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에 의존하는 당신. 이제는 독서에 눈을 뜨세요.
“우리가 읽는 책이 주먹질로 두개골을 채우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는다는 말이야?”, “책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 독서의 중요성, 책의 위대함을 예찬하는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중 한 구절이다. 유튜브 쇼츠, 틱톡 등 1분 남짓 되는 글들을 보다 이제 자그마한 휴대폰 속 가득한 글 한바닥도 못 읽는 바보가 돼버린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다독해서 문해력은 늘지 않는다. 평소에는 내가 보지 못했던 어휘들을 경험하고 즐기게 된다면 1시간 독서도 가능한 사람이 되어 있을 거다. 도입부부터 꽂히는 운명적인 문장이 하나쯤은 있겠지. 혹시 있다면 여기서 골라 읽어보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이 몸은 고양이로다. 이름은 아직 없다.”
근현대 일문학 권위자. 한국 20년대 문학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출신도 모르는 스트릿 캣이 주인공이자 화자다. 이 첫 도입부에는 재밌는 포인트들이 있는데 번역가마다 출판사마다 다른 번역이 존재한다. ‘이 몸은 고양이야. 이름은 뭐, 아직 없고’ VS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어떤 번역이 더 고양이스러운지는 캐릭터 해석에 맡기겠다.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부끄러움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유작. 그가 자살 직전 마지막 화가 공개됐다. 인간의 나약함을 한 권으로 집약했다. 잘 살아가기 위한 인간의 몸부림들이 다양한 갈래로 표현됐다. 자아 성찰이 필요할 때 추천한다. <인간실격>은 이토 준지의 만화로도 맛볼 수 있다.
<슬픔이여 안녕> 프랑수아즈 사강
“나는 줄곧 떠나지 않는 갑갑함과 아릿함, 이 낯선 감정에 나는 망설이다가 슬픔이라는 아름답고도 묵직한 이름을 붙인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작가로도 알려진 프랑수아즈 사강. 제목에서 누군가와의 이별 후 슬픈 감정을 떠나보내는 ‘안녕’의 의미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처음 마주친 감정에 손을 흔드는 ‘안녕’이라는 인사를 보내는 의미를 띄고 있다. 사춘기 10대 소녀의 들쭉날쭉하는 심리를 고집스럽게 묘사했다.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여름이었다’라는 밈의 원조가 소설이라는건 아무도 몰랐을거다. 출처는 프랑수아즈 사강인걸 기억하길. 별장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냈던 그 여름을 담은 소설.
<이방인> 알베르 카뮈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첫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 뫼르소는 아마 MBTI가 T일 거다. T라고 하기도 어려운, 감수성이 제로에 가까운 인물이다. 소시오패스 같은 주인공을 이해하기 쉽지않다. 그냥 이해하지 않고 읽다 보면 이 내용이 사이코패스가 썼는지 분간이 안 될 정도다. 철학과 소설을 동시에 집필한 알베르 카뮈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선 해설집을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한다. 첫 문장도 훌륭하지만, 마지막 문장이 매력적이다. “결국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데이비드 코퍼필드> 찰스 디킨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 삶에서 주인공이 누군지, 나 자신인지 다른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마술사 코퍼필드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 디킨스의 자전적 소설로 본인의 이야기들을 코퍼필드에 기대 표현했다. 디킨스가 만나온 다양한 인물들 그리고 겪어온 불행과 감정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캐릭터 묘사가 입체적인 것이 큰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