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drink

싱그러운 이 계절, 진을 가장 완벽하게 즐기는 방법

2024.06.11전희란

오래된 미래의 진.

반팔 니트, 팬츠, 모두 더 로우. 벨트, 폴로 랄프 로렌. 시계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실버 볼드 링, 톰 우드.

혼술하는 장면이 누군가에게 쓸쓸해 보이지는 않을까,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앉아 그런 염려를 한다면 흔하지 않고 어여쁜 진으로 근사한 시간을 빚어보자. 한국 싱글 몰트 증류소 ‘쓰리소사이어티’에서 몰트 스피릿으로 빚은 클래식, 정원 진은 산들산들 허브 향이 산뜻하고, 곡물 향은 고소하며, 시트러스류의 맛 뒤에 오는 무게감은 제법이다. 정원 진 40밀리리터, 토닉 워터 120밀리리터, 레몬 혹은 오렌지 필, 깻순 1장이면 이른 여름에 딱 어울리는 진토닉으로 완성된다. 우형이 손에 든 술병의 정체는 크래프트브로스 브루잉에서 막 잉태된 라이프 진. 원래는 맥주 양조장이었으나 위스키, 진까지 확장하고 바로 얼마 전 진을 출시했다. 54퍼센트, 46퍼센트, 그리고 맥주에 사용하는 홉이 들어가는 버전까지 3종. 위스키 잔에 따라 씹듯이 마신다.

셔츠, 벨루티. 베스트, 재킷, 팬츠,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시계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볼드 실버 링, 톰 우드. 퍼즐 링, 루이 비통. 검정 뿔테, 톰 포드 by 디캐이.

정원을 멍하니 바라보며 누리는 헨드릭스 진의 진토닉만큼 확실한 행복이 있을까. 헨드릭스 50밀리리터, 토닉 워터 150밀리리터, 그리고 오이 슬라이스 3개. 11가지 허브, 오이 에센스, 장미 꽃잎 에센스를 주원료로 사용했다. 어쩐지, 오이랑 잘 어울리더라. 호주에서 이제 막 상륙한 아키로즈 시그니처 드라이 진은 14가지 호주 전통 보태니컬 재료로 만든 원액을 구리 포트 스틸에서 단독 증류했다. 조화로운 밸런스가 가본 적도 없는 호주를 그립게 만든다. 새까만 보틀의 불독 진은 물론 진토닉으로도 좋지만, 따분하지 않게 마시는 법은 따로 있다. 블랙, 핑크. 바로 핑크색 패션프루트를 더하는 것이다. 온더록스 잔에 엑스레이티드와 불독 진 각 20밀리리터, 토닉 워터 80밀리리터를 따르고 패션프루트를 가니시하면 알던 불독도 새롭게 보인다.

우형이 입은 폴로 니트, 산드로 옴므. 팬츠, 벨트, 모두 폴로 랄프 로렌. 메노뜨 브레이슬릿, 딘반. 갈색 뿔테, 톰 포드 by 디캐이. 루루가 입은 스카프 톱, 팬츠, 모두 로에베. 링과 시계는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취향이 뒤죽박죽인 애주가들의 비밀스러운 사랑방에서 조촐한 술판이 벌어졌다. 이때 호주의 더멜버른진컴퍼니의 진, MGC를 꺼내는 사람이 먼저 승자가 될 것이다. 호주의 이름난 와인 메이커 앤드류 마크스는 와인 양조 기법을 이용해 11가지의 보태니컬을 각각 개별 증류 후 블렌딩했다. 멜버른드라이진을 기주로 한 네그로니 보틀 제품은 조금 더 섹시하다. 붉은빛에 그윽한 향이 나는 이 술은 잔에 따르기만 하면 칵테일이 된다. 더 멋부리고 싶다면 얼음 몇 알, 대충 썬 오렌지만 넣어도 충분하다. 돌고 돌아 클래식으로. 전 세계 바텐더가 사랑하는 진 비피터, 런던 랜드마크의 축소판 같은 보틀에 깔끔하고 균형 잡힌 보태니컬 향을 지닌 깁슨스는 오래 입은 청바지처럼 변함 없이 우아하며, 언제 열어도 친근하다.

