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미래, 이를테면 2053년쯤엔 과연 어떤 기술들과 함께하게 될까? 현재를 거울삼아 예측해본 미래의 기어와 가젯들.
2053년의 기술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지금껏 약 30년 동안 스마트 기기를 다뤄왔다. 그렇다면 30년 후의 미래 기술은 얼마큼 더 발전해 있을까? 막연한 상상 말고, 충분히 실현 가능한 예측을 위해 업계 분석가와 연구원, 제품 디자이너와 컴퓨팅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이들은 말한다. 미래의 도구는 배터리와 프로세서, 인공지능 등과 같은 기술의 발전이 핵심이고, 미래는 이 요소들을 통해 건축될 거라고.
PHONE
지금의 스마트폰을 보며 기술적으로 모자람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더 이상 발전할 것이 없다고, 더 필요한 것도 없을 거라고.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CounterpointResearch의 네일 샤 Neil Shah는 2053년쯤엔 스마트폰이 더 이상 전화기의 기능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필요한 기능은 헤드셋이나 신체에 직접적으로, 예를 들면 귀, 심지어는 뇌에 내장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미래에는 AI 기능이 어디에나 탑재되어 우리의 습관을 학습하고, 수행해야 할 작업을 예측하고, 나아가 언제, 어디서든 주변 장치에 원활히 연결되는 미래 기술을 맞이할 거라고 봅니다.” 이는 결국 모바일 장치와 물리적으로 연결되는 일이 훨씬 더 줄어들 것임을 의미한다. 지금 우리는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스와이프하거나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는 정도지만, 미래에는 그런 조작 자체가 필요 없게 될 거라는 얘기다. 로봇 택시에서 AI 비서와 함께 업무를 보다가 화면이 필요한 경우에는 손바닥 크기의 터치스크린을 띄우거나, 롤업 디스플레이와 같은 장치를 펼치면 될 일이다. 그때쯤이면 대부분의 디지털 기기는 ‘네모’가 아닌 좀 더 펑키한 디자인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나아가 제조업은 불평등, 자원 부족, 폐기물의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화할 것이다. 페어폰 Fairphone의 공동 창업자인 미켈 발레스터 Miquel Ballester는 모든 인구가 기본 소득을 받을 수 있는, 추적 가능한 공급망을 구축 중이다. 헛된 꿈일까? 미켈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또한 미켈은 개발 중인 ‘용해성 기기’의 잠재력을 높게 판단하고 있다. “모든 폐기물을 쉽게 분리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 중입니다. 다른 물질이 아닌 물에 녹일 수 있게요.” 실현된다면 환경적, 경제적, 자원적으로 멋진 변화를 가져오겠죠. 소피 차라라 Sophie Charara
TELEVISION
화면을 어디서든 펼칠 수 있다. 손바닥, 자율주행차, 거리 등등. 곳곳에 내장된 스크린은 결국 2053년(미래)의 ‘텔레비전’인 것이다. 하지만 이 기술을 ‘텔레비전’이라고 부르는 것은 왜인지 좀 이상하다. 지금과 비교해 물성부터가 현저히 작거나, 아니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디스플레이 하드웨어는 더 얇고, 밝으며 잡지처럼 말아서 보관하게 될테니까. 그쯤엔 생산 비용도 놀라울 정도로 저렴해져 무료로 제공될 수도 있을 거다. 현재 실제로도 AI 프로그램을 전 세계에 방송하기 위해 일론 머스크 Elon Musk의 스타링크 Starlink를 인수한 제프 베조스 Jeff Bezos의 블루오리지널 TV BuleOriginal TV 서비스는 가입한 사람 누구에게나 TV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틱톡 Tik Tok의 미국 자산을 인수한 디즈니차터 DisneyCharter, 쇼피파이 Shopify, 워너브로스 WarnerBros, 디스커버리플러스 Discovery+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는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받고 있다. 또 6백40달러짜리 ‘애플 비전 프로 XX 헤드셋’ 구매자에게는 번들로 제공되는 ‘애플 TV 디스플레이’가 무료이기도 하다. 미래의 우리는 동시에 여러 화면에 참여하는 ‘폴리스크리너 Polyscreenerous’가 될 것이다. 디자이너이자 작가인 에리카 홀 Erika Hall이 말한다. “각각의 화면은 ‘기기와 콘텐츠의 독특한 조합’이라고 부르는 두 개 이상의 화면에서 동시에 시청각 피드를 흡수할 것입니다. 이때 문제가 될 유일한 하드웨어는 오디오가 될 거예요.” 아이팟의 제품 디자이너이자 발명가인 토니 파델 Tony Fadell은 언젠가 말했다. “더 작고 얇은 화면을 위한 기술은 사실 ‘오디오 물리학’에 어긋납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해줄 사람은 분명 있어요. 바로 삼성!” 그쯤이면 정말 삼성은 CES 2053에서 새로운 4차원 공간 오디오 사운드바를 발표할 수 있을까? 과연 4D TV는 번들로 제공될까? 로렌 구드 Lauren Goode
