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풍성한 연말연시, 우리나라에서 소주를 마시는 절차와 방법, 갖춰야 할 예의를 정리했다. 이것만 알면 어디 가서도 “잘 배웠다” 소리를 들을 수 있다.
🍶 자리 선정
좋은 자리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입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벽을 등지고 앉을 수 있는 곳.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을 볼 수 있도록 출입문을 바라보고 있는 자리. 다른 테이블의 손님과 종업원의 간섭을 받지 않으며 한쪽에 치우쳐 있지 않은 중앙. 술자리를 가지게 된 목적과 배경을 고려해 중심인물 또는 연장자가 상석에 앉는다. 상석 맞은 편이 차석이다. 비지니스 술자리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 <술자리도 능력이다>에서는 술자리를 무대로, 참석자를 등장인물로 비유한다. 등장인물의 정보와 성격을 간단히 파악해두면 술자리를 이해하기에 좋다.
🍶 술 권하기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이나 술자리를 만든 사람에게 먼저 잔을 권하고 술을 따른다. 오른손으로 술잔을 잡고 왼손 끝으로 잔의 아래나 오른손 아랫부분을 살짝 받친다. 거리가 멀어 두 손으로 술병을 잡기 어려울 때는 왼손을 오른쪽 가슴 위에 올린다. 술병의 방향은 병의 바닥이 내 몸통으로 오도록. 테이블 위에 술잔을 놓고 따라주는 것은 매너가 아니다. “한 잔 따라드릴게요.” 정도로 말을 먼저 건넨다. 상대가 술잔을 들면 그때 술을 따른다.
🍶 술을 따를 때
와인은 보통 병의 라벨이 보이게 따른다. 서양과 문화가 다른 우리나라는 보통 겉의 라벨을 손바닥으로 자연스럽게 감싸고 따른다. 이때 병목을 잡고 술을 따르지 않도록 주의한다. 술잔과 병은 닿지 않게 약간 떨어뜨리고 소주와 맥주 기준 잔의 70% 정도만 술을 따른다. 멀리 있는 연장자에게 술을 드리러 갈 때는 병과 잔을 한 손에 든다. 집게손가락과 중지 사이에 병목을 끼우고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잔을 든다. 병을 테이블 위에 먼저 올려놓고 잔을 내려놓은 다음에 술을 따르면 된다.
🍶 술을 받을 때
동방예의지국에서는 세 살짜리 어린아이도 안다. 누군가 무언가를 주면 두 손으로 받아야 한다는 것을. 술 역시 두 손으로 받는다. 연장자와 둘이 술을 마시고 있다면, 술을 받자마자 입술을 적시고 내려놓는다. 소주 마시는 법에 대한 고찰을 쓴 책 <알랑말랑 소주 탐구생활>에서는 이를 술을 따라준 상대에 대한 호의라고 말한다. 이 매너를 발휘하는 덱스의 유튜브 쇼츠는 24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좋은 반응을 남겼다.
🍶 건배
다 같이 술잔을 채울 때는 모두가 함께 건배하자는 의미다. 잔이 차 있어도 먼저 입술을 적시거나 잔을 내려놓지 않고 기다린다. 건배 역시 두 손으로 한다. 상급자나 연장자보다 잔을 낮게 들고 살짝 부딪힌다. 분위기를 띄운다고 힘차게 부딪혔다가 술이 넘치면 오히려 어색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 술을 마실 때
고개를 연장자의 반대 방향으로 돌리고 입을 가린 다음 마신다. 양옆에 연장자가 있다면 비교적 덜 상급자의 방향으로 입을 가리고 마시면 된다. 술자리가 있기 전 이해 관계를 미리 알아두면 덜 당황스럽다. 전화를 받거나 화장실을 가는 등 자리를 비울 때는 가장 가까운 주변 사람에게 조용히 알린다.
🍶 대화 중
우리나라 정서상 잔이 비어 있다는 것은 정이 없다는 뜻이다. 일본은 술이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그때마다 잔을 채우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 잔에 술이 남은 상태에서 술을 따르는 것을 ‘첨잔’이라 하여 죽은 혼령에게 하는 행위로 금기시해 왔기 때문. 대화 중에도 주변을 잘 살피다가 빈 잔이 보이면 채워준다. 빈 잔을 아무도 채워주지 않으면 방치당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잔이 빈 채로 기다리다가 혼자서 술을 따르는 사람을 뒤늦게 발견하면 “아이고, 죄송합니다!” 정도의 대사를 더해 술을 따른다.
🍶 마무리
계산을 한 사람이 했다면 그에게 잘 먹었다고 인사한다. 자리를 떠날 때는 두고 온 것이 없는지 전체적으로 살핀다. 술을 무리해 많이 마신 것 같은 사람을 마지막까지 배려한다. 상태를 묻고 택시를 잡아주거나 동행을 구해준다. 본인이 과음으로 만취한다면 앞의 예절을 깍듯이 지켜도 소용이 없다. 중요한 술자리일수록 주량보다 적게 마실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