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윤년이다. 2월 중순인 지금 퍼페추얼 캘린더를 소장하고 있는 이들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선사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일반적인 시계의 날짜 창은 31일 간격이 한 주기다. 격월 1일마다 크라운을 돌려 날짜를 수정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자동으로 30일과 31일로 구분해 주는 기능을 갖춘 애뉴얼 캘린더는 61일이 한 주기다. 그보다 제작 난도가 높아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치의 기준이 되는 퍼페추얼 캘린더는 28일까지뿐인 2월과 4년마다 존재하는 2월 29일, 즉 윤년까지 전부 자동으로 계산해 표시한다. 한 주기는 보통 80년 이상이다.
파텍 필립 – 5327R
1925년 세계 최초의 퍼페추얼 캘린더 손목시계를 발표했던 파텍 필립은 Ref. 3940 같은 전설적인 모델들을 선보이며 이 분야 최상의 명성을 쌓았다. 그 최신 버전이 Ref. 5327이다. 높은 수준의 기계식 메커니즘을 구현했음에도 시계 케이스 지름 39mm, 두께 9.71mm로 평범한 타임 온리 워치와 별다른 크기 변화를 느낄 수 없는 것은 마이크로 로터로 부피를 줄인 칼리버 240Q 덕택이다. 로즈 골드 소재로 만든 이 시계는 다이얼 3시 방향에 윤년과 월을 표시하는 창이, 6시 방향에는 날짜와 문페이즈가, 9시 방향에 요일과 24시간 인디케이터가 기능을 표현한다. 2100년 2월 28일까지 날짜를 수정할 필요가 없다.
랑에 운트 죄네 – 랑에 1 퍼페추얼 캘린더
대부분의 퍼페추얼 캘린더 워치는 파텍 필립의 5327과 비슷한 다이얼 레이아웃을 지녔다. 하지만 랑에 운트 죄네의 것은 완벽하게 다르다. 1994년 처음 선보인 비대칭 다이얼 드레스 워치의 아이콘 랑에 1 컬렉션을 통해 탄생한 퍼페추얼 캘린더이기 때문이다. 랑에 1 퍼페추얼 캘린더는 오리지널 랑에 1과 좌우가 반전된 다이얼을 갖고 있지만, 가장 큰 서브 다이얼이 시간과 분을 나타내고, 바로 옆 위에 디지털 방식의 빅 데이트 창이 있으며, 그 아래 스몰 세컨드가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한 마디로 랑에 1 고유의 독창성을 건들지 않았다는 얘기다. 거기에 문페이즈, 다이얼 가장 바깥 부분에 월 표기, 다이얼 9시 방향에 레트로 그레이드 방식의 요일 창, 다이얼 6시 방향에 역삼각형으로 디자인한 윤년 인디케이터의 배치에서는 그 어떤 군더더기도 느낄 수 없다. 지름 41.9mm, 두께 12.1mm의 케이스는 플래티넘 소재이며, 이런 종류의 시계로는 드물게 커다란 센터 로터를 채택한 오토매틱 와인딩 워치다.
예거 르쿨트르 – 마스터 울트라 씬 퍼페추얼 캘린더
극도로 복잡한 메커니즘 때문에 하이엔드 메이커의 퍼페추얼 캘린더는 1억이 훌쩍 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예거 르쿨트르는 5,900만 원이라는 가격으로 선보이고 있어 시계 애호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이 시계는 무브먼트 제작 전반에 있어 그 어떤 브랜드도 따라잡을 수 없는 거대한 포트폴리오를 지닌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이기에 가능하다. 브랜드 덕에 제작 비용 절감이 가능했고 마스터 울트라 씬 컬렉션 디자인의 우수성을 경험할 수 있다. 초박형 무브먼트를 뜻하는 컬렉션 명 아래 완성된 시계답게 센터 로터를 적용하고도 케이스 지름 39mm, 두께 9.2mm에 지나지 않는다. 참고로 1,780만원 더 저렴한 이 시계의 스틸 버전이 닥터 스트레인지가 애지중지하며 항상 착용하던 바로 그 시계다.
IWC –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42
IWC는 Ref. 5033과 5034라는 전설적인 빅사이즈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로 유명하다. 하지만 IW344203은 44.2mm였던 간판 모델들의 지름을 42.4mm로 줄이고 3,270만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으로 선보였다. 퍼페추얼 캘린더 워치의 접근 장벽을 크게 허물어트린 모델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두께 13.8mm의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 케이스 내부에는 센터 로터를 지닌 IWC의 인하우스 칼리버 82650이 탑재되어 있다. 퍼페추얼 캘린더로서 상당히 긴 편에 속하는 60시간 파워리저브 사양이며, 4Hz의 하이비트로 정밀성이 높다. 극도로 미니멀한 다이얼 레이아웃을 지니고 있으며, 윤년 인디케이터는 9시 방향 요일창 내부 하단에서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