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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편안함과 기능성의 균형을 이야기 하는 유니클로 글로벌 디렉터 르메르와 인터뷰

2024.03.15박지윤

럭셔리 세계를 벗어나 유니클로에서 싹을 틔운 크리스토퍼 르메르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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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랄만큼 정밀하고, 분명하고, 올곧은 디자인을 취향하는 디자이너로서, 패션의 세계를 벗어나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가장 많이 받는지 궁금해요.
패션을 둘러싼 모든 것들에 관심이 곤두서 있어요. 예술, 역사, 사회학, 건축, 인테리어 등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려 노력하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일상에서 받는 영감들입니다. 예시를 좁혀보자면 아침에 일어나 서둘러 짐을 챙길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하는 그런 일들까지도 저에게 중요합니다. 그중 울림을 주는 것들이 제 컬렉션 작업의 초석이 됩니다. 훌륭한 디자이너라면 이런 사소한 부분들을 놓칠 수 없어요. 패션쇼 프론트 로에 앉아서 옷의 실루엣을 보는 게 아닌,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고 보고 대화하는 그 현실을요. 그래서 유니클로의 ‘일상’의 키워드에 제가 녹아들었는지도 모르겠네요.

Uniqlo U는 혁신적인 소재와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일상복을 재해석하여 심플함과 모던함을 기본으로 정밀함을 더한 라이프 에센셜이죠. 이렇게 구성한 컬렉션이 우리 삶에 어떤 기능을 제공해야한다고 생각하나요?
옷을 통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 이것이 핵심이에요. 남성이나 여성이 어떤 옷을 입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는 게 중요하죠.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듣고,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좋은 옷은 좋은 친구와 같아야 하고요. 옷은 때때로 기분이 좋지 않을 때 기운을 돋아주고 자신감이 없을 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죠. 우리를 보호해주고 더 나은 존재로 만들어주는 매개체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Uniqlo U 2024 봄 여름 컬렉션에는 어떤 디테일들을 녹였나요?
보온성과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보호기능과 레이어링을 강화한 실루엣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몸에 밀착되는 가벼운 베이스 레이어부터 시작해 자유롭게 다양한 제품을 레이어 할 수 있게끔 했죠. 보온성과 착용감 등을 위해 팀원 모두가 옷을 직접 입어보고 있어요. 유니클로만의 강점을 살린 제품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에 프랑스 서부 브리타니에 다녀왔는데 그곳의 억센 비와 바람을 경험하고 컬렉션에 반영된 몇 가지 디테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어요. 혹한의 날씨에 몸을 보호하는 세심한 차이들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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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기능’은 직접 입어보기 전까지는 말로서 표현할 수 없죠. 깊게 생각해본 적 없는 요소를 옷에 적용하는 일들을 하고 있잖아요.
패션에서 기능성은 유행이라고 볼 수 있지만 절대 피상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진정성이 있는 요소들이 디자인에 녹아들어야 하죠. 사실 아주 간단해요. 옷을 겉모습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입는 사람의 내면, 이 옷을 입을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죠.

‘욕구’와 ‘필요’에 대한 아이디어가 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대게 사람들이 원하는 멋진 작품, 미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기능성과 밀접함을 갖춘 옷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한, 옷을 판매하는 것을 포함한 모든 부분을 고려해야 하고요. 때문에 많은 논의가 오갑니다. 디자인은 직관적이면서 동시에 조금은 예상치 못한 특별함을 줘야 하죠. 필요와 욕구 사이의 균형을 찾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이죠. 직접 피팅하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니즈를 담았는지, ‘기능성’이라고 하는 필요의 요소들을 모두 담았는지 계속 질문하고 고민하고를 반복합니다.

다양한 요구 사항을 아우를 수 있는 보편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뿐만 아니라 관찰력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저는 항상 팀원들에게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이나 다른 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라고 권해요. 우리의 디자인은 보편적이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패턴사와 개발자들의 기술적인 결과물 외에도 라이프웨어 철학을 매 시즌 크리에이티브 방향과 통합하는 방법을 이해하려 노력해요. 그리고 지속적으로 연구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빈티지 의류와 그 역사와 뿌리를 연구하여 이를 현대적인 일상의 라이프웨어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이게 바로 유니클로 팀의 매력이 아닐까요. 모두가 디자인 과정에 관심을 두고 참여하고, 이러한 참여가 큰 차이를 만듭니다. 아주 강력한 제작 문화라고 할 수 있죠. 품질에 대한 열정으로 항상 최고를 추구하며 디테일을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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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qlo U는 독특하면서도 세련된 컬러 선택으로 유명합니다. 이번 시즌의 컨셉과 웻컬러Wet color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왔나요?
아름다운 색을 뽑아냈다고 해서 일반적인 색상보다 가격이 높을 이유는 없죠. 그래서 우리 팀은 매 시즌 컬러 팔레트 작업에 열의를 쏟아요. 색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색에 담긴 수많은 뉘앙스를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일본 문화에는 다양한 검은색이 존재한다는 관점이 있어요. Wet Black과 Dry Black에 대한 차이가 극명히 있는 것처럼 말이죠. 이러한 차이점이 풍부한 것은 자연의 진리라고 생각해요. 자연에서 영감받은 색상을 좋아해요. 비비드한 색상과 무채색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해요. 이미 내 옷장에 가지고 있는 옷들과 쉽게 매치할 수 있는 유행을 타지 않는 옷, 오래 두고두고 입고 싶은 옷을 만드는 것이 포인트죠. 그래서 색이 바랜 텁텁한 색이나 무채색을 선호합니다. 회색, 베이지, 흰색, 검은색 등 다양해요. 이번 시즌의 아이코닉한 U 티셔츠는 그대로 유지하되 매력적인 컬러 팔레트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유니클로의 라이프웨어 콘셉트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한다는 것이 어려분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사람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하고 일상의 현실에 집중한다는 유니클로의 철학에 확신을 가지고 있어요. 패션이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이유에서인지 지금은 놀랄 만큼 화려하고 스펙타클함이 넘쳐나지만 우린 ‘베이직’으로 돌아가는걸 목표로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가구 디자인이나 건축과 같은 것이죠. 기능과 예술 또는 스타일, 취향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패션의 근본이고 우리의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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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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