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는 것보다 케이크는 근사한 와인 안주다.
1️⃣ 떼르트르 로트뵈프
x 체리 초코 케이크
떼르트르 로트뵈프는 그 자체로 ‘체리 초코 케이크맛 와인’이다. 잘 익은 체리와 다크 초컬릿의 지배적인 풍미, 벨벳 같은 질감의 조합이 합쳐져 체리 초코케이크의 맛을 그려내기 때문이다.
와인메이커인 프랑수와 미자빌은 포도가 완전히 익을 때까지 수확을 기다린다. 때가 왔다고 한 번에 모든 포도를 수확하는 것이 아니라 며칠에 걸쳐 포도 하나씩의 상태를 확인하고 딴다. 게다가 값비싼 새 오크통의 사용 비율도 100%에 달한다. 그 결과 굉장한 파워를 지닌 동시에 어린 빈티지부터 원숙하고 관능적인 과실 캐릭터를 표현한다. 동급의 다른 와인에 비해 최신 빈티지도 마시기 좋다.
🍒🍫 이렇게 고생해 만든 최고급 와인이지만 보르도의 그 흔한 ‘그랑 크뤼’라는 글자가 라벨에 보이지 않는다. 등급 심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와인 애호가들이 ‘보르도 우안 컬트 와인 중 가장 가성비가 좋은 와인’이라고 치켜세워주니 ‘무관의 제왕’인 셈이다. 단점을 하나 꼽자면, 가격. 와인 한 병이면 체리 초코케이크 10판을 살 수 있다.
2️⃣ 도멘 알랑 위들로 노엘라 – 샹볼 뮈지니
x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부르고뉴 샹볼 뮈지니 마을의 와인은 원래 생딸기 맛이 강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알랑 위들로 노엘라의 것은 특별히 더 딸기 맛이 좋다.
비유하자면 ‘한 곳도 뭉그러짐이 없는 최상급 딸기만을 아낌없이 사용해 유크림 100% 천연 생크림과 섞어 만든 궁극의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의 완성도랄까. 이 와인은 만화 <신의 물방울>에도 소개된 바 있다. 여성적이고 부드러우며 섬세한 꽃 내음이 돋보이는 와인으로 쓰였는데 내 시음 평도 같다.
🍓🍰 피노 누아가 지닌 여리고 섬세한 캐릭터를 균형감 있게 표현한 수작이 바로 이 와인이다. 장점은 최고급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를 살 수 있는 주머니 사정이면 부담스럽지 않을 가격. 단점은 구하기 어렵다는 점. 10년 전만 해도 1년에 2~3병씩 마셨는데 최근에는 실물을 보지 못했을 정도다.
3️⃣ 아리스토스 – 두케사
x 피칸파이
피칸 파이는 크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케이크 대용으로 인기있는 디저트다. 크리스마스와 견과류는 계절적인 분위기상 잘 어울리기도 한다. 아리스토스는 부르고뉴 본 로마네의 특급 생산자로 꼽히는 도멘 뒤 꽁뜨 리제 벨에어가 칠레의 와인 메이커와 합작해 2003년 설립한 와이너리다. 현재는 원만하게 지분을 정리하며 결별했다고 하지만, 리제의 명성 덕택에 많은 사람들이 아리스토스의 와인을 맛봤고, 칠레 와인 특유의 거친 느낌이 없는 매우 파인한 이미지의 와인이 탄생했다는 사실에 감탄해 많은 사람이 팬이 되었다.
🥜🥧 두케사는 이들의 플래그십 샤르도네 100% 와인으로 부르고뉴 뫼르소 와인과 매우 닮았다. 일반적인 뫼르소가 아니라 탑 생산자의 뫼르소를 연상시키는 볼륨감을 경험할 수 있다. 깜짝 놀랄 정도로 좋은 궁합이니 꼭 한 번 시도해 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