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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변호사가 말하는 ‘하이브-어도어 난’ 속 표절 논란

2024.05.31김은희

오마주, 패러디, 표절 등 다양하게 불리는 것이 문화예술 영역에서의 모방이지만, 이 점은 변치 않을 듯 보인다. 따르는 일은 쉽지만, 따르게 만들기는 어렵다.

글 / 백세희(작가,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대중문화계가 이른바 ‘하이브-어도어 난’으로 뜨겁다.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대모로 불리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 사이의 갈등이다. 고발과 기자회견으로 떠들썩했던 건 지난 4월 하순이다. 신속하게 치고 빠지는 대중문화계의 속성을 고려하면, 단일 이슈가 이렇게 오래 관심을 끄는 건 이례적이다. 한편으론 등장인물들이 핵심적인 K-POP 콘텐츠 공급자이니 당연한 일 같기도 하다.

2022년 여름 데뷔와 동시에 엄청난 인기몰이를 시작한 뉴진스는 하이브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뉴진스 멤버들이 계약을 맺은 소속사는 하이브가 아니다. 뉴진스는 하이브가 모회사로서 지배하는 자회사인 어도어에 소속되어 있다. 뉴진스는 모회사 하이브가 갖는 인지도와 영향력을 업고 데뷔했다. 하이브는 각기 다른 색깔의 레이블의 지분 전부 또는 대부분을 소유하여 이들을 자신의 산하에 두고 있다. 그러면서 각 레이블의 독립적인 운영과 창작 활동을 강조한다. 이른바 ‘멀티 레이블’ 시스템이다. 중앙집권형이 아닌 지방분권형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하이브는 짧은 기간 내에 여러 그룹을 시장에 내놓아 사시사철 성수기를 누릴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이 장점만 있는 건 아닌가 보다.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이사와 하이브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일은 멀티 레이블 체제에서 빚어질 수 있는 최악의 갈등 사태로 보인다. 지난 4월 하이브는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 시도 등을 문제 삼으며 그를 업무상배임 혐의로 고발했고, 민 대표는 자신이 하이브 산하 레이블 사이의 ‘문화 콘텐츠 표절’을 문제 삼자 하이브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자신에게 경영권 탈취라는 누명을 뒤집어씌운 것이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5월에는 각자 법원에 임시주주총회소집을 청구하거나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을 신청하며 본격적인 법정 다툼에 돌입했다. 이때부터 다툼의 주요 쟁점은 경영권 탈취 의혹을 비롯한 쌍방의 주주 계약 위반 여부로 좁혀지는 듯하다.

하지만 애당초 다툼이 생긴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자. 민 대표는 멀티 레이블 체제의 걸그룹 ‘카피’ 문제를 내부적으로 문제 삼았다가 이 사단이 난 것이라고 말했다. 배임이니 경영권 탈취니 하는 문제는 바로 이 문제 제기에서 비롯됐다고 하니, 문화 콘텐츠 표절이라는 쟁점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들여다보자.

어도어는 하이브의 레이블 중 하나인 빌리프랩이 3월에 데뷔시킨 아이돌 그룹 아일릿이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행사 출연 등 연예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아일릿 데뷔 앨범의 프로듀싱을 했으므로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는 빌리프랩이라는 레이블 혼자서 한 일이 아니라 하이브가 관여한 일이라는 것이다.

민 대표가 자식을 키우는 노력으로 뉴진스의 콘셉트와 활동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여 온 것은 K-POP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이에 하이브가 각 레이블의 독창적인 활동을 독려하면서도 오히려 개별 문화 콘텐츠를 모방했다고 평가하며 실망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반대로 뉴진스 역시 1990년대 일본의 아이돌 그룹을 모방한 것 아니냐며, 대중문화에서 용인되는 장르적 유사성을 독점하려는 욕심이라는 의견 역시 팽팽하다.