HEALTH & FITNESS TRACKING
미래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오젬픽 Ozempic’ 유의 약물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날씬해지기 위한 목적이라면, 이 약물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피트니스의 펠로톤 Peloton 강사들도 디지털 세상을 활용해 개개인의 훈련을 이끌고, 특정 목표와 필요에 맞춘 운동을 도와줄 거고, 나아가 위치를 인식하는 ‘초광대역 칩(혹은 센서)’은 땀에 젖은 운동복에 내장된 작은 센서의 움직임을 추적해 우리의 몸을 관찰하고, 진단하며, 지금의 애플 워치가 채집하는 건강 데이터보다 훨씬 더 정확한 데이터를 전달해줄 것이다. 애플 워치를 비롯한 스마트워치는 현재 여전히 인기가 좋지만, 단지 심장 박동 수를 세는 정도의 건강 체크로는 부족하다. 미래의 새로운 센서는 이 밖에도 혈압과 혈당 수준, 심장의 움직임을 보다 정확하게 모니터링해준다. 이는 ‘온디바이스 AI 분석 엔진’이라고 불리는 데이터 기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스크립스 Scripps와 질병 통제 센터의 연구원이자 전염병학자인 제니퍼 라딘 Jennifer Radin은 오늘날의 장치가 수집하는 데이터에는 아직 세부적인 정보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렴하고 어디에나 존재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가득한 2053년쯤에는 우리가 언제 아플지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백만 개의 장치에서 얻은 데이터를 활용해 모든 바이러스와 알레르기를 예측하고 방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라딘은 말한다. “이를 통해 스스로의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나 바이러스에 대응할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나아가 미래에는 가상의 의료진이 원격 의료 방문을 하거나 화면을 통한 진찰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운용될 것이라고 라딘은 예측한다. 분 애쉬워스 Boone Ashworth
DISASTER SURVIVAL
사실 2053년의 풍경은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불로 검게 탄 숲, 유출된 오염수로 인해 진흙탕이 된 강, 뿌연 연기로 뒤덮인 하늘, 갑자기 따뜻해진 기후로 인해 거품이 가득 이는 바다. 우리가 지구에 전하는 학대와 방치의 결과는 이처럼 참혹한 미래 모습만 있을 뿐이다. 같은 맥락에서 기술의 발전이라면, 생존을 향하게 될 것이고. 예를 들면 웨어러블 공기질 모니터는 미립자와 일산화탄소, 코로나19와 같은 병원체의 존재를 체크하고, 모바일 기기는 미세플라스틱과 잠재적 독소가 있는지 스캔할 수 있는 기술이 삽입되어 있을 것이다. 공기 여과 마스크는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더 얇고, 통기성이 뛰어나며,항균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발전으로 무한 재사용도 가능할 것이다. 텍사스 A&M 대학의 컴퓨터 과학 및 공학 교수이자 로봇 지원 수색 · 구조 센터의 공동 창립자인 로빈 머피 Robin Murphy는 ‘자율 로봇’이 미래 기술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소방용 드론은 24시간 내내 화재를 추적하고, 사람이 진입하지 못하는 구역엔 스스로 방화제를 투하하고, 또 작은 로봇들은 갇히거나 매몰된 생존자를 찾기 위해 잔해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구조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라는 거다. 뿐만 아니라 하늘을 떠다니는 로봇은 재해, 재난에 대비해 ‘AI 예측 모델’의 데이터를 수집하기도 할 것이다. 머피는 말한다. “미래에도 재난은 분명 발생하겠지만, 기술의 발전을 떠올려보면 대부분은 긴급한 상황이 아닐 겁니다. 긴급 상황이더라도 빠르게 진압, 해결될 테고요.” 다만 분명한 사실은 이러한 미래 기술이 ‘직접적 구조 작업’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 모든 대응에는 인간의 노력이 최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이든 미래든, 인간은 여전히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존재이고, 식량이나 물과 같은 생존 자원을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모르지. 2053년이 아닌 2083년에는 기계가 인간을 대신할 수도? 분 애시워스 Boone Ashworth
