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태고양, 이과두주, 북경고량주, 공부가주, 노주노교까지. 중국요리와 곁들이기 좋은 고량주, 빼갈, 아니 바이주를 소개한다. 탕수육 한 점에 맑은 술 한 모금 가글이면 세상에 두려울 게 없다.
고량은 수수를 뜻한다. 고량주는 그러니까 수수로 만든 술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중국 백주를 통칭해서 고량주라고 부르지만, 모든 백주가 고량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빼갈이라는 말도 많이 쓰이는데 이 또한 올바른 명칭은 아니라고 한다. 가장 정확한 통칭은 원음 그대로 ‘바이주’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연태고양
고량주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연태고양. 필자가 처음 술을 배울 때, 선생님 한 분이 연태고양을 시키면서 농담으로 이렇게 말했다. “내일까지 애인과 뽀뽀하지 말라” 아무튼 그만큼 연태고양의 향은 오래 간다. 꽃향이나 배향으로 주로 이야기되는데 필자에겐 포도 원액의 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 달콤한 느낌이 감도는 술이라 매운 안주와 궁합이 괜찮은 편. 단짠단짠이 아닌 맵단맵단 조합을 추천한다. 특히 마라향이 섞인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이과두주
돈 없는 학생 시절 자주 시켜 먹던 이과두주. 향도 맛도 모른 채 그저 취하기 위해 즐겼다. 국내에는 홍성 이과두주와 북경 이과두주를 주로 볼 수 있는데, 필자는 북경 이과두주를 주로 마셨다. 오천 원이 채 안 되는 가격으로 한 병을 시켜 마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 발효를 거쳤다는 뜻의 이과두주는 누룩 향이 꽤 센 편이다.
🍶 향이 진하지 않은 음식과 페어링하는 걸 추천한다. 그러나 워낙에 가격이 착하니 어떤 음식에나 편하게 즐겨도 좋겠다.
북경 고량주
이과두주의 단짝 북경 고량주. 앞서 말한 술들은 과일 향이 두드러지는 농향의 술들이었다면 북경 고량주는 대표적인 청향을 가진 술이다. 조금 더 깔끔하고 알코올 냄새가 난다. 우리나라의 소주에 가까운 느낌이랄까. 가격 또한 저렴하니 어디에 페어링해도 상관없다.
🍶 추천하자면 양꼬치와 같은 조금 기름진 음식을 주문해 먹을 것. 북경 고량주가 입을 깔끔하게 씻어주니 둘의 조합이면 끝없이 먹을 수 있다.
공부가주
항아리에 들어있다. 중국집에 쭉 늘어져 진열된 인테리어로 더 자주 봤을 것이다. 공자의 후손이 만들었다고 해서 공부가주다. 정작 공자 선생은 돌아가신 뒤라 맛보지 못했다고. 연태고양과 비슷한 향형으로 분류되지만, 공부가주가 좀 더 부드러운 향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 부드럽지만 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달고 짠 소스나 육향을 지닌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동파육, 유린기 등과 곁들이면 좋다.
노주노교
중국요리집에서 시킨다고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가장 비싼 술이다. 더 비싼 술로 수정방도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비싸다. 그도 그럴 게 노주노교는 중국 정부에서 부여한 등급 중 1급을 뛰어넘는 우급(우수한 급)을 부여받은 술이다. 중국에서 생각하는 대표적인 프리미엄 바이주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 향은 초반보다 후반에 묵직하게 올라오는 편이고 도수에 비해선 부드럽게 넘어간다. 가격도 가격이니만큼 되도록 향과 기름기가 적은 음식과 페어링하여 오로지 술의 맛에 집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