그렇다면 민 대표의 주장이 우리 법이 인정하는 ‘피해’가 될 수 있을까? 변호사인 필자로서는 카피가 법적으로 인정받는 침해가 될 수 있을지를 제일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화 콘텐츠의 모방과 차용은 본질적으로 깔끔하게 권리 침해 여부를 확정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문화예술 영역에서의 모방은 오마주, 패러디, 표절, 저작권 침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이는 각기 무엇일까? 인터넷에 흘러 다니는 밈은 “이미 남들이 다 알고 있으면 패러디, 남들에게 알리고 싶으면 오마주, 남들이 모르게 감추고 싶다면 표절”이라고 정리한다. 사람들은 “오마주는 원작에 대한 존경의 의미, 패러디는 원작 자체를 희화화하거나 원작을 이용해 사회 현상 등을 풍자하는 것, 표절은 남의 지적 노동의 산물인 창작물을 훔치는 것”이라는 정의를 받아들이는 것 같다.

민 대표의 말대로 아일릿이 실제로 뉴진스의 스타일과 분위기의 여러 요소를 차용했다고 가정해보자. 아일릿은 뉴진스를 오마주 또는 패러디한 것일까? 모방의 대상이 된 당사자가 표절을 운운하는 상황에서 오마주를 언급한다면 이는 변명일 뿐이다. 동시대에 경쟁하는 아이돌 그룹이 원작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희화화나 풍자의 의도도 찾아보기 어렵다.

민 대표와 하이브 사이의 갈등은 결국 두 그룹 사이의 ‘표절’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좁혀진다. 표절은 말 그대로 남의 것을 몰래 따다 쓴 것이다. 하지만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마치 스펙트럼처럼 차용의 정도와 비난 가능성이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모호하게 깔려 있다.

우리 법도 표절이 무엇인지 정의하지 않는다. 「산업기술혁신 촉진법」 등 몇몇 법률에서 표절 행위를 사업비 환수의 사유로 들고 있기는 하지만 정확히 표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은 없다. 우리 법은 표절을 정의하지 않고 단지 개별 사건에서 「저작권법」, 「상표법」, 「부정경쟁방지법」등의 위반 여부만을 판단할 뿐이다.

아일릿이 뉴진스를 따라 했더라도, 그것이 저작권 침해로 연결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 저작권법은 ‘아이디어’가 아닌 구체적인 ‘표현’만을 보호대상으로 삼고 있다. 메이크업, 헤어, 무대에서의 대열 등이 모여 풍기는 그룹의 분위기와 콘셉트는 구체적인 표현이 아닌 아이디어의 수준이므로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되기 어렵다. 다만 의상과 안무는 창작적 결과물이 현출된 표현물이므로 세부적인 면에서 유사성이 크다면 저작권 침해 여부를 깊게 들여다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법이 모방을 오직 저작권법에 의해서만 규율하는 것은 아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은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뉴진스의 경우, 해당 그룹의 색깔과 운영 방식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속하지 않고 법률상 배타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할 것 같다. 아일릿의 활동이 공정한 상거래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을 사용한 것인지도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뉴진스의 성공을 위해 고안한 홍보 방법 등 운영 방식, 즉 제작 포뮬러에 있어 자본이나 시간을 투입해 얻은 성과가 있다면 어도어 측에서는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성과도용 행위를 적극적으로 주장할 필요가 있다.

민 대표가 제기한 표절 문제가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렵고 지리한 다툼을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모방과 차용이 건전한 경쟁 방식의 테두리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법적 평가와는 별개로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아무리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해도,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창작자의 노력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K-걸그룹 1세대부터 지금까지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필자는 뉴진스를 ‘완전한 새로움’이 아닌 ‘친숙한 신선함’으로 받아들였다. 민 대표가 뉴진스를 유래없이 새로운 아이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용인되는 모방과 그렇지 못한 무임승차. 민 대표의 거친 항의는 이 둘 사이의 경계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보자는 사자후가 아니었을까? 아무래도 의미 있는 진짜 평가는 법원이 아닌 대중에 의해 내려질 것 같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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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뉴진스·아일릿 공식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