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GQKOREA MEN OF THE YEAR – FELIX
필릭스가 마주하길 주저 않는 것.
GQ 오늘 카멜레온과의 촬영이 무섭지는 않았어요?
FL 안 무서웠어요. 호주에서 캠핑을 한 기억이 많거든요. 캠핑을 하다 보면 캥거루가 훅 지나갈 때도 있고 코알라가 그냥 나무 위에 앉아 있어요. 사실 카멜레온은 호주에 많지는 않은데, 오히려 그래서 좋았어요. 많이 못 봤으니까.
GQ 그 친구는 예멘에서 왔대요.
FL 쓰담쓰담해주니까 잘 있더라고요. 카멜레온이랑 같이 찍는다는 게 영광이라고 느꼈어요. 모든 동물은 귀엽고 소중해요.
GQ 아까 <On Air GQ FM>에서 호주의 쿠지 비치 Coogee Beach로 여행가보라고 추천했죠. 필릭스 씨에게 어떤 추억이 있는 곳이에요?
FL 어릴 때 엄청 많이 가봤어요. 거기서 제 가족과 다른 친구들 가족, 늘 같이 식당에서 만나 맛있는 밥을 먹고, 바다를 바라보면서 멍 때리고, 그러다 바다에 수영하러 가고. 그런 추억이 되게 많아요. 그리고 더 생각났던 게 멤버들이랑도 가서요. 투어하면서. 다 같이 맛있는 걸 먹고 바다에서 바람 쐬던 그림 같은 풍경이 너무 아름답게 기억에 잘 남아 있어서, 그래서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힐링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GQ 예전에 에릭남의 <대박쇼>라는 콘텐츠에서 어린 시절을 이야기해주는 노래는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혹시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해요?
FL 이매진 드래곤스 Imagine Dragons? 맞죠? 사실 그때 답변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그래도 어렸을 때 제가 이매진 드래곤스라는 밴드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GQ 맞아요. 특히 ‘암스테르담 Amsterdam’ 곡을 꼽았죠.
FL 오, 맞아요.
GQ 이유는 나오지 않아서 궁금했어요. ‘암스테르담’과 필릭스의 어린 시절은 어떤 연결고리인가요?
FL 그때 고등학생이었거든요. 고등학교 입학했을 때 제가 다니던 학교가 좀 멀었어요. 1시간 20분 걸리는 정도? 기차를 타고 그다음에 버스를 타야 학교에 도착했는데, 어쨌든 그 긴 시간 동안 노래를 많이 찾아보고 들었어요. 그중에서도 아침 일찍 기차에 앉아 창문 바라보면서 멍 때리고, 멍 때리면서 이 ‘암스테르담’이라는 노래를 열심히 들었어요. 학교 가는 길 그리고 돌아오는 길, 해가 뜰 때도 질 때도요. 그래서 추억이 많이 쌓인 것 같아요. 좀 힘들었을 때 아니면 좀 행복했을 때 아니면 좀 피곤했을 때, 항상 이 노래를 듣고 ‘힘을 내자’, ‘오늘 하루도 좋게 보내고 잘 마무리하자’는 마인드를, 이 노래 덕분에 그렇게 생각하게 됐어요.
GQ 들어볼까요? 제법 밝고 힘 있네요.
FL 리듬도 좋고 후렴의 가사도 좋아요.
GQ 그러니까. “타임 윌 컴 Time Will Come”이라는 가사가 와닿는다고도 했죠?
FL 맞아요. “Your Time Will Come If You Wait For It”.
GQ 필리스 식으로 번역해본다면 어떤 의미예요?
FL Your Time Will Come If You Wait For It···, 그리고 마지막에 “It’s Hard, Believe Me I’ve Tried”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그 마지막 문장 “It’s Hard, Believe Me I’ve Tried”가 “힘든 거 알아, 나도 겪어봤으니까” 그런 표현인데, 그 표현까지 들었을 때 공감이 됐어요.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나만 힘들지 않다. 나만 외롭지 않다. 오히려 그러니까, 예를 들면 내 친구들, 내 가족, 누구든 힘든 일이 있을 텐데 모두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힘듦을 좀 더 이해하고, 좀 더 잘 들어주려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변한 것 같아요. 그 노래 덕분에 힘듦을 좀 더 버텼고, 버틴 만큼 좋은 일이 또 온다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나 그렇게 다시. 밸런스를 찾는 기분이 들어요.
GQ 균형.
FL There Is Bad, There Is Good. There Is Evil, There Is Good. There Is Dark, There Is Light. 이런 밸런스가 있으니까. 그걸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GQ 필릭스 씨로 인해 들으면서 좀 놀란 노래가 있어요. ‘Deep End’.
FL 아! 그래요?
GQ 필릭스 씨가 처음으로 단독 작사, 심은지 작곡가와 공동 작곡한 노래죠. 이 노래를 들으면 눈물 흘리는 사람도 있을 거란 걸 알고 있었죠?
FL 아뇨, 몰랐어요.
GQ 그러면서 왜 팬들에게는 이 노래 많이 들으면 안 된다고, 슬플 거라고 했어요?
FL 약간 농담으로 많이 들으면 울 수도 있다 그랬는데 진짜 울었다면 너무 미안해지는 마음이에요.
