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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2023.12.17신기호, 전희란, 김은희

권력은 그 속성상 공백 상태를 허용하지 않는다. 권력의 공백이 발생하면 이를 메우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뒤따른다. 경쟁은 희망적 상황보다는 비극적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더 많고, 그것이 곧 전쟁이다.

글 / 박동순(정치학 박사,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교수)

지난 10월 7일 세계의 화약고가 다시 폭발했다. 중동에서 이슬람 무장 단체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했다. 작년 2월 24일 시작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20개월째 지속되면서 사람들 기억의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그다음으로 불을 당길 곳은 어디일까, 하는 걱정스런 예측도 쓸데없는 걱정으로 치부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미국의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한스 모겐소 Hans Joachim Morgenthau는 “국제 정치는 권력 추구를 위한 국가들의 권력 투쟁”이라고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도,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도, 또한 미국이 중국과 패권을 경쟁하는 것도 모두 권력을 추구하는 국가들의 권력 투쟁이 현실화된 것이다. 권력은 그 속성상 공백 상태를 허용하지 않는다. 권력의 공백이 발생하면 이를 메우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뒤따른다. 경쟁은 희망적 상황보다는 비극적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더 많고, 그것이 곧 전쟁이다.

더욱 우려되는 일은 세계의 경찰이라는 미국의 역할과 최대의 범세계적 국제기구인 유엔의 위상과 권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인접 약소국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유엔은 같은 해 3월 2일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기 위해 긴급총회를 열고 철군을 촉구하기 위해 표결했다. 그 결과 1백41개국이 찬성했으나, 북한을 비롯한 5개국은 반대했고, 중국을 비롯한 35개국은 기권했다. 하마스의 기습에 이스라엘은 적극적으로 보복 공습과 대규모 지상 작전을 전개하고 있지만, 민간인 피해에 대한 유엔의 경고는 무시되고 있다. 자국의 안보와 국익 앞에서 과거에 비해 확연하게 유엔의 목소리는 약해지고 있는 것이 국제 정세의 엄연한 현실이다. 이에 대한민국은 2023년 한 해 동안 ‘힘에 의한 평화’를 기조로 북한에 대해 강경책을 구사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워싱턴 선언을 발표하고 핵 협의그룹(NCG)을 출범시켰다.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정권의 종말을 맞을 것임을 반복 경고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연속적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여했다. 한미 동맹이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인도-태평양과 글로벌 동맹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국은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 한일 정상을 초청해 격의 없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긴밀한 결속을 다졌다. 이에 질세라 북한 김정은도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과 회담하고 군사기지를 둘러보았고, 다량의 탄약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한미일 대 북중러의 새로운 냉전 체제가 형성되고 있다는 관측이 예사롭지 않은 상태다.

전쟁은 정치가들에게 매우 유용한 도구다. 전쟁을 통해 정치가들은 승리와 권력을 얻지만, 희생은 일반 시민의 몫이다. 그렇다면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전쟁은 소수의 개인과 국가에는 유용할지 몰라도 다수의 개인과 국가에는 악행이다. 개인에게 전쟁은 하나밖에 없는 목숨과 한 번밖에 살지 못하는 삶이 송두리째 망가지거나 꺾이게 되는 단면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나에게 유리하게만 돌아가지 않는다. 국제 정세는 더 그렇다. 국내외 정세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나아가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의지와 힘을 가져야 함은 당연한 과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는데, 이 말은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현재의 향유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미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준비해두어야 한다. 과거가 뒷받침하지 않는 현재가 없듯, 이 현재의 준비가 미래를 담보해주는 든든한 보험이기 때문이다. 2023년을 마무리하면서 지구촌 세계인들에게 전쟁의 공포와 아픔이 조속히 보듬어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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