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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밝힌 뒷담화의 신체적﹒심리적 효과 5

2024.06.05박민정

앞에서 할 수 없는 얘기면 뒤에서도 하지 말라고 한다. 알고 있지만 실천은 잘 안된다. 너무 큰 죄책감은 갖지 말자. 사회학, 심리학, 인류학 석학들은 뒷담화에 이런 장점들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 물론 정직, 공감, 존중을 바탕으로 했을 때의 얘기다.

❶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전 세계적으로 대두됐던 ‘#미투 운동’은 뒷담화에서 시작됐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이 현상에서 뒷담화가 사회가 은폐하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시초가 됐다고 보고 있다. 뒷담화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구조를 폭로하고 비난에 대한 두려움 없이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했다. 뒷담화는 때로 사회적 소수가 느끼는 위협을 자신감 있게 얘기하고, 열린 사회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❷ 인간성이 진화한다

놀랍게도 인류학에서 뒷담은 생존에 도움이 되는 기술이었다. 다른 사람의 삶을 관찰해 상대가 사기꾼인지, 친구인지 알아낸 뒤 그걸 주변에 알린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무리 안에서 뒷담을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서로에게 더 친절한 행동을 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미 뒷담을 하거나, 당하며 적자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은 인류의 후손인 것. 그리고 계속 뒷담을 하며 진화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뒤에서 험담을 들을까봐 최선을 다해 사는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더 많은 협력 관계를 갖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❸ 신뢰관계가 만들어진다

사실 뒷담화를 나눈다는 건 서로를 향한 무한한 신뢰 안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뒷담화는 ‘이렇게나 민감한 정보를 나눈 당신이 나를 역이용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는 신호를 보내는 일이다. 뒷담화를 나눈다는 건 당신을 신뢰하며, 완전히 받아들인다는 의미인 것. 심리학 전문가들은 “험담에 참여하기를 완전히 거부하는 것은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이야기 한다.

❹ 옥시토신을 활성화한다

인간은 뒷담화를 하는 동안 행복할 수 밖에 없다. 뒷담을 하는 동안 몸에서 많은 옥시토신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옥시토신은 행복과 사랑을 경험할 때 나오는 물질이다. 도파민과는 다르다. 흥분과 각성이 아닌 애착과 따뜻한 안정감을 준다. 대체로 엄마와 아기의 유대감, 이타적 협력 같은 긍정적 경험을 할 때 옥시토신이 급증한다. 이탈리아의 심리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인간은 뒷담의 유혹을 거부하기가 무척 힘들다. 그건 무척 행복한 경험이기 때문”이라고 얘기했다.

협력을 촉진한다

직장 내 험담은 팀의 결속력을 다져준다. 사회학자들은 뒷담화로 시작된 팀의 의사소통이 협력을 촉진해 자체적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이런 경향이 전 문화와 시대에 걸쳐 인간의 사회구조가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고 말한다. 일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말하면서 얻는 정보가 사회적 지위와 소속감을 강화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집단과 협력할 기회도 만든다고. 물론 어디까지나 타인을 배제하기 위한 뒷담이 아닌 함께 일하려는 욕구로서 뒷담일 때 얘기다.

*이 기사는 웨스트민스터 대학교 심리학 전문가 Kathryn Waddington의 저서 <Gossip, Organization and Work>와 영국의 진화 심리학자 Robin Dunbar의 저서 <Grooming, Gossip and the Evolution of Language>를 참고해 쓰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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