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가 안 된다면 그냥 끄덕여. 이건 패션이고 세상을 표현하는 그들만의 이야기니까.
메종 마르지엘라 Maison Margiela Artisanal 2024
여자만 드레스를 입는다는 편견은 버려라. 메종 마르지엘라는 Co-ed, 남녀를 통합한 컬렉션을 선보인 지 오래됐다. 보통은 한 브랜드에서 남 여성 컬렉션을 나눠 보여주지만, 마르지엘라는 달랐다. 매번 새로운 컨셉을 시도하고 흥미로운 테마에 녹아든 모델들의 관능적이 움직임은 마르지엘라의 아티저널 컬렉션을 기다리고 궁금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이번 2024년 아티저널 쇼는 존갈리아노가 디올에 있을 시절을 그리게 하는 컬렉션이었다. 여자는 물론 남자까지 아워글라스 라인을 만들어 내기 위해 코르셋을 입고 그 위에 테일러드 수트를 입었다. 반짝이는 글로우 메이크업과 액세서리, 마르지엘라가 새롭게 변형한 타비 부츠들까지 천천히 뜯어보는 재미가 있는 이번 2024 아티저널 쿠틔르 컬렉션. 사진으로 감상하기 보다는 영상으로 음악과 모델들의 연기가 담긴 워킹과 함께 즐기기를 추천한다. 이번에도 파격적인 워킹의 선두자 레온 데임이 첫 오프닝을 장식했다.
로버트 운 Robert Wun Fall Couture 2024
쿠틔르 씬에 새로운 맛을 보여주는 로버트 운. 블랙핑크 리사와 카디비의 옷을 커스텀한 디자이너로 유명한 로버트 운은 패션계 떠오르는 별이다. 작년 처음으로 파리에 당당하게 꾸틔르 쇼에 이름을 올렸고 올해 2024년 그의 생에 두 번째 쿠틔르에서도 주목을 받으며 ‘인스타그래머블’한 컬렉션을 완성했다. 불안에 가득찬 제3의 인물을 등 뒤에 얹고 등장한 마지막 룩은 삽시간에 sns를 장악했다. 이번 컬렉션은 공포 영화에 영감 받았다고 한다. 어딘가 기괴하고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는 기분을 표현한 것 같은 스토리. 제3의 인물이 도사리고 있는 듯한 아이템들이 눈에 띈다.
릭 오웬스 Fall Menswear 2024
포근하고 따뜻해보여 나도 모르게 폭 안기고 싶은 룩 1위. 릭오웬스는 언제나 이렇게 실루엣에 집착하고 자신만의 디자인을 고집한다. 삐죽삐죽하거나 하늘에 닿을꺼 같은 길다란 형태, 아찔한 만큼 높은 디테일 등. 한계점까지 도달한 듯한 느낌들을 보여준다. 기하학적인 것들이 릭 오웬스의 대표적 특징이라면, 이번엔 뭉쳤다. 어디가지 겹쳐 입나 싶을 정도로 동글동글해졌다. 풍선처럼 부푼 탱글탱글한 러버 부츠는 ‘스트래이투케이’ 브랜드와 콜라보한 결과물이다. 릭오웬스는 현 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전쟁과 각종 개인이 가지고 있는 비극에 대해 이야기 했다고 언급했다. 역시나 일반적이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남들과 다르게 표현한 릭 오웬스.
스키아 파렐리 Schiaparelli Fall Couture 2024
도자 캣이 보석을 먹은건지 보석이 도자 캣을 잡아먹은 건지 모를 충격의 런웨이 룩을 기억하는지. 그 누구도 시도하지 못할 상상을 하는 브랜드가 바로 스키아 파렐리다. 이번 런웨이에는 로봇 아기와 컴퓨터 부품들로 만든 드레스가 등장했다. 현재 AI가 시장을 잡아먹는 시대에 반한 이야기라도 하는 듯 2000년대 모바일 기술 붐이 일어난 그 시절의 기기들이 몸을 감싸고 있는 이 드레스의 이름은 ‘마더 보드’. ‘파격적이다 못해 파괴적인 스타일’이라고 이야기하는 브랜드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잘 한다. 질타를 받을 수도 천재로 칭송받을 수도 있는 독특한 이 브랜드의 크리틱을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