블랙 터틀넥 톱, 버튼 디테일 팬츠, 모두 랄프 로렌. 헤어밴드, 이어링, 링, 시계는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잔디밭에 누웠더니 이국의 향기가 그리워서 교토에서 온 키노비를 꺼냈다. 그중 키노비 세이는 고운 외양과는 다른 강렬하고 묵직한 한 방이 진한 그림자를 남긴다. 묵직한 보디에 주니퍼 베리, 힘찬 유자, 레몬의 신선함, 생강과 보태니컬 재료의 여운이 정원의 향기와 뒤섞여 몸 안팎으로 떠돈다. 교토 교탄고의 마이린겐 증류소 KYOTANGO MAIRINGEN DISTILLERY 근처에 솟구치는 초연수로 만든 교탄고 마이린겐 프레시 크래프트 진이야말로 이 계절, 축축한 잔디밭 위의 싱그러운 축제다. 약초 약수의 숲에서 벌들이 모은 천연 산야초 꿀을 사용했는데,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달콤 씁쓸한 맛이 난다. 향기를 조금도 놓치고 싶지 않은 이 술엔 멋부리지 않은 얇고 단단한 글라스, 거친 돌 얼음 몇 알만을 곁들인다.

루루가 입은 블랙 재킷, 화이트 셔츠, 모두 로렌 랄프 로렌. 화이트 쇼츠, 헤어밴드, 이어링, 시계는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우형이 입은 화이트 셔츠, 럭비 셔츠, 니트, 치노 쇼츠, 모두 폴로 랄프 로렌. 볼드 실버 링, 톰 우드. 퍼즐 링, 루이 비통. 시계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화창한 햇볕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서, 애프터눈 티타임에 차 대신 향긋한 진을 나누기로 했다. 산토리 수이 진은 생강과 화사한 유자 향, 오렌지 풍미 뒤에 얼굴을 드는 녹차 풍미, 입안 가득 채운 녹차의 피니시와 생강, 주니퍼 베리 향이 때로는 향수처럼, 때로는 허브 가득한 정원에 나부끼는 바람처럼 피부의 작은 솜털까지 간질인다. 달콤 쌉싸름한 말피 진 오렌지는 붉은 보틀을 그저 바라만 봐도 눈이 시원한데, 입안에 들이면 다소 힘찬 스페인 오렌지 축제가 펼쳐진다. 갈증 해소와 취기를 동시에 만끽하고 싶을 땐 언제나 텐커레이 넘버텐을 부른다. 4가지 보태니컬, 캐모마일, 오렌지, 자몽, 라임 등의 과일을 증류한 텐커레이 넘버텐은 그 특유의 시트러스함 덕에 입안에 쨍쨍한 햇빛을 비추고, 눈부시게 한다.

버튼 포인트 니트, 브루넬로 쿠치넬리. 팬츠, 보스. 이너 화이트 셔츠, 시계는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몽키 47은 독일 북부의 블랙 포레스트로 떠난 영국인의 향수병이 낳은 술이다. 그 이야기를 마치 아득한 옛날부터 알기라도 했던 것처럼 어딘가 떠나고 싶고 누군가 그리운 마음이 들 때 몽키 47을 떠올린다. 청정한 물, 다양한 약초, 희귀한 재료가 넘쳐나던 블랙 포레스트에서 빚은 술을 입에 머금고 눈을 살짝 감으니 과연, “현존하는 진 가운데 가장 섬세하고 아름답다”는 누군가의 찬사가 아깝지 않게 느껴진다. 그런가 하면 봄베이 사파이어는 딱 한 잔 더 하고 싶은 귀갓길에 전화하고 싶은 친구 같은 진이다. 수작업으로 엄선한 10가지 보태니컬을 사용하고 증기주입법으로 균형감과 부드러운 맛을 지닌 런던 드라이 진에는 둥글고 커다란 잔에 충분한 얼음, 힘 있는 탄산수, 레몬이나 라임 한두 조각이면 딱 좋다.

포토그래퍼
윤송이
모델
장우형 at 엘컴퍼니, 루루 at 고스트에이전시
스타일리스트
최자영
헤어&메이크업
이담은
로케이션
북촌 조향사의 집展 at 아모레퍼시픽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