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과정부터 라벨 읽는 법부터까지, 이 정도는 알아야 위스키를 즐길 수 있다.
1 엔젤스 셰어 Angel’s Share
위스키는 도수가 높아 숙성 과정에서 조금씩 증발한다. 이를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자신의 몫을 가져갔다고 여겨 ‘앤젤스 셰어’라고 부른다. 지역과 기후조건, 환경에 따라 증발되는 양이 다르며 1년에 1~2%씩 증발하는 것이 보통이다. 위스키를 10년만 숙성해도 총량의 약 20%가 사라진다. 대신 긴 시간 숙성한 위스키는 농밀해져 특유의 향과 맛이 짙어진다. 증류소 직원들이 몰래 빼 마시는 술은 반대로 ‘데빌스 셰어’라고 부른다.
2 논 칠 필터드 Non-Chill Filtered
위스키에는 지방산이 포함되어 있는데, 알코올 도수가 46도 이하로 낮아지거나 주변 온도가 차가워지면 이 지방산이 뭉쳐 위스키를 뿌옇게 만든다. 이를 헤이즈(Haze) 또는 백탁 현상이라 부른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위스키 맛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한때는 칠 필터링을 거쳤다. 칠 필터링은 술의 온도를 낮춰 부유물을 만든 다음 필터로 이를 모두 제거하는 과정이다. 요즘은 본연의 맛과 향을 느끼기 위해 이 과정을 생략하기도 한다. 라벨에 ‘논 칠 필터드’라 표시되어 있다.
3 에어링 Airing
술과 공기를 섞는 과정. 위스키의 향을 개선하고 맛을 부드럽게 만들어 더욱 편안하게 즐기기 위해 사용되는 방법이다. 10~15초간 위스키를 채운 컵을 흔들거나 냉동실에서 10분간 냉각, 물을 채운 컵에 위스키를 따르고 휘젓는 방법 등이 있다. 위스키가 숨을 쉬게 한다고 하여 브리딩(Breathing)이라고도 한다. 에어링 방법과 정도에 따라 위스키 맛이 달라진다.
4 니트 Neat
물이나 얼음 등 아무것도 섞지 않은 실온의 위스키를 마시는 일. 다른 술로 치면 ‘스트레이트’, ‘샷’과 같은 개념이지만, 위스키는 한 번에 털어 넣지 않고 맛과 향을 음미하며 천천히 마신다. 향을 잘 모아주는 테이스팅 글라스나 입구가 넓은 올드 패션드 잔을 활용하는 것도 그 이유다.
5 온더록스 On The Rock
돌 모양으로 깎은 동그랗고 커다란 얼음 ‘록 아이스’ 위에 원액을 끼얹어 먹는다. 냉동 기술이 없던 시대에 차가운 계곡의 돌을 잔에 넣고 음료를 시원하게 만든 것에서 유래했다. 얼음이 녹아 술이 연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실제로 얼려놓은 돌 ‘위스키 스톤’을 활용하기도 한다. 쉽게 녹지 않는 커다란 얼음이 들어가고 위스키를 얇게 끼얹을 수 있도록 입구가 넓고 높이가 낮은 형태의 컵을 사용한다.
6 글렌캐런 글라스
위스키 전용 잔. 글랜캐런 크리스털이라는 회사에서 증류소 마스터들과 협업해 2001년 개발했다. 주류 업계에 소량으로 제공되어 쓰이다가 호평을 받고 세상으로 나오게 되었다. 향을 최대화한다고 하여 ‘스니프터 잔’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향기를 담는 자리를 남기기 위해 위스키는 가득 따르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7 노즈 Nose
위스키는 워낙에 향이 좋아 향으로 즐기는 술로 알려져 있다. 마시기 전에 향을 먼저 맡는 것이 중요하다. 노즈는 잔을 코에 가까이 대고 향을 들이마시는 일이다. 한 번에 깊게 들이키면 알코올 향이 남아 기침을 할 수 있다. 5초 동안 숨을 들이마신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향에 집중한다.
8 팔레트 Palate
입을 가득 채우지 않을 정도로 술을 한 모금 입에 머금는다. 입 전체에 위스키가 빠짐없이 닿을 수 있도록 굴려준다. 다양한 미각세포와 위스키가 접촉해 풍미를 최대화할 수 있다.
