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art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가장 큰 마음

2024.05.28김은희

한 움큼 뽑아 한 아름 안겨주고 싶어.

DEAR MENTOR

일상을 빛내는 세상의 모든 이에게 그로브 하수민 대표가 바치는 꽃 트로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 꽃을 전해주고 싶은 스승을 떠올렸을 때, 제게 영감을 주는 전 세계 아티스트를 상상했어요. 크리에이티브하고 멋있는 걸 좇다가도 스승의 날이나 어버이날, 가정의 달이 되면 일반적으로 호불호가 없는 오렌지나 레드 컬러로 작업하게 돼요. 이번에는 그에 반하는 퍼플과 블루를 택했어요. 새롭고 창의적인 것에 열려 있는 아티스트들을 떠올리면서요. 그 대상은 시장에서 채소를 예쁘게 놓고 파시는 분이기도 하고, 영등포에서 금속을 가공하시는 사장님이기도 하고, 정말 대단한 작업을 하는 유명한 작가일 수도 있고요. 현업에서 열정적으로 자기 일을 하는 세상의 모든 분이 저의 영감의 대상이에요. 평소에 제가 감사를 표현하는 법이요? 꽃을 업으로 삼고 있어서인지 특별한 때 제가 꽃을 보내는 것은 도리어 그 의미가 다 전달될 것 같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상대가 기념할 만한 날 꽃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쯤이면 다 시들어서 집이나 사무실이 ‘이제 썰렁하네’ 할 때쯤 느닷없이 보내요. 평범한 날, 문득.

큰 파란색 꽃은 카네이션. 작은 파란색 꽃은 수레국화. 깊은 와인색 꽃은 카라. 꽃잎이 5장인 초콜릿색 꽃은 초코 코스모스. 블랙으로 염색한 꽃은 에린지움. 연두색 꽃은 라넌큘러스 폰폰. 긴 이파리는 고사리류. “본인들이 평범하게 하고 있는 일이 이렇게 작품처럼 보일 수 있다는 마음을 담았어요. 평범한 재료도 오브제가 될 수 있어요”, 구불구불하게 연출한 초록색 줄기는 마늘종. 화병은 스카이호제.

DEAR MY FRIENDS

힘내라는 말 대신. 다시서점 김경현 대표가 받아 적은 무언의 갈채들.
① 마음이 요동쳐 어쩔 줄 모르는 봄밤에는, ‘성게’를 추천합니다.
<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 ‘성게’ 박서영 | 문학동네, 2019.
② 위태로움도 꺼지지 않은 불티이기에, 언젠가 씨가 되고, 다시 꽃이 되어 활활 타오를 것이기에.
<햄버거에 대한 명상> ‘지하 인간’ 장정일 | 민음사, 1987.
③ 만남은 파도처럼 내리치지만 우리는 그 인연을 쉽게 놓치곤 합니다. 내일은 잠시 잊고 있던 사람에게 연락해보는 건 어떨까요. 마음에 작은 섬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중국인 맹인 안마사> ‘ 나에게로 파도가 친다’ 심재휘 | 문예중앙, 2014.
④ “힘내”라는 말이 위로가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더 이상 힘을 내기 어려울 때 나 자신에게,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열심히 살았네요”라는 말을 건네보세요.
<새를 따라서> ‘서점 버티고를 나서며’ 박철 | 아시아, 2022.
⑤ 따뜻한 봄. 꽃잎이 흩날리는 곳에 함께 앉아 시간을 나누고, 이 시를 읽으면 그 무엇이 필요하겠어요.
<미기후> ‘피크틱’ 이민하 | 문학과지성사, 2021.
⑥ 힘든 시기를 겪는 친구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까요.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우리는 깊어지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해요.
<두부를 구우면 겨울이 온다> ‘두부를 구우면 겨울이 온다’ 한여진 | 문학동네, 2023.
⑦ 시작하는 힘은 언제나 손끝과 발끝에 있다고 믿습니다. 망설임과 두려움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다면 우리에게는 작지만
소중한 힘이 있다 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순수의 시대> ‘떠날 때 1’ 전윤호 | 달아실, 2017.
⑧ 비가 올 때마다 비 냄새를 좋아하던 친구가 떠오릅니다. 아직도 비가 오면 창문을 열고 웃을까요. 시인은 빗방울이 되어, 시가 되어 신나게 날아갑니다. 오늘은 비에 흠뻑 젖어볼까요.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황인숙 | 문학과지성사, 1998.
⑨ 사람들의 웃는 표정을 떠올려봅니다. 괜스레 따라 웃어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어떤 괴로움 속에서도 웃음꽃은 지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아름다운 손> ‘사랑하는 사람들만 무정한 세월을 이긴다’ 나해철 | 창작과비평사, 1993.

DEAR MY LOVE

향으로 사랑을 말한다면. 김활 조향사가 그러모은 숨.

