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위스키 한모금에 이 초콜릿 한입이면 몸이 녹아 내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❶ 파베 초콜릿 + 글렌피딕 23년 그랑 크루
입 안에 넣자마자 눈처럼 녹아버리는 파베 초콜릿은 가장 부드럽고 맛이 섬세한 초콜릿이다. 그래서 피트 캐릭터가 강조되거나 스파이시함이 있는 위스키는 어울리지 않는다. 섬세하고 복잡한 향을 지닌 데다 우아함을 보여주는 위스키가 걸맞다. 글렌피딕 23년 그랑 크루는 아메리칸 버번 캐스크와 유러피안 셰리 캐스크에서 23년간 숙성한 원액을 최고급 샴페인 양조에 사용했던 캐스크에 6개월 간 후숙성 해 샴페인의 풍미를 더했다. 화려한 소재와 색감을 사용했지만 천박함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병 디자인이 이 위스키의 풍미를 잘 말해준다. 바닐라, 브리오슈, 샌달우드, 배, 청포도의 캐릭터가 감지되는 이 위스키는 애초에 마카롱, 초콜릿, 과일 등과의 페어링을 위해 탄생했다.
🥃 간혹 위스키 애호가 중 피트가 강하지 않은 위스키에 대해 ‘개성이 없다’라고 평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23년이나 숙성된 위스키가 이토록 화사하게 느껴지는 것이 더욱 쉽게 찾을 수 없는 개성이다.
❷ 건과일을 넣은 태블렛 다크 초콜릿 + 글렌알라키 15년
최근 위스키 시장에서 가장 가파른 인기 상승 곡선을 보여주는 스카치 싱글 몰트는 글렌알라키일 거다. 그중에서도 15년 라벨은 다크 초콜릿과 뛰어난 페어링으로 인기를 견인 중이다. 셰리 오크에서 숙성하는 이 위스키는 건포도, 오렌지, 다채로운 향신료, 다크 초콜릿의 풍미를 지녔다. 온화한 인상이 지배적이지만 상쾌한 과일의 캐릭터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어 크랜베리, 블루베리 등을 말려 조각낸 재료를 다크 초콜릿과 함께 섞어 만든 타블렛과 환상적인 조화를 보여준다.
🥃 글렌알라키는 대기업에 속하지 않은 독립 증류소인 데다 마스터 디스틸러인 빌리 워커가 직접 이끌고 있어서 위스키를 통한 다양한 시도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라벨마다 개성이 뚜렷하니 돈을 아낀다고 더 낮은 숙성 기간의 라벨을 선택하거나 더 비싼 걸 마시겠다고 오래 숙성한 라벨을 구입한다면 페어링에 대해 갸웃할 수 있다. 밸런타인데이에는 15년을 선택하라.
❸ 밀크 초콜릿 + 제임스 E. 페퍼 1776 스트레이트 라이
미국 위스키 산업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페퍼 가문을 계승하는 제임스 이. 페퍼의 라이 위스키로 민트, 정향, 유칼립투스, 초콜릿, 꿀의 캐릭터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아메리칸 위스키답게 바닐라와 오크의 캐릭터도 풍부하게 표현된다. 사실 라이 위스키들은 스파이스 풍미 때문에 호불호가 좀 갈리는 편인데, 이 위스키는 비교적 다듬어진 스파이스를 표현하고 있어 불호가 덜하다. 바로 이 부분이 부드러운 맛의 밀크 초콜릿과 좋은 궁합을 그려내는 것이다.
🥃 밀크초콜릿 중에서도 시스캔디의 것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워렌 버핏이 투자를 하고 있어 유명세를 탄 시스캔디의 초콜릿은 고디바 같은 유럽 하이엔드 초콜릿에 비해 맛이 직관적이고 강해서 알코올 도수가 높고 맛과 향이 강렬한 라이 위스키와 잘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