 수는 없을까? 왜 이렇게 많은 시간을 커피 테이블이나 저녁 식탁에서 대화하는 사람들과 낭비해야 할까? 상상해보세요. 저는 어머니가 만든 사진집을 봅니다. 플라스틱 박스 뒤에 숨겨두었던 것인데 모두 빛바래고 거친 느낌이었죠. 하지만 정말 좋았습니다. ‘와, 이건 1980년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해변가에서 찍은 거네.’ 보드를 타던 시절, 까마득했던 저의 어릴 적 이야기이니까요.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제 기억은 당시 할아버지가 임종을 앞두고 있었던 순간으로 튀어 오릅니다. 당연히 여기에도 스토리가 있겠지만 설명이 생략되었다는 점이 다릅니다. 어떤 부분을 덜어낼까에 관한 것이고, 그래서 이렇게 무언가가 제거된 이야기는 항상 혼란스럽게 느껴지죠.” 오랫동안 그는 스튜디오와 손을 잡고 자신이 원하는 장편영화를 제작하려 애썼다. “<구모>, <줄리언 돈키보이>, <미스터 론리>는 평판은 있었지만 관객이 든 건 아니었어요. 저는 아무도 보지 못한 것들을 만드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코린의 영화들은 비선형적이고 유동적이었다. 지금은 유튜브 영상, 틱톡, 인스타그램 릴이 이런 느낌을 전달하지만, 당시 관객들은 종종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1997년 평론가 자넷 매슬린은 <뉴욕 타임스>에 <구모>를 ‘올해 최악의 영화’로 평했다. 코린은 이 순간을 정확히 기억한다. “하지만 저는 알아차렸습니다. 그녀가 그 직후 일을 그만뒀다는 사실을요. 매슬린은 비트를 바꿨고 대신 책을 리뷰하기 시작했어요.” 그가 웃으며 다시 말한다. “그것도 말이 돼요. 영화가 아닌 책을 보러 갔어야 했으니까요.”
1990년대 말부터 다음 세기로 넘어갈 때까지 코린은 개인적으로 어두운 시기를 겪었지만 계속해서 뭔가를 만들었고, 가끔 <스프링 브레이커스>와 같이 네온 빛 열기와도 같은 영화 속으로 슬그머니 들어가곤 했다. 그건 우리 모두가 하모니 코린의 기묘한 꿈속으로 들어간 듯한 순간들이다. 그는 자신의 영화를 두고 “상업적인 맥락에서 볼 때 마찰을 즐겼다”고 말하지만, 지난 10년간 과거와 같이 관객들이 다시 들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점점 더 회의적이었다. “더 이상 많은 아이가 극장에 가는 걸 볼 수 없어요”라고 코린은 말한다. “그건 나는 나만의 영화를 보고 싶은데, 마치 엄마가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것과도 같아요.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실 겁니다!”
<더 비치 범> 이후 코린은 항상 흔들리던 것이 마침내 끊어졌다고 털어놓는다. “평범한 영화에 흥미를 잃었어요. 저는 무언가 다른 것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건 정말 강박증처럼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 이후엔 과연 무엇이 올까요?” 오늘날, 코린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이 1백만 개로 산산조각이 났다고 말한다. “예전 방식은 이랬어요. 영화가 줄지어 나오고, 게임이 나오고 음악이 나왔죠.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다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제 여러분은 밖에 무엇이 있는지 모를 뿐 아니라, 그것이 나온 채널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합니다.” 어떤 영화 제작자들은 통합된 관객을 잃어서 우울할지도 모르지만 코린은 정반대의 기분을 느끼고 있다. “이 순간을 내내 기다렸어요. 이렇게 기능하고 이렇게 창조할 수 있는 순간이 오기를 말입니다. 저는 항상 여러분이 2D를 뛰어넘는 지점에 도달하고 싶었어요. 그건 미학적인 약물과도 같은데···. 그게 무슨 뜻인지 짐작할 수 있나요? 그렇다면 나 자신을 어디에 두면 좋을까요? 중심이 없습니다. 실제적인 것은 없어요. 인과관계는 완전히 지워졌으니까요. 그리고 여러분이 보고 있는 것은 단지 경험일 뿐이죠.”
