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발하게 활동하는 최고의 락, 블루스, 컨트리 남성 솔로 아티스트인 존 메이어는 전세계 기타 키즈에게 미친 영향만큼 시계 수집가들에게 미친 영향도 크다. 시계업계의 <그래미 어워드>로 여겨지는 <GPHG>의 특별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최초의 비시계업계 인물일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의 수많은 시계들 중 가장 관계가 깊은 시계 몇 점을 추렸다.
오데마 피게 – 스텔라 로얄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지난주 밀라노에서 발표된 오데마 피게의 최신 모델. 이 시계는 존 메이어와의 정식 협업으로 탄생했다. 진지한 워치 컬렉터답게 자아를 과도하게 시계에 투영하려 하지 않고, 존 메이어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도 탐낼 만한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발표됐다는 점에 눈물을 흘리며 기립박수 쳐주고 싶다. 존 메이어는 여러가지 요소를 건드리지 않았다. 기존 모델에 다이얼을 커스텀하는 수준에서 마무리한 것 뿐. 시계를 잘 모르는 사람은 “다이얼만 건드린 건 너무 성의없는 것 아니야?”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작은 수정들처럼 날카롭고 불규칙하게 가공된 다이얼이 계속 바라보고 싶은 밤하늘을 닮아 있길 원했다. 그 자연의 깊이와 광대함이 퍼페추얼 캘린더와 결합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존 메이어의 코멘트는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치의 메커니즘과 시계 산업 구조를 얼마나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잘 드러낸다. 18K 화이트 골드 소재의 41mm 케이스 내부에는 오토매틱 칼리버 5134가 탭재되어 있는데, 리미티드 에디션에 이 칼리버가 적용되는 것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한다. 케이스백을 통해 무브먼트를 볼 수 있는데, 존 메이어의 사인이나 실루엣을 본 딴 장식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나는 이 점 역시 스위스 시계 산업에 대한 존 메이어의 겸허한 헌사라고 생각한다.
지샥 – Ref. 6900
존 메이어는 카시오 지-샥, 세계 전문 웹 저널이자 쇼핑몰인 호딩키와 함께 삼자 협업으로 Ref. 6900 워치 3점을 발표한 바 있다. 크림색, 스카이 블루, 블랙의 세 가지 버전이었으며, 기능적으로 새로울 것은 없다. 하지만 모두 존 메이어가 직접 소장하고 연주했던 1980년대 카시오의 소형 전자 키보드 디자인에서 받은 영감을 표현한 것이기에 파인 워치 애호가들에게 ‘토이 워치’로 분류되는 지샥의 성격과 근사하게 어우러져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시계가 발표됐던 당시는 존 메이어가 <뉴 라이트>라는 앨범으로 활동하던 시절인데, 이 무렵부터 존 메이어는 음악적으로 기존의 블루-컨트리적인 성향보다 레트로풍의 전자 악기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던 시기라서 잘 맞아 떨어졌다. 부스스한 머리와 멋대로 자라버린 수염, 빈티지 L.L.빈 아노락 파카 등은 이 시계와 함께 ‘너드미’를 한껏 발산하기도 했다.
F.P. 주른 – 엘레간테 40mm 티타늄
그가 오데마 피게, 파텍 필립, 롤렉스 같은 브랜드의 시계를 수집한다는 건 정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다른 브랜드의 시계를 착용한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다. 지금 소개하는 F.P. 주른의 시계는 존 메이어가 작년 봄 투어에 착용했던 것이다. 국내에는 조금 생소한 브랜드이지만, 시계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리차드밀이나 랑에 운트 죄네처럼 컬트적인 인기를 누리는 하이엔드 워치메이커다. 이들은 매우 유니크하면서 극도로 섬세한 컴플리케이션에 특화되어 있는데, 엘레간테 컬렉션은 놀랍게도 F.P. 주른의 첫 여성 워치 컬렉션이다. 흰색으로 보이는 다이얼은 재미있게도 전체 야광으로 빛나며, 40 X 35mm 사이즈의 토노형 케이스는 티타늄 소재다. 다이얼 4시와 5시 방향 사이에 오픈 워크 방식으로 드러난 메커니즘은 동작 감지기다. 이를 통해 35분동안 사용자의 움직임이 없다면 시계는 에너지 절약을 위한 대기 모드로 전환되고 핸즈의 움직임이 멈춘다. 하지만 시간은 계속 측정되기 때문에 착용을 하는 순간 정확한 시간을 표시하는 놀라운 기능을 갖고 있다. 이 시계를 통해 확실히 존 메이어는 랩퍼나 격투기 선수들과 추구하는 시계의 결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