9 피니쉬 Finish
잔향, 풍미와 같은 말. 입에 머금었던 위스키를 삼키고 나서 남는 여운. 입으로 숨을 내뱉으며 느끼는 것이 좋다. 피니시가 길고 은은하게 남는 위스키를 높게 평가한다.
10 알콜부즈
강한 알콜 향. 코를 찌르는 술 냄새나 지나치게 쓴맛을 말한다. 주로 “알코올 부즈가 튄다” 등 부정적인 뉘앙스로 쓰인다. 국내에서만 쓰는 콩글리시. 알코올과 부즈Booze는 같은 말이므로 “알코올 향이 강하다” 또는 “부즈하다”고 대체할 것.
11 캐스크 / 배럴 Cask / Barrel
위스키를 숙성시킬 때 쓰는 오크통을 말한다. 각각 캐스크는 스코틀랜드, 배럴은 미국에서 쓰는 말이. 오크통의 크기에 따라 쿼터 캐스크, 옥타브, 혹스헤드 등 쓰임새와 이름이 달라지기도 한다.
12 나스 NAS
‘No Age Statement’의 줄임말. 숙성 연도를 표시하지 않은 제품을 뜻한다. 스카치위스키협회에서는 라벨에 숙성햇수를 표시하게 되어 있는데, 블렌딩 된 원액 중 숙성이 가장 짧은 것을 기준으로 한다. 100년 된 원액 99%와 1년 된 원액 1%라면 1년을 표기해야 하는 것. 품질이 좋은 위스키가 숙성 연도를 기준으로 판단되는 것을 피하고자 NAS 위스키가 판매되기 시작했다. 위스키의 나이 대신 라벨에는 제품 색상, 특징, 맛을 내세운다.
13 블렌딩 Blending
거의 모든 위스키는 블렌딩 과정을 거친다. 같은 조건으로 만들어도 다른 캐스크에 담긴 원액은 맛과 향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 이를 모두 같은 제품으로 만들려면 세심하게 섞는 과정이 필요하다. 수십 개의 캐스크에 담겨 있던 원액을 일정하게 만드는 제조 과정이다.
14 싱글 캐스크 Single Cask
하나의 캐스크에서 숙성된 위스키를 병에 넣는 것. 블렌딩을 하지 않아도 충분한 상품 가치가 있는 경우에만 선택한다. 한정판 개념으로 구하기 어렵고 비싸다. 물을 타서 도수를 조절할 수는 있지만, 다른 캐스크의 것과는 섞지 않는다.
15 캐스크 스트렝스Cask Strength
위스키는 대부분 캐스크에서 숙성된 원액에 물을 첨가해 병에 담는다. 알코올 도수를 일정하게 맞추기 위해서다. 캐스크 스트렝스는 이 작업을 건너뛴다. 50도에서 65도 사이의 도수가 높고 향이 진한 제품이 만들어진다. 독주에 익숙한 사람들이 선호한다. 줄여서 ‘CS’라고 부르기도 한다.
16 내추럴 컬러 Natural Color
스카치위스키에는 색소 사용이 허가된다. 각자 다른 오크 통에서 숙성된 위스키 원액은 색이 모두 다른데 이를 맞추기 위해 캐러멜 색소를 첨가한다. 위스키 가장 본연의 맛과 모습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내추럴 컬러 개념이 생겼다. 내추럴 컬러는 색소를 첨가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17 글랜 Glen
위스키 이름이나 위스키 회사 이름에 자주 쓰이는 단어로 스코틀랜드 게일어로 계곡이란 뜻이다. 맑은 계곡 근처에 증류소를 많이 세웠던 데서 유래한다.
18 피트 Peat
위스키에 들어가는 유기물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는 용어. 발아된 보리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며 특유의 스모키한 풍미를 부여한다. 스카치 위스키에서 도드라지는 특징이며 훈제 냄새 등으로 표현된다.
19 피피엠 PPM
‘Parts per million’의 약자로 페놀 수치를 말한다. 높을수록 피트 향이 강해진다.
20 배치 Batch
증류소에서 같은 이름으로 낸 위스키. 한 번에 생산된 양을 뜻한다. 예를 들어, ‘몽키숄더 배치 28’이라 쓰여 있으면, 같은 이름으로 낸 스물여덟 번째 에디션이라는 것. 책으로 치면 ‘3쇄’, ‘4쇄’와 같은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