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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야외 바비큐와 가장 잘 어울리는 가성비 레드 와인 추천

2024.06.13김창규

풀내음 가득한 야외에서 차콜 연기 맡으며 고기를 굽다가 이 와인 – 비넘 셀라스 타입세터 카베르네 쇼비뇽 2020을 마셔보자. 10배 더 비싼 나파 컬트 와인과 구분이 어려울 만큼 훌륭하다.

생산자의 역사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는 유럽 최고의 와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와인들이 생산된다. 비넘 셀라스(Vinum Cellas) 또한 1997년에 그러한 와인을 목표로 나파밸리에서 포도밭을 일구기 좋은 땅을 사들이는 것으로 시작했다. 공동 대표인 리처드 브루노는 1980년대에 레스토랑 사업을 하며, 함께 일하던 마스터 소믈리에를 통해 희귀한 와인들을 맛보며 와인메이커의 꿈을 키웠다. 1994년 대학에 입학해 포도재배와 곤충학을 배운 후, 산타크루즈와 소노마의 여러 와이너리에서 경험을 쌓았다. 2000년부터는 10년간 양조 책임자와 와인 컨설턴트로도 활약했다. 공동 대표인 크리스 콘도는 그리스의 와인메이커 집안에서 태어났다. 리처드 브루노와 동문수학하며 1995년부터 와인메이커로 일했다. 비넘 셀라스는 타입세터 이외에 슈냉 블랑과 샤르도네로 만든 화이트와인, 피노누아나 카베르네 프랑으로 만든 레드와인들도 선보이고 있다. 타입세터도 진판델 품종으로 만든 다른 버전을 갖고 있다. 타입세터는 인쇄소의 식자공을 뜻하는데, 창립자가 와인을 만들며 검붉게 물든 자신의 손이 식자공으로 일하며 검은 잉크로 손이 물들었던 할아버지를 연상시키기에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❷ 맛

이 와인은 나파밸리의 여러 지역에서 카베르네 소비뇽을 재배하는 생산자들의 포도를 블렌딩해 생산하는 네고시앙 방식으로 만든다. 하지만 포도를 손 수확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고, 새오크통 50%의 비율로 24개월 숙성하는 양조는 비눔셀라가 직접 한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94% 사용했으며, 나머지 6%는 카베르네 프랑 2.5%, 멜롯 1.5%, 쁘띠 베르도 1%, 말벡 1%으로 채웠다.

🍷 여러 테루아와 품종의 특징이 합쳐졌기 때문에 복합적인 풍미를 갖고 있다. 
와인을 잔에 따르면 짙은 색임을 확인할 수 있다. 복잡한 아로마에서 고급 나파밸리 까베르네 소비뇽임을 짐작할 수 있지만, 흔히 감지되지 않는 얼씨함이 섞여 개성으로 표현된다. 우유처럼 묵직하고 부드러운 질감을 느끼며 삼키면, 잘 익은 카시스와 체리, 허브다발, 밀크 초콜릿 캐릭터를 느낄 수 있다. 바닐라와 토피의 피니시가 테루아적 특정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동시에 좋은 밸런스와 구조감도 감지된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2020 빈티지임에도 첫 잔부터 푸근하게 마시기 좋은 타입이라는 점이다. 시계적인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은 이 와인에 91점을 주며 “2024년부터 시음 적기에 접어든다”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어울리는 음식

스테이크에 곁들였고, 완벽한 조합이었다. 그러나 텍사스 바비큐처럼 스파이시함이 강조된 고기에는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다. 12시간 이상 로-슬로우 기법으로 매케한 연기와 함께 고기를 구워 낸 다음 럽이 잔뜩 묻은 브리스킷을 한입 베어 물고, 이 와인을 벌컥벌컥 마시면 그보다 행복한 시간이 없을 것만 같다. 텍사스 바비큐가 너무 어렵다면 간단한 숯불구이에도 근사하게 곁들일 수 있다. 생갈비보다는 양념갈비가 더 잘 어울릴 것 같고, 소시지, 햄버거와도 환상적일 거다.

단점

샤프하거나 은유적인 느낌이 거의 없다. 그래서 시간에 따른 변화를 즐기며 와인만 홀짝이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산미가 부족하다고 느껴지진 않지만, 조금 더 산미가 강했다면 한 단계 더 높은 레벨의 와인으로 착각할 수도 있었을 거다. 14.9%에 이르는 높은 알코올 도수에 지레 겁먹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불호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12.5%에도 알코올이 튀게 만드는 생산자가 많은 나파밸리인데, 이 정도로 알코올 캐릭터를 잘 억제한 것은 박수를 쳐줘야 하는 부분이다. 알코올 함량과 취기의 상관성은 숫자보다 미각이 훨씬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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