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플러스 원이 아닌, 투 플러스 투.
HOW TO FEEL
압구정의 한 어묵 바. 로타 볼코바의 신봉자와 미우치아 프라다 신봉자가 만났다. 이야깃거리는 당연히 미우미우. 겨드랑이와 옆구리 사이에 바짝 끌어안은 빅 백부터 무심하게 젖혀 올린 셔츠의 칼라까지, 미우미우 컬렉션을 중심에 두고 대화 주제가 이리저리로 널뛰었다. “어제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거 봤어?” 친구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대답도 채 하기 전에, 친구는 그새를 못 참고 잽싸게 본인의 휴대 전화 화면을 보여줬다. 뉴발란스와 미우미우의 합주, 제2장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두 브랜드의 랑데부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채웠다. 그날, 에디터는 밤이 깊도록 눈에 아른거려 잠 못 이루게 만든 이 스니커즈를 경험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으로 함께한 행선지는 동네 공원. 몇 개월 만에 나서는 아침 러닝이었다. 평소대로라면 눈을 비비며 손에 집히는 ‘아무’ 조거 팬츠를 입고 나갔겠지만, 그날은 왠지 좀 신경 쓰고 싶었다. 미드에 나오는 장면을 상상하며 토템의 매끈한 바이커 팬츠에 발목까지 올라오는 차콜 컬러 양말을 신었다. 머리는 포니테일, 두 발은 뉴발란스 x 미우미우! 꽤 괜찮은 조합이라는 생각에 뿌듯해하며 집을 나서는 순간, 가벼운 빗방울이 발등에 톡 떨어졌다. 흔적은 없었다. 발수 코팅이 된 건지, 내리는 빗방울을 모조리 튕겨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매우 가벼운 발걸음으로 촉촉한 아침 러닝을 즐겼다. 이제 실전에 돌입할 때. 종일 돌아다니는 것에 비하면 러닝은 연습 게임에 불과하다. 외부 활동이 잦은 에디터는 편안함이 신발의 가장 큰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주야장천 플랫슈즈만 신던 과거, 어느 날 뉴발란스 스니커즈의 편안함을 맛보고 바뀐 신조다. 이렇게 뉴발란스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기 때문에 함께하는 긴 하루가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가 앞섰다. 모든 것은 예상대로였다. 단 한 가지만 빼고. 밑창이 얇아 장시간 활동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던 것. 하루 종일 이리저리 돌아다녔음에도 발바닥에 느껴지는 피로감은 없었다. 단순히 얇은 밑창이 아니라, 얇게 압축한 밑창 같았다. 사실 에디터는 이 스니커즈가 런웨이에 올랐을 때,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첫 번째 협업 제품을 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직접 경험해보니 신으면 신을수록 새롭다. 신발을 험하게 신는 탓에 지금은 걸레짝 신세가 되어버린 574와의 추억을 회상해보자면 더욱 그렇다. 언제나 그랬듯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편안한 착용감은 물론 매끈한 스웨이드 갑피 덕분에 한층 ‘새 신’다운 말쑥한 모습. 함께 제공되는 여분의 끈으로 두고두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즐길 수도 있다. 진화된 디자인만큼 가격도 오른 걸까? 574보다 약 20만원 비싼, 1백50만원이라는 친절하지 않은 가격표. 그럼에도 이 신선하고 가벼운 기분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HOW TO CHOOSE
디스트레스드 스웨이드와 스웨이드 및 메시 소재로 선보이는 530SL은 네 가지 컬러 팔레트로 출시한다. 디스트레스드 스웨이드는 브라운 계열의 에크루와 시나몬, 스웨이드 및 메시 소재는 블랙과 화이트. 현재 국내에서는 블랙을 제외한 세 컬러만 만날 수 있다. 많다면 많은, 적다면 적은 네 가지 컬러 중 어떤 제품을 고를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면 평소 입는 스타일을 떠올려보자. 클래식하고 단정한 룩을 선호한다면 갑피 전체를 스웨이드로 감싼 디스트레스드 스웨이드 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차분하고 따뜻한 라테 컬러가 스웨이드의 부드러운 결을 한층 깊고 진한 매력으로 보여주니까. 반대로 캐주얼하거나 스포티한 스타일을 즐겨 입는다면 블랙 또는 화이트가 좋겠다. 곳곳을 메시로 마감한 덕분에 활동적인 무드와 잘 어울리기 때문. 이러나저러나,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면 모든 걸 차치하고 일단 매장에 직접 방문할 것. 자석처럼 끌리는 운명의 존재를 만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HOW TO ENJOY
530SL의 가장 큰 포인트는 신발 끈. 뉴발란스의 본질을 따르면서도 ‘미우미우스러운-’ 디자인이 완성된 지점으로, 설포의 레이스 루프를 중심으로 위아래에 서로 다른 신발끈을 매치하는 식이다. 오렌지, 네이비, 그린 컬러의 세일링 로프에 화이트 스트랩과 가죽 스트랩을 더해 재치를 발휘했다. 거추장스러운 요소를 더하기보다 구성품만으로 스니커즈의 문법을 다시 쓴 셈. 이런 점을 응용한다면 한 켤레로도 무한대의 디자인을 즐길 수 있다. 서로 다른 스트랩을 교차로 엮거나, 세일링 로프 또는 가죽 스트랩으로 묶는 법을 달리해 포인트를 주는 방식으로.
HOW TO LOOK
화이트, 에크루, 시나몬 중 에디터는 연한 도토리 컬러인 에크루를 체험했다. 평소 즐겨 착용하는 캐멀 아우터와 얼추 비슷한 톤. 어딘가 심심한 것 같아 팬츠는 블루 진으로 선택했다. 핏은 넉넉한 스트레이트. 원래대로 라면 여기에 벨트를 더했겠지만,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실루엣을 위해 과감히 생략했다. 캐멀과 블루, 클래식한 컬러 조합이 분명함에도 지루할 겨를이 없었다. 걸을 때마다 고개를 내미는 초록색 신발 끈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기 때문이다. 컬러 스타일링의 귀재, 로타 볼코바 역시 무난한 컬러의 룩을 선보였다. 신발 끈과 대조되는 컬러의 브리프를 더한 게 포인트라면 포인트. 억지스럽지 않게, 편하게 입던 옷 그대로 입을 것. 평범한 룩에 더 강한 화학 작용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