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50년 이상 위스키를 만든 마스터 디스틸러 빌리 워커. 지난 4월 그가 내한해 진행된 <빌리 워커 인 서울> 행사에서 그의 설명을 들으며 함께 마신 ‘빌리 워커 표 위스키’ 다섯 종의 기록.
빌리 워커는 누구?
스카치 위스키 업계에서 현존하는 가장 중요한 마스터 디스틸러로 꼽히는 그는 1972년 발렌타인 위스키에 입사하는 것으로 위스키 업계에 첫 발을 딛은 후, 인버 하우스로 이직해 6년간 마스터 블렌더로 일했다. 이후 번 스튜어트의 이사직을 역임하는 것으로 회사 생활을 마쳤다. 2004년부터는 직접 투자자를 유치해 벤리악, 글렌드로낙, 글렌글라사 등의 증류소를 인수해 크게 성공시킨 바 있다. 이 증류소들을 브라운 포 맨에 팔고 거부가 된 직후 2017년 무명의 증류소였던 글렌알라키를 구입해 다시 한 번 유명 증류소로 이를 탈바꿈시킨 위스키 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유명하다.
❶ 글렌알라키 – 10년 캐스크 스트렝스 배치 11
이날 테이스팅한 다섯 종의 위스키 중 알코올 도수가 가장 높은 59.4%의 캐스크 스트렝스 제품이지만 빌리 워커는 절대 물을 타지 말고 니트로 마셔달라고 청했다. 페드로 히메네스와 올로로소 쉐리, 아메리칸 버진 오크, 레드 와인 캐스크를 숙성에 사용한 이 위스키는 샤블리 와인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미네랄리티와 레몬, 헤이즐넛, 다크 초콜릿, 오크 캐릭터를 느낄 수 있었다.
❷ 맥네어스 럼 릭 – 12년
빌리 워커가 만든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 브랜드인 맥네어스 럼 릭은 개인적으로 이날의 베스트였다. 알코올 46%의 이 위스키는 탁월한 균형감을 지니고 있었고, 둥글게 굴려진 부드러운 피트, 작 익은 복숭아와 생강, 밀크 초콜릿, 넛맥, 모닥불, 캐러멜 등의 풍미가 감지됐다. 매일 마셔도 질릴 것 같지 않은 완성도가 돋보였다. 당연한 얘기이겠지만 키 몰트 위스키 중 하나는 글렌알라키다.
❸ 화이트 헤더 – 15년
빌리 워커의 블렌디드 위스키 라벨 화이트 헤더. 이 역시 글렌알라키가 키 몰트 위스키 중 하나다. 가볍고 부드러운 인상과 모던함이 돋보이는 이 위스키는 강한 타닌감과 슬며시 고개를 드는 가벼운 피트. 오렌지필, 파인애플, 캐러멜 등의 캐릭터가 느껴졌다. 숙성에 페드로 히메네스, 올로로소 쉐리, 아메리칸 버진 오크통을 사용했으며 알코올은 46%다.
❹ 글렌알라키 – 18년 PX 싱글 캐스크 2005
알코올 57.3%의 페드로 히메네스 싱글 캐스크 위스키. 셰리 위스키가 지닐 수 있는 아주 강렬한 파워를 보여줬다. 글렌알라키가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코코아 파우더 풍미와 벨벳 같은 질감, 넛맥, 초콜릿 캐릭터를 잘 보여줌과 동시에 꾸덕한 건과일, 스파이스도 경험할 수 있다.
❺ 글렌알라키 – 30년 캐스크 스트렝스 배치 4
캐스크 스트렝스이지만 오랜 세월 숙성되며 알코올이 49.1%로 낮아진 위스키. 아로마에서는 견과류가 지배적이었고, 카시스, 퐁당 쇼콜라 등의 캐릭터가 두드러졌다. 30년이라는 세월을 보낸 것으로 믿기 어려운 파워와 무한하게 느껴지는 긴 견과류 피니시, 전혀 튀지 않는 알코올이 몹시 인상적인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