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에 비로소 보이는 것.
GQ 첫 정규 앨범 발매를 앞둔 마음이 어때요?
YG 빨리 보여주고 싶다, 빨리 들려주고 싶다, 한 달 정도 남았을 때부터 계속된 마음이에요.
GQ 유겸 씨의 지금 이 마음을 자신감으로 이해해도 되겠죠?
YG 네! 더 자세히는 전과 다른 모습이 많기 때문이기도 해요.
GQ 어떤 부분이 유독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아티스트로서 변화를 줄 수 있는 건 많잖아요. 스타일, 음악성, 콘셉트같이.
YG 그것들 전부요. 그 달라진 모습들을 포괄해보면 ‘발전’이겠네요. 전보다 발전했으니,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GQ 지금의 유겸 씨 기세가 아주 단단하고 씩씩해서 보기 좋은데요?
YG 아?(웃음) 고맙습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아마도 그만큼 시간을 많이 투자했기 때문 같아요. 정말 많이요. 저 진짜 열심히 연습하고 작업했거든요. ‘열심히’의 기준은 제게 당당할 수 있을 정도로요.
GQ 그런 유겸의 시간들이라면 팬들도 분명 느껴볼 수 있겠어요.
YG 무조건 알아봐 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빨리 들려드리고 싶어요. 칭찬도 받고 싶고요.
GQ 최근 선공개한 ‘LA SOL MI’ 반응부터 심상치 않아요. 무엇보다 곡의 분위기가 가장 새로웠고요.
YG AOMG 와서 낸 노래들 중 가장 밝은 곡이에요. 제가 워낙 많은 시도를 하다 보니 ‘라솔미’처럼 밝은 노래는 정말 오랜만에 내게 됐거든요. 댓글 중에는 “이런 밝은 음악을 잘하는 게 유겸이었지” 같은 반응도 많았어요. 좋아해주셔서 다행이었죠.
GQ 전과는 다른 밝은 음악을 해보자는 건 유겸 씨의 의지였어요, 아니면 주변의 의견들이 작용했나요?
YG 제 의지가 컸어요. 그런데 마침 회사의 의견도 비슷했고요. 다행히 그래서 완전 착,착,착,착! 진행했어요.
GQ 챈슬러와의 작업은 어땠어요?
YG 전부터 챈슬러 형한테 곡을 받아보고 싶었어요. 또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노래를 만들고 싶기도 했고요. 관련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챈슬러 형하고 많이 나눴는데, 어느 날 딱 가이드가 넘어온 거죠. 받았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어쿠스틱 멜로디가 흘러가다가 갑자기 큰 드럼이 나오는데 와, 저는 그 부분이 엄청 신선했어요.
GQ 앨범명을 <TRUST ME>로 정한 이유가 짐작되더라고요. 같은 타투도 있죠?
YG 네. ‘TRUST ME’ 타투 위에는 아가새 문양이 있어요. 첫 정규 앨범이라 너무 특별했거든요. ‘TRUST ME’는 스스로에게도, 아가새에게도 늘 하던 말이에요. 이보다 더 와닿는 건 없더라고요.
GQ 앨범 콘셉트 컬러를 옐로와 그린으로 정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죠?
YG 네, 초록색은 우리 아가새를 상징하고, 노란색은 저, 유겸을 상징하는 민들레에서 가져왔어요. 이것도 제가 다 정했어요.(뿌듯)
GQ 아가새들에게 선물 같은 앨범이네요.
YG 부디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수록된 곡들도 사실 ‘이건 정규 앨범으로 낼 거야’ 하고 만든 노래들은 아니거든요. 평소에 하고 싶은 이야기들, 팬들, 주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감정들을 노래로 만들어두었다가 이번 앨범에 차곡차곡 정리한 건데, 그래서 바람이라면 이야기 나누듯이 편하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GQ 꼭 구분 지을 필요는 없겠지만, 정규 앨범이 발매되면 갓세븐의 유겸과 지금의 유겸을 달리 두고서 하는 이야기들이 아무래도 있겠죠?
YG 맞아요, 있겠죠. 원하는 반응이라면 역시 “유겸 더 나아졌네”, “성장했네” 같은 거요. 나이를 먹어도 끝없이 발전하는 사람이 진짜 멋있다고 생각해요. 영역에 관계없이 그런 분들이 진짜 멋지더라고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음, 지금의 제가 조금 당당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갓세븐 때보다 노래, 춤, 랩 모두 늘었다는 거. 지금 제게는 이게 가장 중요해요. 발전.
GQ 지금 유겸에겐 왜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한가요?
YG 저를 좋아해주시는 팬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티스트가 되고 싶거든요.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저를 자랑스러워하신다면 전 더 바랄 게 없어요.