“이게 홈 인베이전 Home Invasion입니다.” 보안 캠과 고프로 GoPro가 작동하는 컴퓨터 모니터를 가리키며 코린이 말한다. 화면에는 뿔 달린 마스크를 쓴 남녀가 마이애미 대저택들을 돌아다니며 난동을 누리고, 죄 없어 보이는 다양한 가족을 묶는 장면을 카메라와 고프로 영상이 재생 중이다. “우리는 영화를 게임화하는 중인데, 홈 인베이전은 때론 일인칭 슈팅 게임처럼 보이도록 설계되었어요. 영화 속에서 홈 인베이더들은 종종 게임을 합니다. 이때 아이디어는 관객들이 QR 코드를 스캔해 그들과 함께 게임을 하는 것이죠. 우리가 시도하려는 건 기본적으로 영상에 접속해 영화를 리믹스하거나 자신들만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어떤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코린은 홈 인베이더를 아기들의 얼굴로 대체하는 실험도 해왔다. 영화 제목도 <베이비 인베이전 Baby Invasion>이다. 또한 EDGLRD의 공동 설립자이자 제작 책임자인 주앙 로사와 함께, 성직자의 얼굴을 한 브라질 묘지기의 샘플 영상 작업도 테스트하고 있다. 바로 옆에서는 3D 아티스트인 질 우반도와 캐릭터 전문가 도미닉 배리어가 작업 중이다. 배리어는 처키 인형의 애니메트로닉스 이미지를 보여주고, 우반도는 야간 환경에서 스케이팅 중인 똑같은 인형을 보여준다. “여기서 우린 모든 것을 만들 수 있어요”라고 코린이 어깨너머로 말한다. “온갖 아이디어를 ‘생각나는 대로 가능하면 빨리 만드는 것’이죠. 베리어는 여기 앉아서 계속 만들어내고 이틀 안에 10초짜리 버전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코린은 스테이션마다 돌아다니면서 하우스의 모든 사람을 나에게 소개해주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니콜라우 베르게이로는 EDGLRD의 의상 프로토타입을 대부분 디자인한다. 일부는 치수를 고를 수도 있고 스웨트 셔츠 가슴 부분에 모니터가 달린 디자인도 있다. “이 옷을 입으면 이것 역시, 또 다른 화면으로 변화하죠”라고 코린이 말한다.
패션 디자이너뿐 아니라 스케이팅 파크를 여러 개 소유한 투자자와 비디오 게임 디자이너들도 만났다. 숀 파블로는 때때로 투명 베일로 만든 마스크를 쓰고 들락날락하고, 전 세계에서 접속한 더 많은 사람이 하우스 도처에서 볼 수 있는 줌 스크린으로 모여든다. EDGLRD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중 한 명인 카를로스 푸에요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버추얼 아트 부서에서 일했고, 전형적인 스튜디오 시스템과는 달리 관료주의나 장벽이 없는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기존의 모든 세트는 대개 촬영 1년 전부터 미리 만들지만, 여기선 엄청나게 빠른 작업이 가능합니다.” 그는 말한다. 푸에요는 현재 작업 중인 장면을 모니터로 보여준다. 코린의 얼굴과 머리를 스캔해 옥수수 밭으로 옮겨간 후 나에게 태블릿을 건네주고 카메라를 보게 하니, 갑자기 내 얼굴 표정이 코린의 얼굴에 입혀진다. “이게 바로 엔터테인먼트의 미래입니다. 하지만 이건 기본적인 기술에 불과해요. 게임 엔진은 매우 정교해져 즉석에서 원하는 거의 모든 걸 실현할 수 있습니다. 거의 모든 게 360도로 펼쳐져요. 당장에라도 콜 오브 듀티 트레일러를 들여다볼 수 있고, 그건 스필버그가 한 어떤 것보다 더 좋아 보이죠.”
