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저지른 소년이 받아야 할 벌, 치러야 할 죗값. 올바로 매겨지고 있는 것일까?
글 / 양승철(법무법인 해담 대표 변호사)
최근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8세 초등학생이 던진 돌에 70대 남성이 맞아 숨진 사건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 형법은 14세 미만자의 행위를 처벌하지 않고 있고, 10세 미만의 경우에는 소년법으로도 처분할 수 없는데, 돌을 던진 초등학생은 나이가 10세 미만으로 보호처분을 포함한 모든 형사처분에서 제외되는 ‘범법 소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소년법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 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했다. 소년법상 소년은 만 19세 미만인 자를 말한다. 소년법상 범법 소년은 ①14세 이상 19세 미만의 형사책임 능력자인 ‘범죄 소년’, ②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책임 무능력자인 ‘촉법 소년’, ③10세 미만의 ‘범법 소년’ 3가지로 분류되는데, ‘범죄 소년’은 형사처분과 소년 보호처분이 가능하고, ‘촉법 소년’은 형사처분은 받지 않는 대신 가정법원 등에서 감호위탁, 사회봉사, 수강교육, 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처분 결정을 받게 된다. 소년 재판에서 내려지는 보호처분은 부모 등 보호자에게 다시 돌려보내는 1호 처분부터 소년원 최장 2년에 해당하는 10호 처분까지 있다. 법률상으로는 촉법 소년이 살인을 저질렀어도 최대한으로 받을 수 있는 보호처분은 ‘소년원 2년 수용’이다. 마지막으로 ‘범법 소년’은 현행법상으로는 어떠한 형사처분과 보호처분도 내릴 수 없다.
작년에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소년심판>은 흥행에도 성공했지만, 사람들에게 소년법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최근 부산 여중생 폭행, 인천 초등학생 살인, 대구 여중생 집단 성폭행 등 잔혹한 청소년 범죄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가해 청소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고, 소년법 폐지를 요구하는 여론이 빗발친다. 소년법을 폐지하고 형사 미성년자 연령도 대폭 낮춰야 한다는 국민청원에 국회도 발 빠르게 법률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여론은 충분히 이해된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가해자가 성인인지 소년인지 상관없이 둘 다 똑같이 나쁜 놈인데, 왜 소년을 특별하게 대우해줘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솔직히 내 가족이 피해자라고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최근 10대 청소년들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소년법을 개정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답변이 매우 높았다고 한다. 청소년들이 보기에도 소년 범죄가 심각하고 일부 청소년들이 소년법을 악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 청소년들이 보고, 듣고, 느낀 판단을 결코 허투루 넘길 수 없기 때문에 소년법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직업상 내 경험은 또 다른 고민을 던져준다. 형사재판과 소년재판을 진행해오면서 그동안 많은 소년을 변호해왔다. 지금도 소년원에 가서 소년들에게 삼겹살을 구워주고 이야기도 들어주는 봉사활동을 매년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소년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 꼰대처럼 보이고 싶지 않고 공통 관심사라도 만들고 싶어서 한동안 힙합 음악만 듣고 다닌 적도 있다. <나는 가수다>를 보던 사람이 갑자기 <쇼미더머니>를 보고 있고, 만화를 보지도 않던 사람이 <외모지상주의> 웹툰을 보고 있으니, 다들 황당해했다. 처음에는 가사도 유치했고, 온통 돈 타령, 싸움 타령인 내용 때문에 곤욕이었다. 그래도 덕분에 요즘 청소년들이 직관적이고 솔직한 것에 매력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청소년들과 더 깊은 대화를 해볼 수 있었다. 진실로 반성하고 있는 아이가 많았지만, 정말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되는 아이들도 분명히 있었다. 사연이야 제각각이지만, 분명한 것은 성인범과 달리 소년범은 오로지 그들의 책임으로 묻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 부모의 폭력성, 무능력, 무관심, 과보호 등 소년이 처한 가정환경이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소년원 등 보호시설에 수용된 아이들 중 상당수는 정신적인 문제로 약을 복용 중이다. 