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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어디든 함께 달리고 싶은 자동차 4

2024.03.08신기호

겨울이 떠난 자리에서.

렉서스 RZ 450e

RZ 450e는 렉서스의 첫 전기 전용차다. 간혹 앞서 출시된 UX 300e 모델을 렉서스의 첫 번째 전기차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UX 300e는 내연기관이었던 UX 모델을 바탕으로 만들었으므로 완전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서 생산했다고 할 수 없다. 결국 도요타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TNGA’로 만든 첫 차인 RZ 450e 모델이 렉서스의 첫 번째 전기 전용차가 맞다. RZ 450e는 전고를 훅 끌어내려 무게중심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들뜨지 않는 차분한 주행감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 균형감 좋은 서스펜션도 으뜸이다. 그런데 주행감이 매끄럽다고 해서 혹여나 출력이 낮을까? 아니다. 전륜 모터가 1백50킬로와트, 후륜 모터가 80킬로와트로 총 출력은 최대 3백12마력까지 나온다. 최대토크는 44.4킬로그램미터나 된다. 모든 순간에서 처음은 특별하다. ‘처음’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가치는 역사가 되기도 하니까. 그런 이유에서 RZ 450e는 한 세기가 조금 못 되는 도요타의 장대한 시간 위에 ‘첫 전기 전용차’라는 존재로서의 의미를 새로 새긴다. 많은 부연 없이 처음이라서 들이는 뜨거운 노력들만 떠올려보더라도 RZ 450e는 잘 만들어진 차, 상징적인 차가 맞다.

포르쉐 타이칸 터보 S

신형 타이칸은 여전히 우아하다. 순수 전기 스포츠카가 가진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떠올려보면 신형 타이칸의 우아한 분위기는 사실 좀처럼 연결되지 않는다. 흥미의 시작, 궁금한 존재의 등장은 대체로 이런 부류다. 풍미가 묵직한 레드 와인에 디저트로 치즈가 아닌 캐러멜을 내어주는 뜻밖의 식당처럼, 같은 존재를 달리 해석할 줄 아는 능력에는 늘 칭찬이 따라붙는다. 뻔한 것을 뻔하지 않게, 예상이 예상되지 않도록 차단한 묘안을 향해 전하는 박수다. 타이칸 터보 S를 마주한 흥미의 시작은 이렇고, 그럼 우아한 디자인 아래 품은 그 성능은 과연 어떠할까. 타이칸 터보 S는 현존하는 순수 전기 스포츠카 중 단연 최고의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최대출력은 4백60킬로와트, 6백25마력의 짱짱한 힘을 가졌다. 최대토크는 무려 1백7.1킬로그램미터. 마음먹으면 시속 1백 킬로미터까지는 단 2.8초면 도달할 수 있는 힘이다. 여기에 더하여 포르쉐는 터보 S에 걸맞은 일렉트릭 스포츠 사운드도 삽입했다. 스포츠카의 경험을 음향적 영역으로 확장한 덕분에 타이칸 터보 S의 드라이빙 경험은 풍부할 수밖에 없다. 나름의 기준에서 그치지 않고 차곡차곡 더하여 유일해진 모습은 그렇게 여기 타이칸과 같이 작품이 된다.

아우디 RS3

RS3가 가진 터프한 성능을 가리켜 아우디는 스포츠 세단이 가져야 할 마땅한 태도라고 말한다. 4백7마력의 넘치는 힘은 놀라울 것이 아니고, 3.8초의 제로백은 뛰어난 것이 아니며, 5백 나노미터의 최대토크 역시 스포츠 세단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스펙이라는 것. 어디에 가져다 놓아도 감탈할 만한 퍼포먼스를 향해 “스포츠 세단이 가져야 할 마땅한 태도”라고 덤덤하게 설명하는 아우디의 점잖은 기세는 그래서 그럴싸한 포장만 해두고 소란스레 성능을 선전하는 경솔한 부류와는 분명 다르다. 실제로 RS3는 아우디의 RS퍼포먼스를 정의할 정도로 부족함 없는 성능을 자랑한다. 직렬 5기통 엔진을 기반으로 만든 RS모드(RS인디비주얼, RS퍼포먼스, RS토크 리어)를 선택하면 아우디가 해석한 스포츠 세단의 역동성이 어떤 모습인지 즉각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다. 나아가 디지털 계기판이 보여주는 생생한 디자인은 RS퍼모먼스의 짜릿한 주행감각을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확장해 전달한다. 스티어링 휠을 말아쥔 손이 금방 끈적해지고, 패달을 밟은 발이 들썩이는 건 RS3가 전하는 정체의 증명인 셈이다.

제네시스 G80

근사하던 G80이 새로워졌다. 본디 멋을 가진 이가 멋을 더 부린들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기지 않는 것처럼 근사하던 G80이 새로워졌다 한들 과연 무엇이 더? 의심부터 들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진중치 못한 예상을 바로잡듯 G80은 변화들을 하나씩 증명해 보인다. 덧셈과 뺄셈. 변화는 그렇게 효율적인 형태로 완성됐다. 먼저 노출된 머플러는 V자 형태의 크롬 트림을 적용해 우아하게 덮었다. 반짝이던 휠도 5개의 더블 스포크 타입으로 단정하게 정리했다. 여기에 2개의 선으로 그린 이중 메시 형태의 그릴은 G80의 우아한 얼굴을 더 입체적으로 메이크업했다. 물론 두 줄 램프와 대형 크레스토 그릴, 붓으로 그린 것 같은 매끄러운 파라볼릭 라인 등 G80을 상징하던 디자인 요소는 그대로 두었다. 성능도 마찬가지. 직관적인 조작과 품격 있는 편의 사항은 여전히 으뜸인데, 여기에 더하여 스포츠 플러스 모드와 전자식 차동 제한 장치(E-LSD), 두 가지 브레이크 모드를 추가해 과감하고 역동적인 주행 환경을 더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했다. 모든 변화의 범례에는 균형이 들어 있다. G80의 변화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