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토너를 위한 슈퍼 슈즈, 나이키 알파 플라이 3의 출시가 임박했다. 나이키 풋웨어 팀의 프로덕트 디렉터 브렛 스쿨미스터(Bret Schoolmeester)가 직접 이 신발에 숨겨진 목적과 기능에 대해 설명했다.
나이키 알파 플라이는 러너에게는 너무도 잘 알려진 신발이다. 특히 풀코스 마라톤을 준비하거나 PB를 경신하기 위해 훈련하고 있는 러너라면 말이다. 알파 플라이는 도로 위의 슈퍼카들처럼 굉음을 내지는 않지만 두꺼운 미드솔과 날렵한 갑피가 함축하고 있는 디자인 언어만으로 커다란 존재감이 느껴진다. 2019년 엘리우드 킵초게가 이 신발을 신고 마라톤 2시간의 벽을 깼고(비공식) 올해 시카고 마라톤에서 2시간 35초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세계신기록을 세운 켈빈 킵툼 또한 알파 플라이를 신었다. 알파 플라이가 가장 빠른 러닝화라는 데는 갑론을박이 있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빠른 마라토너들이 이 신발을 신고 있다는 데는 논쟁이 필요하지 않다.
나이키 풋웨어 팀의 디렉터인 브렛을 인터뷰한다고 주변에 말했을 때 달리기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많은 질문을 보내왔다. 잠시 동안 메시지 알림이 끊이지 않았다. 꽤나 비평적인 질문도 있었고, 재밌는 질문도 있었다. 그만큼 이 신발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것이다. 다만 안정성과 관련된 질문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슈퍼카를 두고 안전벨트나 에어백 시스템에 대해 묻는 것처럼 지엽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렛은 예상보다 많은 부분을 알파 플라이 3의 안정성과 착화감 등에 대해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슈퍼카와는 달리 인간의 발은 42.195km를 달려 나가기 위해서 추진력 못지 않은 안정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에 어느정도 동의했다. 단, 스피드를 잃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브렛은 알파 플라이 3를 손에 들어 보였다. 인터뷰는 화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가까이서 볼 수는 없었지만 알파 플라이 2와 비교해 확연히 달라진 점이 눈에 띄었다. 바로 미드솔이었다. 전작인 알파 플라이1, 2는 발뒤꿈치에 두툼한 줌X폼이, 앞꿈치에는 에어 줌이 삽입되어 있다. 옆에서 보면 납작한 빵을 두 개 붙여 놓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신발의 중앙부인 아치 부분에는 약간의 틈이 보인다. 추진력을 내는 데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제거한 것이다. 그러나 알파 플라이 3는 두꺼운 바게트 빵처럼 뒤꿈치와 앞꿈치의 폼이 이어지도록 보강한 모습이었다. 브렛은 이것이 에너지 전환을 부드럽게 하며 발의 아치를 편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탄소 섬유로 만든 플라이플레이트(Flyplate) 역시 더 확장되었다. 브렛은 그럼에도 알파 플라이 2와 비교해 무게를 15% 줄였다고 설명했다. 알파 플라이3의 무게는 280mm 기준 220g이다.
이 대목에서 궁금한 점이 있었다. 어떻게 폼과 플레이트를 더 많이 삽입하면서 무게는 줄일 수 있었을까? 나이키는 그 해답을 아웃솔과 폼, 갑피에서 찾았다. 브렛은 패스트 샷(Fast Shot)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서 아웃솔에 들어가는 고무의 두께와 범위를 줄였고, 이것이 무게를 획기적으로 낮춰 주었다고 했다. 또한 폼을 가공하고 갑피에 쓰인 아톰니트 3.0(Atomknit 3.0)를 직조하는 과정에서 무게를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신발 끈 하나까지 들여다보면서 중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대화를 나누면서 이 러닝화가 더욱 궁금해졌다. 줌 인터뷰에 접속한 기자와 러너들은 본격적으로 질문을 쏟아냈다. 예정했던 인터뷰는 조금 더 길어졌고, 덕분에 우리가 알고 싶어했던 알파 플라이 3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누군가 물었다. 알파 플라이 3는 어느 정도 기록을 보유한 러너에게 권장할 만한 신발인가? 많은 러너들이 이것에 대해 궁금해 할 것이다. 스피드를 내는 데 모든 기술이 집약되어 있는 슈퍼 슈즈는 발목과 무릎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엘리트 러너를 비롯해 잘 훈련된 러너들에게 권장되어 왔다. 알파 플라이 3는 누구를 위한 신발인 것일까? 나이키의 답변이 궁금했다. 브렛은 엘리트 선수부터 4시간 이상 소요되는 러너까지 이 신발을 신을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보호 기능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폼과 갑피의 내구도와 관련된 질문에서는 400~450km까지 달릴 수 있으며, 그 이상 달려도 우수한 퍼포먼스를 유지한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기자는 브렛이 들고 있는 알파 플라이3에 새겨진 숫자를 궁금해 했다. 도색 전의 줌X폼에는 누군가 매직 펜으로 표시해 놓은 듯 무심하게 쓰인 알파벳과 숫자가 보였다. 브렛은 이것이 알파 플라이 3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몇 개의 프로토 타입이 만들어졌는지, 몇 명의 테스터가 참여했는지 기록해 둔 것이라고 했다. 알파 플라이 3는 수많은 프로토 타입과 러너들의 테스트를 통해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이키는 2001년부터 미국, 케냐, 서유럽, 일본 등의 300명이 넘는 엘리트 선수들에게 알파 플라이의 새로운 버전을 제공하고 테스트 해 왔다고 한다. NSRL(Nike Sport Research Lab)에서 테스트한 거리는 무려 32,000km가 넘는다. 그 과정에는 킵초게, 시판 하산, 켈빈 킵툼과 같은 세계 최고의 러너들이 함께 해 왔다.
과연 나이키는 2시간의 벽을 허물고 어디까지 달려 나가고자 하는 것일까?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나이키 러닝에는 피시니 라인이 없습니다(There is no finish line at Nike Running)” 브렛이 자랑스럽게 손에 들고 있던 알파 플라이3의 출시 날짜는 2024년 1월 4일. 새해의 목표 중 하나가 ‘달리기’라면 자신을 위한 선물로도 좋겠다.
+ 2024년에 나이키가 출시하는 두 개의 트레일 러닝화
나이키 제가마 2
장거리 트레일러너들을 위한 신발. 비브람과 협업을 통해 바위, 진흙, 물 등 다양한 지형에서 최상의 접지력을 제공하는 비브람 메가그립 아웃솔을 적용했다. 2024년 5월 출시.
나이키 페가수스 트레일 5
로드와 트레일을 잇는 로드 투 트레일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새로운 러닝화. 미드솔에 나이키 리액트 X를 적용했다. 2024년 5월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