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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좋아하는 겨울 위스키 3

2024.01.17임채원

남다른 취향으로 위스키를 사랑하는 여자들이 추천한다. 1월 겨울의 긴 밤을 함께하는 위스키 셋.

엔젤스 엔비

먼저 이 기사를 보고 행여 ‘여자들은 이런 걸 좋아한다며?’라는 선입견은 품지 않았으면. (그러다 당신이 ‘썸’에 실패해도 책임 안 진다) 섬세하고 다정한 위스키부터 혀가 바짝 말릴 정도의 고도수 위스키, 지독한 피트 위스키까지 두루 즐기지만 자기만의 캐릭터가 확실한 술은 언제나 즐겁다. 요즘 집에 두고 아껴 마시는 술은 몇 달 전 한국에 처음 론칭한 버번 엔젤스 엔비다. 돌직구를 날리는 게 버번의 전형적인 매력이지만 가끔은 숫기 없는 로커처럼 부드러워 보여도 속에는 불을 지닌 사람, 그런 종잡을 수 없는 버번이 매혹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엔젤스 엔비를 엔젤스 엔비답게 만드는 비밀은 ‘루비 포트 캐스크 피니시 숙성’에서 온다. 바닐라, 메이플 시럽, 토스트, 익은 과일의 기본적인 버번 캐릭터를 충실히 갖추면서도, 피니시 숙성이 내어주는 풍미가 이 술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싱글 몰트 애호가인 이용주는 이 위스키에 대해 “마셔본 버번 중 가장 맛있다”는 평을 하기도 했다. 평소 냉동고에 보관해 두고(실제로 엔젤스 엔비를 박스로 쟁여두고 마신다는 라이즈 호텔 컬처팀 디렉터가 알려준 방법이다) 글렌캐런 잔에 따라 홀짝 마시기도 하고, 파인앤코 박범석 바텐더의 팁에 따라 겨울 유자와 모과를 활용해 겨울 하이볼로 즐겨도 좋다. Recommended By 전희란, 지큐 피처 에디터

스프링뱅크 로컬발리 11년

스프링뱅크의 다양한 라인업을 찾아 유랑하다 한남동 바 텐트에서 접한 로컬 발리 11년. 열대과일 향이 아주 매력적인 위스키다. 파인애플, 망고 향과 인사한 뒤 입 안에 술을 머금으면 솔티함이 혀를 가볍게 스친다. 이후 스파이시한 풍미가 지나가고 피니시는 산뜻한 오렌지 향으로 마무리. 솔티한 피트감을 프루티함으로 가볍게 씻어주는 느낌이 생동감 넘치고 재기발랄하다. 펑키하고 젊은 사운드의 재즈 음악이 입안에서 연주되는 느낌이랄까. 셰리, 버번, 럼 캐스크 조합으로 자유분방한 밸런스를 이루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 재즈의 즉흥연주처럼 다채로운 풍미 안에서 예상치 못한 변주를 기대하게 만든다. 체온으로 잔의 온도를 올리면 위스키 향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는데 마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기분이 든다. Recommended By 구보람, 남성 라이프 스타일지 브랜드 매니저 (@9.99.999.999)

조니워커 블루 고스트앤레어 5 포트 던다스

재작년에 출시된 조니워커 블루의 리미티드 에디션. 블루도 귀한데 한정판이라니. 안 마셔볼 수가 없다. 위스키에 잔뼈 굵은 어른들과 함께 뜯었는데 오리지널 블루가 가진 부드러움과 스모키의 밸런스와는 완전히 달랐다. 따르고 5분 정도 지나면 설탕을 가볍게 태운 듯한, 버번에서 날 법한 달콤한 바닐라 향이 올라온다. 나는 이걸 ‘크림 브륄레’라고 표현하는데 우디와 스모키 뉘앙스가 은은하게 깔려 달콤함에 추진력을 더한다. 피니시는 스파이시한 멘톨의 느낌. 포트 던다스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있는 그레인 위스키 생산 증류소다. 몰트 위스키 열풍이 한창인 지금, 블렌디드 위스키에서 주로 베이스 역할을 하는 그레인 원액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그레인 위스키가 부드럽기만 한 술이라고 생각한다면 포트던다스가 그 선입견을 대번에 깰 것이다. 언더독이 매력적인 이유. 귀한 술은 니트로 즐긴다. 위스키 따른 잔을 손으로 감싸 열을 좀 낸다. 향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다. 해가 두 번 바뀌는 동안 최애 위스키 자리를 지킨 우직한 녀석. Recommended By 진혜지, 브랜드 마케터 (@jane_lwsot)

에디터
임채원
디자이너
조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