소년에게 처벌이 아니라 치료와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이처럼 모든 책임을 소년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는 사실이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과연 강력한 처벌이 범죄를 예방하거나 줄이는 데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을까? 정말로 소년 범죄가 흉포화되고 있고, 그래서 엄벌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을까? 최근 언론에서 보도한 경찰청의 ‘최근 5년간 촉법 소년 소년부 송치 현황 자료’를 보면, 절도·폭력 등으로 송치된 촉법 소년은 2021년 8천4백74명이었고, 2017년 6천2백86명 이후로 해마다 조금씩 증가했는데, 90퍼센트 이상은 절도, 폭력 범죄였고, 살인이나 강도 등 강력 범죄는 5~7퍼센트였으나, 매년 큰 변화가 없었다. 소년범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지에 대해, 14세 미만 소년범은 2007년 5백78명에서 2016년 84명으로 대폭 감소했고, 전체 청소년 범죄자 중 0.1퍼센트 이하로 줄었기 때문에 오히려 연령이 올라갈수록 범죄가 늘었다는 보도자료도 있다. 결국 객관적 통계는 현재 사회 분위기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똑똑하고 모범적인 소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소년은 인격적으로 미성숙하고, 감정적이며, 충동적인 면이 많다. 그래서 학교가 있고 교육이 있다. 물론 우리도 모두 소년일 때가 있었다. 내가 7세일 때 동네 빌라 지하에 들어갔다가 동네 형이 지푸라기에 불장난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다. 갑자기 불이 번지자 다급해진 동네형은 나에게 초코파이 박스를 찢어서 주면서 열심히 부채질을 하라고 했다. 불이 너무 커지자 동네 형은 도망갔고, 성실했던 나는 열심히 부채질을 하다가 119 소방 대원에게 구조되었다. 아버지는 경찰차에 실려갔고, 나는 병원에 실려갔다. 다행히 큰 불로 이어지지 않아서 건물에 큰 손해는 없었다. 35년이 지난 기억이지만, 아직까지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 장면들이다. 내가 할아버지에게 돌을 던진 초등학생에게 마냥 손가락질을 할 수 없는 이유다. 이처럼 소년은 아직 보호 대상이다.
엄벌주의의 한계는 분명하다. 성범죄를 예방하자는 취지로 최근 10년 사이에 성범죄에 대한 형사 처분을 대폭 상향 조정했으나 성범죄가 줄었다는 통계는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시스템에서 미흡하게 운영되고 있는 부분부터 살피고 보완해야 하는데, 그 부분은 소홀하게 대처하면서 처벌 강화만 이뤄진다면 소년 범죄 예방 등의 목적은 달성하기 어렵다. 정치권에서는 여론을 의식해 소년법 개정과 폐지를 말하고 있지만, 정작 현재 운영되고 있는 보호처분 시설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가 없다. 소년 재판의 보호처분 중 6호 처분은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 복지 시설이나 그 밖의 소년 보호 시설에 약 6개월간 감호 위탁하는 것을 말하는데, 6호 처분은 비행이 상습화되지 않은 저연령 소년이나, 가정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소년을 지역 내 개방된 시설(보통 종교 단체에서 운영하는 시설)에 수용해 가정에서 배워야 할 역할 등을 습득하게 하고 생활의 안정을 찾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인구수로 국내 최대 지자체이자 소년 재판 건수도 최대인 경기도에는 6호 시설조차 없다. 경기도 관내에서 6호 처분을 받은 소년범들은 현재 서울이나 대전에 있는 시설로 보내지고 있다. 경기도 인구수가 1천만이 넘는데, 재정 문제로 6호 시설을 못 만드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6호 시설을 건립하고 싶어도, 이런 혐오 시설을 지역 주민들이 환영해줄 리 없기 때문이다. 소년분류 심사원과 소년원도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과포화 상태지만 어떤 대책을 마련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런 기본적인 물적 시설도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더 나아가 재범 방지를 위한 전문적인 프로그램 도입을 고민할 여유는 더더욱 없어 보인다.
현재 소년범을 엄벌하자는 이야기는 뭔가 순서가 바뀐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보호 대상인 소년을 위한 정책과 법률의 변경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우선 현행 제도와 시스템을 보완하고 그래도 문제가 있다면 강력한 변화를 줘야 한다.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나 소년이었다. 적어도 소년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신중또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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