GQ 그 노래를 만들면서 필릭스 씨 감정은 어땠어요?
FL 그때를 생각하면 우울해진다, 이런 건 아니고, 그 우울했던 시절을 잘 기억하니까 이제 가사와 노래로 표현한 거였어요. 그때보다는 조금 성숙해졌는데, 그래서 그때 상처받았던 마음을 다시 생각해도 이제는 큰 의미가 없으니까. 이제는 나한테 영향을 주지 않으니까. 일단은 많은 분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어요.
GQ 어떻게 만들게 됐어요?
FL 멤버들이 워낙 작사, 작곡을 열심히 하고, 저도 참여하면서 조금씩 경험이 쌓이다 보니까 ‘나만의 노래도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들었을 때 편하고 자연스러웠으면 좋겠어서, 그래서 노래를 억지로 만들지 않고 천천히 저만의 시간으로 만들었어요. 그랬는데도 생각보다 빨리 만들었던 것 같아요.
GQ 얼마나요?
FL 일주일.
GQ 금방 만들었네요.
FL 가사는 이삼일 만에 썼는데 노래 전체를 만드는 데는 한 일주일 걸렸어요.
GQ 말 그대로 솔직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실화인지 허구인지는 궁금하지 않아요. 어떤 생각을 하면 이런 가사를 쓰는 걸까? 그게 궁금했어요. 어떻게 이런 가사를 썼을까?
FL 제가 어릴 때 호주에서는 워낙 감정이 좀 깊은, 이모셔널 Emotional한 ‘F’였어요. 아직도 ‘F’지만.(웃음) 그래서 상처받으면 크게 상처를 받는 그런 마음이 있었어요. 그리고 어릴 때는 친구였다가 싸워서 친구가 되지 않거나, 학교가 달라지면서 멀어지거나, 바빠서 친구를 이제 만날 수 없게 되는 일들이 있잖아요. 레퍼런스로 삼은 영화가 하나 있는데 이름이···, 잠시만요, 찾아볼게요. <Bridge To Terabithia>예요.
GQ 우리나라에는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라는 이름으로 2007년에 개봉했네요.
FL 주인공이 새로운 친구를 만나서 완전 ‘짱친’이 되는데 친구가 돌아가요. 슬픈 내용이에요. 드라마도 좋아하는데 (회차가 많은 드라마보다는) 끝나는 점을 보고 싶어서 영화를 더 많이 보게 돼요.
GQ ‘Deep End’가 실린 앨범의 전체 25곡 중 이 노래만 음률보다 가사가 먼저 나와요. 툭. 이걸 뭐라 그래야 할까, 패기가 느껴졌다고 해야 하나?
FL 어, 그래요?(웃음) 패기 있다!
GQ 필릭스 씨의 아이디어였어요?
FL 맞아요. 시작은 음악 없이 말하듯이, 물론 그 말하는 톤에도 멜로디가 있겠지만, 그냥 정말 상대에게 말하듯이 하고 싶었어요. 전체적으로는 피아노로 표현하는 게 이 곡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심은지 작가님(작곡)에게 피아노 연주로 부탁드렸어요. 제목이 ‘Deep End’잖아요. 제가 그동안 신나는 노래를 많이 해봤으니까 이번에는 아예 다르게 가보고 싶었어요. 바다의 밑바닥까지 표현하고 싶었어요. 바다 수영하다가 너무 멀리 갔는데 아무도 없어요. 그런데 물속을 보면 물속에도 아무것도 없잖아요. 볼수록, 되게 깊어질수록 더 까매지잖아요. 그만큼 마음이 ‘Deep End’만큼 떨어지고 있다, 그런 표현을 하고 싶었어요.
GQ 어떤 문장을 제일 먼저 썼나요?
FL How’ve You Been? I Guess You’re Fine.
GQ 첫 가사가 노래 시작이 된 거군요.
FL 네, 친구에게 말하듯이. 누구든 좋은 시간을 보냈든, 그렇지 못하다 헤어졌든, 다시 마주치게 될 때는 “Hey, How’ve You Been?” 안부를 묻잖아요. “안녕? 잘 지냈어?” 하고. 그래서요.
GQ How Have You Been? 잘 지내요?
FL 그럼요. 감사합니다. 다들 자기만의 행복이 다르잖아요. 예를 들면 누군가는 단 걸 먹으면 행복해지고, 누군가는 짠 걸 먹으면 행복해지고, 자기만의 테이스트가 다른데 모두 자기만의 행복을 찾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천천히 잘 찾아가면 좋겠어요. 찾았다면 축하해주고 싶고, 그대로 잘 힐링하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GQ 묻지 않을 수 없네요. 필릭스 씨가 찾고 싶은 행복은 무엇인가요?
FL 저는 스테이가 열심히 지켜봐주고 사랑을 워낙 많이 주니까 그런 행복을 이미 찾긴 했는데, 그래서 멤버들과 스테이랑 같이 있으면 행복한데, 그런데 ‘혼자 있을 때는 내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지?’ 이런 생각이 드는 것 같긴 해요. 그래서 저도 찾고 있어요. 열심히.
*카멜레온은 전문가의 관리하에 안전하게 촬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