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혼자해도 충분한 숙성 방식을 소개한다
❶ 브룩라디 – 더 클래식 라디
‘피트를 사용하지 않은 아일라 위스키’라는 얘기에 혹해서 이 위스키를 구입했다가 낭패를 본 사람들이 꽤 있을 거다. 마셔보면 실제론 적지 않게 피트 캐릭터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맥아 건조 과정에서 피트를 연료로 사용하진 않았지만, 피트 토양을 따라 흐르는 아일라의 물을 사용해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이 위스키를 피트 애호가 지인들이 집에 놀러 왔을 때 잔뜩 따라주었다. 그러다보니 금세 반 병으로 줄어들었고, 이 상태로 한 동안 마시지 않았다. 오랜만에 위스키를 다시 마셔보니 빳빳했던 피트가 상당히 부드러워져 증류소 홈페이지에 적어 둔 테이스팅 노트인 ‘꽃이 만발하며 우아한 스타일’이라는 말에 그제서야 공감할 수 있었다. 이 방식으로 모든 피티드 위스키의 피트 캐릭터를 온화하게 만들 수 있다. 피트 뒤에 감춰진 모습을 보다 선명하게 마주하고 싶다면 추천한다.
❷ 글렌파클라스 – 105
‘알쓰’라면 글렌파클라스 105를 니트로 마셨을 때 알코올 60%의 강렬함에 이 위스키가 지닌 셰리 풍미를 전혀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셰리 몬스터는 무슨 셰리 몬스터야! 알코올 몬스터잖아!”라고 외치면서 말이다. 이와 같은 캐스크 스트렝스 위스키들은 높은 알코올 때문에 주당이 아니라면 물이나 얼음을 타 마시곤 한다. 그러나 언제나 “니트로 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물을 탄 위스키는 희석된 맛일 뿐. 위스키를 물과 섞긴 싫지만, 알코올 함량을 낮추고 싶은 사람을 위해 디켄터를 추천한다. 영화 속 저택에 사는 갑부가 밤이 되면 로브를 입고 위스키 한 잔을 따를 때 사용하는 멋진 크리스털 병 말이다. 디켄터에 위스키를 따라 놓으면 마개를 닫아두더라도 알코올이 꽤 날아간다. 한 달쯤 두면 위스키 3잔 정도는 날아가버리지만 마시기 편한 상태가 된다. 더 이상 날아가는 게 아까운 상태가 됐을 때 다시 병에 따르면 된다. 다만 어떤 디켄터는 마개에 고무 실링이 있어 증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 것보다 마개와 병 모두 크리스털로만 만들어 틈이 약간 생기는 게 효과적이다.
❸ 조니워커 – 골드라벨 리저브
아는 사람들은 이미 다 아는 방식인 ‘냉동실에 넣어뒀다 마시는 조니 워커’의 대표가 바로 이 골드 라벨 리저브다. 사실 이 위스키는 이미 매우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지닌 위스키이지만, 냉동실에 들어갔다 나오면 부드러움과 달콤함이 훨씬 증폭된다. 게다가 오일리한 점성이 생기고, 알코올과 피트 캐릭터가 대폭 감소한다. 때문에 평소 위스키를 높은 알코올 때문에 즐기지 못했다거나 피트 풍미 때문에 조니 워커를 선호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방식이다. 아무래도 조니 워커는 명절 선물로 가장 선호되는 위스키이다보니 선물 받은 게 집에 두어병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의 취향과 조금 맞지 않아 미개봉 상태라면 밑져야 본전이니 냉동실에 넣어둬보자. 얼마나 괜찮으면 조니 워커에서 몇 해 전에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영감을 받아 냉동실에 보관하고 마시는 ‘화이트 워커 바이 조니 워커’라는 라벨을 출시하기까지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