공기라는 존재를 떠올려봤어요. 공기를 향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차가운 겨울, 공기 좋은 곳, 호수와 산이 인접해 안개가 자욱한 곳으로 놀러 가 이른 새벽 바깥으로 나갔다고 상상해보세요. 춥고 날카롭지만 희뿌연 안개 속에서 느껴지는 어딘가 모를 포근함, 내가 입은 옷의 섬유 내음과 희미한 체취···. 공기는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모든 것이 향을 이루는 요소가 될 겁니다. 저는 사랑이 공기와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실존하고, 백지의 상태로 모든 것을 포용하듯 순수하고 깨끗하며, 무엇보다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그런. 사랑이 있기에 인간이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김활 조향사는 공기와 사랑,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것을 향수 에어리 Airy로 표현하기 위해 본질과 순수성을 좇았다. 그 여정에 영감을 준 작품들.
①,⑧ 단 하나의 물질로 표현되는 우아함과 힘. 그 동시적 공존. 도자 오브제 ‘Soul Bed’ by Tatsiana Shevarenkova. 양극처리된 알루미늄으로 빚 은 ‘ Man Walking’ by Isamu Noguchi.
② 반복되는 음악 패턴, 점차 변화되는 리듬의 조화 속에서 복잡한 질감이 형성된다. ‘Shaker Loops’ by John Adams.
③,④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탐구한 인간 존재와 본질. 그것이 귀결되는 지점, 간결함.
⑤ 하나의 선으로 완성된 ‘Mono Chair’.
⑥ 보일 듯 말 듯 한 선으로 이어지는 작품 ‘환류 G yre’는 존재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 ‘Gyre’ by Franziska Furter.
⑦ 자연의 에너지와 아름다움. 불규칙적인 역동. ‘Seraphim’ by Fusikasa Satoko.
⑨ 에어리는 복잡한 구조 대신 순수하게 5종의 합성 머스크로만 구성해 개인의 체취에 따라 변주된다. 공기 중에 퍼진 에어리 입자의 모습. Airy Parfum by 김활 at 우나퍼퓸.

DEAR MOM AND DAD

부모님과 자연스럽게 한잔. 와인 큐레이션 플랫폼 위키드와이프 이영지 대표가 전하는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나누기 좋은 술.
① 생 장 뒤 바루 라 소스 2019
클래식한 레드 와인을 즐기는 부모님께 100점 칭찬을 들을 수 있는 와인. 프랑스 남부 론 지역의 명장 생 장 뒤 바루가 만드는 와인으로, 그르나슈의 후추 향과 시라의 과실미가 고혹적이다. 750ml, 14.5%.
② 모쏘 디 사소프라
유기농 레몬주스처럼 상큼한 이탈리아 내추럴 스파클링. 쿰쿰한 발효 느낌이 적고 산뜻한 시트러스 과일 향이 가득해 스파클링이 익숙하지 않은 어른들도 “맛있다”고 환호한다. 750ml, 10.5%.
③ 마리 앙투아네트 코르비에르 2020
우아하고 섬세한 레드 와인. 체리, 자두, 제비꽃, 이끼, 가죽의 향이 차례로 드러나며
실크 같은 질감이 입안 전체를 뒤덮어 황홀하기까지 하다. 750ml, 14%.
④ 케이트 소비뇽 블랑
명랑하고 쾌활한 화이트 와인. 프랑스 소비뇽 블랑으로 뉴질랜드산과는 달리 좀 더 차분하고 섬세한 아로마가 꽃다발처럼 피어오른다. 서양배, 벌꿀, 딜 향이 촘촘히 전개되며 시원하게 칠링해 차가운 한식 샐러드에 페어링하기 좋다. 750ml, 12.5%.
⑤ 갈리아 비에흐 데 트라발 논알코올 IPA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비어 브루어리 갈리아에서 만드는 논알코올 맥주. 사전 정보가 없으면 논알콜이라고 예상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하고 고소한 진짜 맥주의 맛이다. 술을 즐기지 않는 부모님과 기분내며 마시기 좋은 냉장고 필수 아이템. 330ml, 0.3%.
⑥ 누바 2022
레드 와인을 좋아하는 부모님께 “봄 레드예요”라는 소개와 함께 권할 수 있는, 정말 꼭 봄에 마셔야 할 것 같은 와인. 신선하게 잘 익은 붉은 과일이 무럭무럭 피어나 내추럴 와인 경험이 적은 부모님이라도 “세상에 이렇게 독특하고 맛있는 레드가 있어?” 되물으실 가능성이 높다. 레이블 가득 피어난 노란 꽃이 경쾌하다. 750ml, 14%.
⑦ 수지 샤르도네
수수하고 청초한 수지 화이트. 프랑스 랑그독 루시옹의 생산자 오베르 에 마티외가 만든 와인으로 감귤, 사과, 흰 복숭아 향이 가득하다. 부르고뉴 샤르도네처럼 클래식한 화이트라서 요리 없이 와인만 마셔도 좋은, 불호가 없을 와인이다. 750ml, 13%.

포토그래퍼
김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