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왜 남자들은 치마를 입을까?

2024.01.29박지윤

야, 너도 치마 입을 수 있어.

2003년 MTV 뮤직 어워드 단상에 오른 빈 디젤이다. 트렌드를 많이 앞서 갔다.

우리는 수년 동안 런웨이에 올라온 다양한 아이템들이 대중들에게 각광받는 과정들을 지켜봤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아이템들은 몇 년 뒤 티브이 속 누군가의 착장에서,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데일리 룩에서 만나게 된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남성들이 스커트를 입는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 들여졌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제 메인스트림으로 올라갈 준비를 마쳤다.

사실 지금 남성이 입는 스커트가 ‘새롭다’라는 인식을 주지는 않는다. 라프 시몬스, 릭 오웬스, 톰 브라운 등 브랜드에서 남자에게 스커트들 접목한 스타일링을 보여온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이 스커트를 받아들이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꾸준한 노출로 인해 이제는 몇 년 전 보다는 자연스러운 복식이 됐다. 할리우드 배우들도 공식 석상에서 스커트 입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당당하게 레드카펫에서 입고 다니기도 하는 편. 패션에 일가견 있다는 브래드 피트도 <불릿 트레인> 시사회 현장에 시원한 스타일링을 보여주기도 했다. 오스카 아이작, 에반 모크, 제이든 스미스가 스커트를 입었고 작년 톰 브라운 쇼에서 선보인 에릭 남의 스커트 패션으로 한국 커뮤니티를 발칵 뒤집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에릭 남은 ‘시원하고 생각보다 편했다.’는 답변을 하기도. 사람들은 생각보다 열려있고 받아들일 준비가 이미 됐다. ‘남자가 스커트를 입어선 안된다’ 라는 공식은 없다. 그냥 입으면 되는 것.

패션계 아이코닉한 인물이자 래퍼인 에이셉 라키도 스커트를 사랑한다. 화보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자연스레 허리춤에 숄을 둘러 랩 스커트 느낌의 스타일링들 자주 보이곤 했다. 빛나는 진주와 크리스털 헤어 핀도 요즘 그가 새롭게 밀고 있는 에이셉만의 스타일링 포인트.

세계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우리의 인식도 변화에 맞춰 변하고 있다. 남성 컬렉션 런웨이에 올라온 스커트들은 다양하다. 반바지 형태의 플리츠 스커트. 이제는 미디어가 이 시대의 스커트를 받아들이고 우리에게 알리고 있다. 이번 2024년 가을 컬렉션 펜디, 루이 비통, 꼼데 가르송 등 많은 하우스 브랜드들이 스커트를 언급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스커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스커트에 끌리고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