코린은 종종 그들이 플레이하던 레프리콘 야쿠자 Leprechaun Yakuza 콘셉트도 있다고 한다. “야쿠자와 싸우는 초록 요정 레플리콘에 관한 것이에요. 우린 그걸 보여줘야 해요. 카시아, 지금 보여줄 수 있을까요?” 이스트 할리우드에서 작업 중인 또 다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시아 레빈은 줌을 통해 레프레콘이 활약 중인 장면을 띄워준다. “우린 게임 제작을 안내해주는 블링스 blinx도 만들고 있어요”라고 그녀가 설명한다. 코린은 “블링스가 무언인지 알려줘야 한다”고 재촉한다. “블링스는 현재 우리가 만들어내는 모든 것을 설명하는 단어예요. 영화나 게임 또는 부수적인 그 많은 어떤 것들을 그냥 블링스라고 부르고 있어요.” 코린은 카시아는 ‘현자’라고 말한다. “제가 아는 바, EDGLRD의 작업자들은 모두 철학자이자 삶에서 어떤 다른 것이 가능한지를 테스트해보는 실험자예요. 카시아는 특히 EDGLRD의 목적과 배경이 되는 이론에 능통해요. 즉, 온라인에서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때로는 아름답지만 종종 불쾌하거나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EDGLRD의 미학이 보는 사람들에게 현실의 불균형한 삶을 어떻게 반영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능숙하죠.” 카시아는 줌 화면에서 “우린 지금,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존재하는 순간에 있어요”라고 말한다.
“공공의 생활이 사라져가는 지금, 저는 가상 공간이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요. 많은 가상 현실 속 아바타들이 그렇듯이 말이에요. 새로운 아바타를 만드세요. 그게 한 가지 방법인 것 같아요. 여러분은 자신이 원하는 가장 근사한 내가 되어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하이퍼 가상 hyper-virtual과 하이퍼피지컬hyperphysical이라는 초현실적 공간을 오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린 가상 구현에 관심이 많은데, 그건 사람들이 가상 속에서 힘을 얻고 스릴과 역동적인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죠. 동시에 우리는 이를 세상 밖으로 나가는 현실과 연결하는 데도 주목하고 있어요. 그게 바로 옷과 스케이트 그리고 마스크 등 온갖 아이템을 수집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여기에 들어오는 이유입니다.”
“저는 EDGLRD가 정말 상징적이며 때론 병적이고 한심하다는 것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낍니다.” 카시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간다. “사람들은 스스로를 신격화할 수 있고 소셜 미디어와 가상화를 통해 초물리화된 존재로서의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현실 속의 우린 매일 편의점 즉석식품을 먹고 있고, 타고 다니는 자동차들도 엉망진창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가상의 공간에서 이중생활이 환상적으로 느껴지고요.”
EDGLRD의 배경이 되는 개념은 그 경계선에서 사는 것이라고 카시아는 설명한다. “정신 나간 가상현실 속에서 영광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고 그 후엔 현실적인 환멸이 올 테지만, 그럼에도 매력적인 가상의 일부를 우리의 현실 세계로 다시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죠.” 게임 디렉터 코리 마틴은 또 다른 줌 윈도우에서 목소리를 높인다. “우린 이토록 감각적인 경험을 만드는 것에 정말 흥분하고 있어요. 모든 것이 한꺼번에 치솟았다가 다시 제로가 되는 경험이기도 하죠.” EDGLRD의 프로덕션 및 테크니컬 책임자인 벅 와이어스는 이를 “미학적 약물 효과”라 부른다. “여긴 온통 내 세상이에요.” 코린의 목소리가 작게 들리는 걸 보니, 그가 또다시 뿔 달린 마스크를 뒤집어쓴 듯하다. “이게 바로 경계선이고 제4의 벽입니다.” 요즘 코린은 젊은 시절의 과도한 행위들, 즉 심야 TV 쇼의 퍼포먼스 아트, 약물, 몸싸움, 불면증 등이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건 얼마든지 완전히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 있어요. 세상은 더 이상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으니까요. 지금 우리가 작업하는 것도 이러한 개념을 담고 있어요. 글쎄요···. 그걸 뭐라 말해야 할까요? 충분히 모든 걸 초월할 수 있는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다음 날 아침, 코린과 함께 팜비치 해변가를 따라 산책을 했다. 나는 코린에게 ‘그가 여전히 지갑을 계속 잃어버리는 것, 계약서가 담긴 전자제품을 부수거나 10대 때부터 자신만의 독특한 길을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것을 보는 것이 재밌다’고 털어놓았다. “네, 저도 알아요.” 습한 플로리다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라벤더 코듀로이 팬츠와 폴로 셔츠를 입고 있는 그가 말한다.
