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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입문자를 위한 실질적인 조언

2024.01.16김창규

와인에 입문할 때 알아야 할 가장 실질적인 조언을 남긴다. 이 두 가지만 기억하면 마음에 드는 최고의 와인을 찾을 수 있다. 단, 이 조언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각기 다른 와인 서른 병 정도는 사 마셔본 다음이어야 한다.

“좋은 와인 리스트를 갖춘 곳을 찾으세요”

와인의 종류는 워낙에 다양하다. 업장에서도 그 리스트를 짤 때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곳은 잘 팔릴만한 것들로, 또 다른 곳에서는 주인장이나 소믈리에의 취향을 반영한 것들이 메뉴판에 이름을 올린다. 어디든 기준을 갖고 목록을 만들지만, 문제는 ‘어디에 무게를 두고 정한 기준인가’다. 그 기준이 나와 맞아야 좋은 와인 리스트를 갖춘 곳이 된다.

좋은 와인 리스트를 가진 와인바라는 말은 주인장이 얼마나 풍부한 와인 경험이 있는지, 안줏거리와의 조화는 어떤지, 와인을 어떻게 서브할 때 고객이 가장 맛있다고 느낄 수 있는지를 잘 파악하는 것들로 대체할 수 있다. 와인 경험이 풍부하지 않다면 아직 가격이 오르지 않은 밸류 와인을 찾아내기 어려웠을 것이거나 애호가들을 만족시킬 새로운 와인을 발굴하지 못했을 경우가 많다. 또 와인은 유일하게 음식과 함께 즐기는 서양 술이다. 기본적으로 위스키와 맥주는 음식과 곁들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음식과의 조화가 몹시 중요하다. “좋은 술과 좋은 음식은 무조건 좋습니다”처럼 와인 업계에서 일반화시키기 어려운 주관을 갖고 와인 추천을 하는 가게에서라면 비싼 돈을 내고 맛없는 제품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미슐랭 스타를 받은 스시야에 세계 최고의 와인 중 하나로 꼽히는 샤토 페트뤼스를 들고 가 마신다면 입안에서 쓰고 비린 맛의 향연이 펼쳐질 거다. 반대로 가장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리슬링을 곁들였다면 ‘적은 돈으로 근사한 와인을 곁들였다’고 여기게 될 거다.

스파클링이나 화이트 와인을 아이스 버킷에 담가두고 손님이 마시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 가게라면 와인을 팔 자격이 없다. 기본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서브되어야 하는 술인 것은 맞지만, 일정 수준 이하까지 온도가 내려가면 맛과 향이 닫혀 와인의 잠재력을 전혀 발휘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처음 말한 것처럼 와인은 너무 다양하고 모두 다르다. 심지어 같은 와이너리의 같은 라벨도 빈티지가 달라졌을 때 전혀 다른 와인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흔하다. 손님은 마음 편하게 즐기면 되지만, 접객하는 스태프가 와인을 거칠게 다루거나 무신경하게 서비스하는 곳이라면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취급하는 와인이 30종 이상이라면 꽤 전문적일 수밖에 없고, 거기서도 생산자별이나 품종별로 세부 분류까지 더해졌다면 기본은 갖춘 곳이라고 봐도 된다. 와인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을 했을 때 직원이 “제가 마셨을 때는~”이라는 말을 덧붙인다면 믿어도 좋다. 와인 종류가 30여 종이 넘는데도 직원이 거의 모든 와인을 마셔보고 파는 경우가 생각보다 드물기 때문이다. 종류가 적더라도 올드 빈티지 와인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그곳은 와인에 진심이다.

“와인 추천을 받으려면 원하는 걸 먼저 파악하세요”

와인을 추천받으려면,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먼저다. 원하는 게 뭔지 자기 자신도 모르는 상태로 스태프와 스무고개를 하며 자신을 알아가는 것은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다른 손님들에게 폐를 끼친다. 와인을 추천 받을 때 “이 집 채끝 스테이크가 그렇게 맛있다는 추천을 보고 왔는데, 무슨 와인이 맛있을까요? 12~15만 원 정도면 좋겠어요”라던지 “파트너는 메인 메뉴를 오리 구이랑 먹고 싶다고 하고, 저는 파피요트를 골랐는데, 둘 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와인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라고 말한다면 완벽하다.

특별히 선호하는 생산지나 품종, 원하는 숙성 정도, 곁들이고 싶은 음식, 가격대 등을 말했을 때 스태프의 와인 추천은 식은 죽 먹기다. 그것도 어렵다면 “저는 단맛이 없고 묵직한 레드 와인이 좋은 것 같은데, 몬테스 알파를 맛있게 마셨었어요” 정도는 말해주는 게 좋다. 그러면 몇 가지 와인을 추천할 텐데, 그중에서 제일 싼 걸 고르더라도 눈치를 주는 일은 없다. 와인바를 운영하며 간혹 “10만 원 이하로 추천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걸 부끄러워하는 고객들을 만나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싶다. 팔 생각이 있으니까 메뉴판에 넣은 거고, 고객이 돈을 쓰겠다는데 고맙지 않을 이유가 없다. 요식업자 대다수는 비상식적인 요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손님들까지 상대하는 경우가 있어 “이 사람 돈이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는 없다. 게다가 낮은 가격대의 와인이 실제로 많이 팔리는 품목이다. 손님이 고가 와인을 주문했을 때 “오!” 감탄사가 마음에 퍼지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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