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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를 기회 삼은 B급 테루아 와인 3

2024.01.03김창규

기후 위기로 따뜻해진 날씨에 와인 메이커의 노력이 더해졌다. 저평가받던 떼루아 와인이 오늘날 뛰어난 품질을 갖게 된 이유다.

떼루아?
프랑스어로 ‘땅’을 뜻하는 단어 ‘Terroir’에서 왔다. 포도가 잘 자라고 품질이 좋은 와인을 만드는 데 필요한 요소를 통틀어 말한다.

1️⃣ 프레이 피노누아

유럽 현지를 오가며 와인을 수입하는 지인에게 “기후 온난화 때문에 독일에서 만드는 피노 누아 와인이 좋아졌다”라는 얘기를 들었다. 정말 그럴까 궁금하던 차에 이 와인을 만났다. ‘프레이 – 피노누아’가 생산된 라인헤센(Rheinhessen)은 독일 정부가 인정한 고급 와인 생산 지역이지만, 이곳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그만큼 마니악한 지방이다. 프레이(Frey)는 4대째 라인헤센 남서부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2013년부터 유럽 기준을 따르는 유기농법을 도입했으며, 독일의 대표 품종인 리슬링을 비롯해 샤르도네와 카베르네 소비뇽 같은 국제 품종도 재배한다.

🍷 피노누아 2019는 묵직하고 복합적인 아로마, 균형 잡힌 부르고뉴 꼬뜨 드 뉘 와인 같은 파워가 특징이었다.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리며 가격이 합리적이다. 스크류 캡을 적용한 피노 누아 중에는 가장 맛있었다.

2️⃣ 제르티에르 콤트 라퐁 마콩 빌라쥬

마콩은 부르고뉴 남쪽, 보졸레 위에 위치한 마을로 부르고뉴에서 가장 값싼 와인이 만들어지는 지역 중 하나다. 레 제르티에르 뒤 콤트 라퐁은 전설적인 뫼르소 생산자 콤트 라퐁이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대중에게 본인의 와인을 소개하고 싶어 만든 와이너리다. 1999년 설립된 레 제르티에르 뒤 콤트 라퐁은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을 도입해 쓰고 있으며 100% 젖산 발효, 논 필터링 같은 콤트 라퐁 뫼르소와 동일한 양조법을 적용한다. 콤트 라퐁과 달리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는 가격대의 와인을 선보인다.

🍷 뫼르소를 연상시키는 과일 향, 견과류 캐릭터, 정제된 산미와 미네랄리티를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복숭아 풍미가 매력적이다.

3️⃣ 데주르네 베랑

쌩 베랑은 보졸레에 속해 있었다가 마코네에 귀속된 부르고뉴 변방 중의 변방이다. 부르고뉴 와인을 많이 마셔봤지만, 이곳의 와인은 경험한 적이 없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인지도가 마이너하다. 반면 부르고뉴 와인을 좀 마셔봤다면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DRC)와 꼬쉬 뒤리의 이름이 생소한 사람은 없을 거다. 부르고뉴에서 가장 비싸고 높은 평가를 받는 생산자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자신의 포도를 공급하던 네고시앙 생산자가 쥘 데주르네다. 또 다른 전설인 아르노 엉뜨까지 발굴해 낸 인물이라고 한다.

🍷 이 와인의 가격은 쌩 베랑 치고 몹시 비싸다. 꽤 괜찮은 쌩 베랑 3병 가격이다. 하지만 위에 열거한 이름들과 깊게 관련된 생산자의 와인으로 접근한다면 합리적으로 느껴진다. 2017 빈티지가 로버트 파커에게 93점을 받았다고 하는데, 유독 부르고뉴 와인에 점수를 짜게 매기는 그의 성향과 쌩 베랑 이라는 테루아를 고려한다면 상당히 놀라운 고득점이다. 강렬한 산미와 신선한 과일의 풍미를 지녀 해산물과 잘 어울린다. 낮에 마시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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