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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기를 맞이한 K-다이닝

2023.12.15신기호, 전희란, 김은희

올해 안팎으로 활약한 K-를 요약한다.

글 / 최정윤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한국 & 중국 지역 부의장)

얼마 전 뉴욕 푸드 저널리스트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요즘 뉴욕에서 가장 ‘인싸’가 누군지 알아? 한식당을 예약할 수 있는 친구야!” 맞다. 지금 세계적인 미식의 도시 뉴욕에선 한식당을 열었다 하면 줄을 서는 “황금 시대 Golden Age”에 있다. 뉴욕에서 기사 하나로 식당 문을 닫게 할 수도, 줄을 세울 수도 있는 <뉴욕 타임스> ‘The 100 Best Restaurants in NYC’ 2위,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 선정 뉴욕 최고의 셰프로 뽑힌 아토믹스의 박정현 셰프, 박정은 대표의 활약이 올해 가장 눈부셨다. 아토보이, 아토믹스 오픈에 이어 올해 록펠러 센터에 연 나로 Naro, 서울살롱까지, 오픈하는 레스토랑마다 뉴요커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태국 최초의 한식 파인 다이닝 ‘죽순채’도 눈여겨볼 곳이다. 태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프랑스인 프레데릭이 태국에 오픈한 한식 파인 다이닝은 오픈하자마자 1~2개월 예약 대기가 걸렸다. 프랑스 미식가 집안에서 태어난 프레데릭은, 더 다양한 한식 콘텐츠가 필요했던 태국 신에 한식 장, 발효와 같은 한국 음식의 정체성을 중심에 둔 식재료의 기발한 조합을 보여주었다. 또한 한국 가구, 도자기, 접시, 공예품, 전통주까지 다양한 한국 문화를 음식과 담아낸다.

지금 서울에서 가장 핫한 파인 다이닝은 역시, 여전히 모수다. 모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바로 섬세함과 한 끗 차이다. 공간, 셰프의 완벽주의와 감각적인 표현 방식, 와인 페어링 삼박자가 절묘하게 앙상블을 이룬다. 테이블에 앉으면 통창이 있는 주방에서 셰프들의 움직임을 같은 높이의 시선으로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은 미식의 순간을 영원의 기억으로 데려간다.

지난 5월 캐치테이블 예약을 오픈하자마자 5천 명이 한꺼번에 몰린 한식당이 있다. 한국의 의식주를 연구하는 아름지기 재단에서 운영하는 ‘온지음 맛공방’이 주인공이다. 온지음의 방장 조은희 셰프는 국가무형문화재 제38호로 지정된 조선 왕조 궁중 음식 이수자이고, 함께하는 박성배 셰프는 유수의 호텔과 레스토랑을 거친 실력자다. 조선 팔도의 각 계절 최고의 재료로 각 지방의 특색을 보여주는 ‘반가 음식’ 연구를 기반으로, 우리 음식의 전통와 아름다움, 가치를 매번 깊이 연구하고 선보인다. 해외에서 방문한 셰프와 저널리스트들은 이곳을 방문한 뒤 이렇게 말하곤 한다. “한식은 맵고 빨갛고 자극적인 음식만 있는 줄 알았는데, 온지음이 한식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바꿔주었다.” 이렇게 우아하고 품격 있으며, 아름다운 음식이라는 것을 온지음을 통해 발견했다고 말이다.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정통 한식, 공간, 식기, 옷, 서비스까지 모두 한국 문화의 고유성을 담은 온지음에서의 한식 경험은 더 높은 문화 가치로 이어진다. 옛 음식이 고루한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담아 미래를 향하는 대체 불가의 럭셔리로 완성했다.

K-바비큐가 빠지면 섭섭하다. 콘셉트는 나올 만큼 나왔고, 더 이상 새로운 바비큐 스폿이 탄생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 기발한 기획자 정동우의 새 작품, ‘산청숯불갈비’가 등장했다. 식당 입구에는 나무 장작이 타오르는 작은 가마가 있고, 식당 안으로 들어서면 지리산 흑돼지가 천장에 걸려 있다. 산청에서 가져온 쌀가마니, 채소들, 그리고 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있는 테이블까지. 지리산 청정골 산청에 있을 법한 노포 산장 같은 식당을 서울 시내에 옮겨놓은 것이다. 새로 오픈한 곳임을 믿기 힘들 정도로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디테일과 감도의 공간에서, 주인공인 상차림 역시 압권이다. 지리산 돼지의 지방과 식감을 살린 두께, 써는 방향, 불판의 종류까지 세심하게 테스트하고 준비한 노력이 맛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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