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체만 있나? 급여체도 있다.
어레인지
주로 회의나 미팅, 피드백 등의 업무와 관련해서 사용되는 급여체다. 간단하게 풀이하자면 일정을 확인한 후에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내용을 조율하고 정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영어 단어인 ‘Arrange(마련하다, 처리하다, 정리하다)’에서 파생된 급여체의 일종이다. 말 그대로 ‘다듬는다’ 내지는 ‘정리한다’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크게 무리는 없다.
디벨롭
마찬가지로 영어 ‘Develop(발달하다, 개발하다)’에서 비롯된 급여체로, 초기 내용이 부실하여 살을 붙인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문서를 보완하거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야 할 때 많이 사용되곤 한다. 보고서, 제안서, 계획서 등 회사에서 주고받는 대부분의 문서 작업과 함께 쓰이며, 만약 퇴근 전 “디벨롭해주세요”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100% 야근을 의미하기도 한다.
캐주얼
보통 패션 용어로 알고 있는 ‘캐주얼하다’에는 말은 나름대로 폼은 갖췄지만, 눈에 띄진 않는다라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아이디어, 보고서 등 문서를 작성할 때 사용되는 표현인 동시에 편안하고 자유로운 느낌이지만, 나름의 구성을 갖춘 보고서를 제출해 달라는 것을 일컫는다. 참 어렵다.
넵, 네넵, 네네
요즘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은 단연코 ‘넵’이다. 특히 상사와 대화를 나눌 때 긍정의 표시로 사용된다. 카톡이 활성화되면서 생겨난 급여체 중 하나로, 상사의 말에 대답은 해야겠고, 너무 ‘네’라고 대답하면 성의 없어 보여 중간중간 넵이라는 대답을 하는 것이다. 적당히 절도 있으면서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은 인상을 주기 때문에 적절한 대답으로 자주 쓰인다.
아이데이션
영어 단어 ‘Ideation(관념화, 상상하기)’에서 비롯되었지만 실제로 회사에서는 사전적 의미와 조금 다른 뜻으로 통한다. 주된 의미는 아이디어를 내보라는 것이며, 보통은 해외 성공 사례 등을 꼼꼼하게 검토해보자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상사가 아이데이션을 요구했을 때는 번뜩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해보라는 무시무시한 지시로 사용한 게 맞으니 명심하도록 하자.
크로스 체크
급여체에는 상사나 동료들을 향한 반발의 표현도 숨겨져 있다. 크로스 체크는 본래 정보통신용어 중 하나로 양쪽에서 처리한 결과를 대조 확인하는 것을 뜻한다. 직장 내에서는 좀 더 다른 것과 대조해서 꼼꼼한 확인을 요구하는 급여체로 자주 쓰인다. 상황에 따라서는 서로 업무 내용을 확인하는 것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은 함께 지자’는 암묵적인 합의도 내포돼 있다.
팔로우업
이것 역시 영어 ‘Follow Up’에서 유래된 급여체다. 업무에서는 후속 작업이나 추후 관리 등의 의미로 활용되곤 한다. 타팀 혹은 타사 직원과 지속적으로 협업을 하거나 특정 업무를 도와 함께 담당해달라는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예시로 “이번 프로젝트는 김대리도 같이 팔로우업 해주세요”라고 한다면 원래 하던 일은 그대로 하고,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라는 뜻이다.
ASAP
이 밖에도 직장 내 예의를 지키기 위해 최대한 공손하게 사용되는 표현이 있다. 이메일 하단에 기본적으로 붙는 ‘피드백 요청드립니다’, ‘일정 확인 부탁드립니다’ 등이 그렇다. 특히 ‘회신 기다리겠습니다’는 기한을 맞추기 위해 빠른 확인을 요구하는 의미로 ‘As Soon As Possible(가능한 한 빨리)’라는 영어 숙어를 줄인 ‘ASAP(아삽)’이 동음이의어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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