HEADPHONES
뻔한 예상이지만, 지금의 오버이어 헤드폰은 그때쯤엔 인기가 없을 것이다. 소재와 제조 기술의 발전으로 더 작고, 더 가벼우며 편안한 디자인을 구현한, 무엇보다 귀에 완벽하게 밀착되는 헤드폰이 개발될 테니까. 예상하건대 지금부터 30년 후에는 귓바퀴와 외이도를 정확하고 빠르게 분석해 사용자의 귀에 꼭 맞게 성형된 3D 헤드폰이 출시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쯤 되면 눈에 잘 띄지 않고, 편안해서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을지도 모르겠다. 배터리 기술의 발전은 자동차 장치와 마찬가지로 헤드폰에서도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사용자의 움직임과 체온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형태의 배터리가 개발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결국 헤드폰은 오디오 이상의 의미와 기능을 지니게 되리라는 걸 쉽게 예측해볼 수 있다. 그러니까 2053년의 미래 인이어 헤드폰은 단순한 청각 기기 이상으로 현재 스마트폰의 많은 작업을 수행하는, 포털과 앱 실행 플랫폼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쉽게 말해서 지금 예상할 수 있는 기능으로는 전화 걸기, 다국어 대화(통역, 번역), 스마트 홈 제어 및 음성 명령 등의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또 헤드폰은 화면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 운영체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일종의 ‘연산 능력’도 가질 수 있다. 결국 헤드폰 기술의 발전은 오디오 액세서리와 모바일 커뮤니케이터 사이의 경계를 허물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사이먼 루카스 Simon Lukas
CAR
언제나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미래 기술의 대표적인 예로 거론되는 이유는 뭘까? EV 충전 회사 파드 포인트 Pod Point의 CEO이자 닛산 Nissan의 전 COO인 앤디 팔머 Andy Palmer에게 배터리는 크고 지루한 발전 모델로 인식된다. “에너지 밀도가 더 높습니다. 이는 더 넓은 범위의 발전을 의미하죠. 배터리 충전 방식에 분명 변화가 있을 거예요. 무선으로, 더 빠르게 충전할 수 있는 모델이 빠른 미래에 구축될 겁니다.” 친환경 연료에 관해서는(저장과 생산 문제를 극복될 수 있다고 가정할 때) 주목할 만한 연료는 있다고 팔머는 말한다. 나아가 자동차 전문가들은 향후 수십 년 안에 마침내 ‘레벨 5’의 자율주행 기술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게 되면 결국 스티어링 휠이 없는 자동차가 표준 모델이 될 것이다. 오늘날의 자동차 소유는 곧 지위의 상징이다. MaaS(Mobility as a Service) 서비스는 특히 도시에서 이런 인식을 뒤집을 것이다. 팔머는 말한다. “구독, 명령을 활용한 자동차 탑승은 일반화될 거예요. 특히 자동차를 원격으로 호출할 수 있다면 더 그렇죠. 하지만 비교적 인구가 적은 교외 지역에서는 그 큰 변화가 속도를 내진 못할 거예요.” 카운터포인트 Counterpoint의 수석 자동차 분석가인 소우먼 맨달 Soumen Mandal은 미래에는 차량 공유와 구독, 차량 호출 시스템이 지배적일 것을 예상해보면,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급증하고, 신차 판매는 정체될 것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비디오 스트리밍이나 업그레이드된 AR 정보, 고급 안전 기능 등의 기술들도 함께 빠르게 성장할 거라고. 예측 가능한 가장 큰 변화는 ‘사회’다. 지난 20년 동안 사회를 분석하고 채집한 통계 중 다음 세 가지는 놀랍게도 늘 똑같은 값을 내놨다. 일일 평균 여행 거리는 약 48킬로미터 미만이라는 것, 평균 자동차 탑승 인원은 1.4명으로, 일반적인 5인승 차량은 너무 크다는 것. 그리고 자동차는 평균 95퍼센트가 주차돼 있다는 것. 결국 오늘날의 자동차 산업의 변화는 큰 의미가 없으며, 그렇기에 급격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결국 하늘을 나는 자동차 정도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레미 화이트 Jeremy Wh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