GQ 이거 감동 멘트 아닌가요?(웃음)
YG 하하하하! 팬분들 생각하면 정말 더 잘하고 싶어요. 아티스트로서의 멋진 모습이든, 사람 유겸으로서 보여지는 바른 태도나 마인드든. 그게 무엇이든요.
GQ 그런데 정말 홀로서기 해보니 어떻던가요?
YG 확실한 건 그동안 팀이 나를 굉장히 많이 감싸주고 있었구나, 싶은 마음. 해보니 노래도 춤도 결국 무대 전체를 혼자서 끌고 가야 하니까요. 이게 쉽지 않더라고요. AOMG 투어 땐 다른 아티스트의 팬들도 굉장히 많았거든요. 그분들이 제 무대에서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는데, 그 분위기를 만들고 호흡하는 과정들이 처음엔 굉장히 낯설었어요. 자연스럽게 형, 누나들 무대 보고 배우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얻었고요. 처음 AOMG 왔을 때는 진짜···, 뭐 야생에 던져진 그런 느낌이었어요.(웃음)
GQ 유겸처럼 무대에 많이 서본 사람도 그래요?
YG 확실히 갓세븐일 때와 솔로일 때는 다르더라고요. 그런데 덕분에 많은 걸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GQ 가장 큰 배움이라면 어떤 거라고 생각해요?
YG 음악이요. 처음엔 곡 작업을 많이 해서 형들한테 가져갔어요. 솔직하게 그땐 ‘이 정도면 괜찮지’ 싶은 마음이 컸어요. 당연히 많이 까였죠. 처음엔 자존심도 상했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까 ‘정말 말도 안 되는 자만이었구나’ 싶었어요. 완성된 곡과 처음 만들었던 곡의 차이가 컸으니까요. 그래서 주변에서 “AOMG 가서 어떤 게 가장 좋아?”라고 물으면 “솔직한 거”라고 답해요. 솔직한 피드백 덕분에 늘 수 있었으니까요. 또 솔직하기 때문에 작업 분위기도 좋고요. 지금은 기분 전~혀 안 나빠요.(웃음)
GQ 앨범에 무려 14곡이나 들어 있어요. 유겸 씨가 직접 총평하자면 어떤 앨범이라고 말해줄 수 있나요?
YG 사랑이 넘쳐나는 앨범이요.
GQ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가 ‘사랑’이군요.
YG 맞아요. 14곡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단어를 떠올려보면 그건 ‘사랑’ 같아요. 제가 워낙 사람을 좋아해요. 좀 전에 말했듯이 팬분들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 들려주듯 곡 작업을 했거든요. 그래서 기분 좋게 썼던 기억이 많아요. 그 기억들을 한데 모으면 그건 ‘사랑’이고요. 그래서 는 사랑이 넘쳐나는 앨범인 것 같아요.
GQ 어느덧 11년 차. 이제 병아리는 아닌데 ‘첫 정규 앨범’이라는 타이틀이 유겸의 자세를 꼭 신인처럼 포장하는 것 같기도 해요. 씩씩한 지금의 태도도 그렇고요. 어때요?
YG 그렇죠. 병아리는 아니죠. 그런데 참 이상한 게 보여드릴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아무래도 팀 활동을 오랫동안 해와서 그렇겠죠? 어쨌든 그런 마음이에요.
GQ 유겸이 해야 하는 것, 보여줘야 하는 것들을 이루는 과정에서 경계해야 하는 것도 분명 있겠죠? 음악적 함몰이라든지, 아티스트로서 대중을 대하는 태도라든지. 어떤가요?
YG 제가 멀티가 정말 안 되는 사람이라서 아직까진 그 ‘경계’라는 걸 생각할 수 없었어요. 앨범 작업에만 몰두했거든요. 그런데 ‘경계’는 아니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해서는 늘 떠올리고, 고민하고 있어요. 고민의 끝에서 만나는 스스로의 대답은 늘 ‘나는 내 일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거예요. 이런 제 마음가짐이 때로는 정말 감사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음악하면서 정말 행복하거든요.
GQ 앨범명처럼 도전하는 용기도 감사하는 마음도 스스로를 향해 있네요.
YG 아?(웃음)
GQ 유겸 씨의 스스로를 향한 믿음은 결국 ‘유겸의 무엇’을 믿는 거라고 생각해요? 유겸의 많은 재능들 중에.
YG 꾸준함이요. 꾸준함이 가진 힘을 믿어요. 그래서 결과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도 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GQ 목표가 분명해야 꾸준함도 생기잖아요. 유겸은 어떤 목표가 있어요?
YG 오래 하고 싶으니까요. 지금은 멀리 보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당장 앨범이 안 나와도 불안하지 않을 정도로. 그 시기에 불안보단 발전을 선택해야죠.
GQ 멋지네요.
YG 유일하게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할 수 있을 때가 노래 부르고, 춤추고, 곡 작업할 때더라고요. 불안함이 끼어들 틈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