“아내조차도 ‘도대체 뭐야?’라고 말합니다. 뭘 지적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괜찮은 거 같은데요. 모든 건 그냥 진행 상황일 뿐이고, 솔직히 말해서 엉망진창인 것 또한 어떤 면에선 정말 흥미롭거든요.”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간에, 코린은 모든 것을 걸고 있다. “노후 대비나 뒷일 따위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매 순간, 인생을 그곳에 갈아 넣는 거죠.” 사람들 곁에 있는 게 힘들어지면 그는 작업실로 가서 그림을 그린다. 최근엔 오랜 파트너 갤러리인 가고시안 Gagosian을 떠나 하우저 앤 워스 Hauser & Wirth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일종의 다음 단계를 향한 과정이에요. 새로운 쇼, 새로운 갤러리, 새로운 작품을 뜻합니다.” 그는 휴대 전화에서 몇몇 작품을 보여준다. <아그로 드리프트>의 스틸 장면들을 바탕으로 거대한 캔버스에 무성하고 강렬한 컬러가 채워진 현란한 느낌의 유화들이다. 이 유화들은 그의 영화 속 무언가를 떠올리게 만든다. 자신이 하는 일에는 능숙하지만 특별히 즐겨 하지 않는 <아그로 드리프트>의 암살자 모습을 담고 있기도 하고, 글 쓰는 걸 내켜 하지 않는 반항적인 시인으로 분했던 <더 비치 범>의 매코너 헤이도 떠오르게 만든다. 코린에게 ‘이 아이디어가 의도적인지?’를 물어보자 “맞습니다. 저는 그 캐릭터에 집착해요. 정말 끌리거든요. 극단적인 재능을 가졌는데 마지못해 하는 사람들이죠”라고 말한다. 나는 항상 이런 집착은 자전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능을 가진 사람들에게 최악의 적은 바로 자신이듯이 말이다. 코린은 웃음을 터뜨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재능이 무엇이든지 싸우곤 하죠.” 코린은 훌륭한 영화 제작자였지만, 항상 영화 만드는 일을 좋아한 것은 아니다. “솔직히 그림을 그리면서 더 많은 만족감을 얻어요.” 바다를 바라보며 코린이 말한다. “영화를 만드는 일은 별로 즐겁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계속 만드는 것 일까? “즐겁지는 않지만 계속 영화에 끌려요. 예전만큼 영화들을 많이 찾아보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어요. 어느 날은 아내가 존 휴스턴과 존 밀리어스 영화를 보고 있는데, 잠시 힐끗 보다가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무언가에 관통된 듯, 분명히 매력적이었어요. 그 영화들은 훌륭했습니다.”
그는 다시 전통적인 영화를 제작할 생각이 있는 것일까? “가능해요. 테렌스 맬릭은 제가 감독하길 바라는 대본을 써주었어요. 정말이지 아름다운 대본이죠. 아마도 전통적인 영화 제작으로 되돌아갈 유일한 선택일 겁니다. 하지만 그때도 지금도 어려운 건 뷰파인더를 통해 테이블에서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사람들을 촬영하는 거예요. 왠지 이 모든 대화가 항상 방해가 됩니다. 여러분이 정말로 신경 쓰지 않는 이 모든 것이···. 저는 모르겠어요. 그건 아마도 특별히 나만 그러는 경우일 테죠. 그의 영화를 사랑하고 어렸을 때부터 사랑했기에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일종의 빅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코린은 멈춰 서서 해변가를 가리킨다. 셔츠를 풀어헤친 한 남자가 비치볼만큼이나 빵빵한 배를 드러내며 걷고 있다. “만일 맥주통에 부착할 무언가를 가져간다면 어떤 상상이 드나요?” 수도꼭지? “네. 수도꼭지. 그럼 플로리다로드 시퀀스 같은 걸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진짜 맥주통에는 식도를, 그의 배에는 수도꼭지를 설치하고 ‘라거는 그의 배에서 흘러나온다!’를 외치는 거죠.”
코린은 어렸을 때 거의 잠을 잘 수 없었고, 밤낮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제 그는 첨단 기술로 몇 초, 몇 시간, 며칠 안에 어떤 아이디어도 실현할 수 있는 숙련된 협업자들이 가득한 비치 하우스를 갖게 되었다. “꿈은 또 다른 꿈을 만들어내고, 계속해서 확장되면서 또 다른 우주를 창조합니다. 어느 순간에는 창의성이 압도적일 수 있어요”라고 그가 말한다. “저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일단 꿈을 꾸기 시작하면 결코 끝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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