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는 일.
<읽을, 거리>
비집고 나오는 시원한 웃음, 그 시원함은 벼린 얼음 송곳에 찔리고 난 자리에 돋는 뜨거운 냉기라는 것을 시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로 경험한 후로 김민정 시인의 자취라면 맹목적으로 좇는다. 이 책은 그의 산문집이다. 일기도 있고 시도 있고 동시도 있고 인터뷰도 있다. 잠깐, 시와 동시의 차이는 뭐지? 동심을 닮아 때묻지 않은 시가 동시일까? 순수하게 직언하고 피하지 않고 마주하며 아낌없이 표현하는 마음을 동심이라 한다면, 나는 여기 모든 읽을거리를 동시라고 부르고 싶다.
<라이프 이즈 하드>
‘결핍 없음’을 지향하는 세상의 묵중한 문을 열고 들어서기에 미약한 악력이라면 이 책이 미세하게나마 그 악력을 높여주리라 기대한다. 이 책은 인생은 외로움, 상실, 실패, 부조리로 가득한 고난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출발한다. 서로 대립했던 고대 로마의 여러 학파도 이것 하나만은 동의했다며 “매정한 지시”를 내린다. “상실의 슬픔은 쓸모가 없다” 같은. 결핍을 어떻게 채우는지보다 그 결핍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살펴보는 책. 무엇보다, 결핍이 있든 없든 현실을 똑바로 직시만 하라고 말하는 그 매정함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