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으로 제육볶음을 먹고 자란 우리는 점심으로 제육볶음을 사 먹는 회사원이 되었다. 회사원을 대상 한 설문조사에서는 남자가 선호하는 식사 메뉴 1위로 제육볶음이 꼽히기도 했다. 제육볶음은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음식이 되었을까?
❶ 주문하면 바로 나온다
제육볶음은 얇게 썬 돼지고기를 고추장, 간장, 마늘, 설탕 등으로 맛을 낸 양념에 재워 두었다가 몇 가지 채소와 볶는 요리다. 육류의 보관과 이동이 어렵던 시절 돼지고기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만든 요리법이라 양념이 매우 진한 것이 특징이다. 양념 된 고기를 살짝 볶기만 하면 되니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 워낙 맛이 진한 요리라 한꺼번에 많은 양을 볶아도 된다. 점심시간에 제육볶음만큼 빠른 회전율을 자랑하는 메뉴가 잘 없다.
❷ 빨리 먹을 수 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남자의 10% 이상이 혼자 밥 먹을 때 식사 시간이 5분 이내라고 답했다. 점심은 최대한 빠르게 먹고 축구하러 운동장에 뛰어나가던 습관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양념이 매콤하고 달아 밥 위에 얹거나 비벼서 빠르게 먹을 수 있다. 뜨거운 국밥과 비교하면 훨씬 수월하게 삼킬 수 있다. 분식이나 한식집에 가장 일반적으로 가진 메뉴라 접근성도 뛰어나다.
❸ 실패가 없다
어디서 먹어도 크게 실망할 확률이 낮다. 자극적인 양념을 사용하기에 조리자의 섬세함이 덜 요구된다. 그만큼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자취 음식이기도 하다. 1월 19일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산다’에서는 가수 규현이 제육볶음과 우동을 만들어 위스키와 곁들여 먹었고, 덴마크 FC 미트윌란으로 이적한 축구선수 조규성이 제육볶음과 미역국을 만들어 저녁 식사를 했다.
❹ 질리지 않는다
고기에 양파, 마늘, 고추장, 설탕 양념 조합은 막강하다. 달고 짜고 매콤한 이 맛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는 일이 없다. 여기에 돼지고기의 두께나 부위를 다르게 하면 식감이 달라진다. 김치랑 볶으면 ‘제육 김치 볶음’이 되고 밥 위에 얹으면 ‘제육 덮밥’이 되며 면을 비벼 먹을 수도 있다. 배우 류수영은 예능 프로그램 ‘편스토랑’에서 “3주 동안 제육만 먹은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❺ 가성비가 좋다
우리는 가장 어려운 시기인 일제강점기에도 제육볶음을 먹었다. 1924년 출판한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에는 서민인 김 첨지가 친구 치삼과 술집에서 제육을 안주로 술을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가격이 매우 경제적이다.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것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고, 가격에 비해 단백질과 에너지는 풍부하다. 방송인 전현무는 수요미식회에서 “제육볶음은 내게 매우 슬픈 음식이다. 인생에 딱 한 번 단 일주일간 식스팩이 있던 적이 있다. 인생의 리즈시절이었는데 제육볶음을 먹다 잃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효율적으로 열량을 섭취하고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