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 대한 진정한 지혜는 단 하나뿐이다.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다.
글 / 양성관 (가정의학과 전문의,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 저자)
2023년은 역대 최대의 해가 될 것이다. 마약에 관해서다. 최근 인기 연예인들이 마약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지만 이는 TV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요즘은 일반 병원에서도 약에 중독된 이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어디가 아프다는 말 대신 특정 약을 콕 집어 처방해달라고 한다. 과거에는 페치딘 같은 마약성 진통제를 원하는 40~50대 남성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다이어트 약이나 수면제를 비롯한 항정 신성 약물을 달라고 하는 20~30대 여성이 늘었다. 이미 약에 중독된 상태라 의사인 내가 중독이 의심되니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해도 중독자는 듣지 않는다. 충혈된 눈으로 오로지 약을 달라고 악다구니를 쓸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간신히 병원 밖으로 내보내는 것뿐이다. 통계로도 이런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전체 마약사범 수가 2022년에는 1만8천3백95명이었는데, 올해는 1월부터 8월까지 합한 수만으로도 이미 작년 수치에 근접했다. 하지만 검찰이나 경찰에게 잡힌 인원수만 이러하다. 마약을 했으나 발각되지 않은 사람까지 계산하기 위해 한국 마약범죄의 평균 암수율인 20~28를 곱하면 대략 50만 명이 넘는다. 그러니까 수치적으로는 우리나라 사람 1백 명 중 1명이 마약을 하고 있는 셈이다.
마약에 대한 책을 쓴 나에게 많은 분이 왜 이렇게 마약을 하는 사람이 늘었냐고, 어떤 사람이 마약을 많이 하느냐고 묻는다. 답은 간단하다. 전자는, 접근하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후자는, 그래서 누구나 할 수 있게 됐다. 가장 큰 촉매제는 유통과 판매 방법에서 일어난 변화다. 한 손으로는 돈을 건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물건을 건네는 일명 ‘손손 거래’는 이제 유행이 지났다. 연락도, 돈도, 물건도 모두 상대의 얼굴도 모른 채 텔레그램, 다크웹, 암호화폐, 국제 우편으로 오간다. 이제 마약 거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대면 거래로 진행된다. 무엇이든 비대면을 활성화시킨 코로나19 팬데믹이 남긴 ‘뉴노멀’ 아닌 ‘뉴노멀’이다. 실제로 마약 적발 건수는 2020년 코로나19가 시작되자 2021년까지 잠시 주춤했으나 봉쇄가 풀리기 시작한 2022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2023년에는 또다시 가파르게 신기록을 향해 가고 있다.
마약을 하는 이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독에는 단계가 있다. 술, 섹스, 도박, 그다음이 마약이다. 상자 속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과 애나 렘키의 책 <도파민네이션>에 따르면, 섹스를 할 때 분출되는 도파민(중독 관련 신경 전달 물질)이 1이라면 니코틴은 1.5, 코카인은 2.25, 필로폰을 할 때는 10이다. 얼마 전 ‘히로뽕’에 중독되어 금단증상으로 온몸을 떨며 포승줄에 묶여 경찰들과 함께 응급실로 온 남자가 있었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했으나 당시 경찰은 내게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 이 사람 꾀병이죠? 괜히 이러는 거죠?” 우리는 마약을 알면서도 모른다.
대부분 마약을 하는 사람을 범죄자나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절대 그렇지 않다. 술은 인간에게 닿기 쉬운 존재이고, 인간은 술에 취하면 자신도 모르게 크고 작은 사고를 친다. 무단 횡단이나 욕을 하기도 한다. 마약도 마찬가지다. 마약 경험자들 대부분이 호기심에, 유혹에, 술잔처럼 쉽게 쥐여진 약을 투약한다. 다만 마약은 머릿속에서 도파민을 담고 있던 댐을 무너뜨려 홍수를 낸 재앙과 같아서, 다시 댐을 짓고 물을 채우려면 최소 1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린다. 아예 마약에 대한 접근을 막으려면 교육이 필수다. 중독된 이들이 다시 마약을 찾지 않게 하려 치료와 재활이 필수다. 의지만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치료와 재활을 하면 3명 중 1명이 약을 끊는다. 그러나 마약에 대한 진정한 지혜는 단 하나뿐이다.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