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그 너머의 천천히 흐르는 어떤 것.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Cartier, Crystallization of Time)’은 까르띠에 메종의 선구적인 정신과 독창적 비전에 초점을 맞춘 전시로, 2019년 도쿄국립신미술관(Tokyo National Art Center) 전시 이후 5년 만에 서울에서 선보인다. 까르띠에가 소유한 방대한 아카이브에 소장가들의 작품을 더해 까르띠에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보석 애호가, 모던 아트 팬까지 모두 만족할 만큼 풍요롭다. 전시 디자인은 아티스트 스기모토 히로시와 건축가 사카키다 토모유키의 신소재연구소(New Material Laboratory Lab)가 맡았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영속적인 자연 소재와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 소재가 어우러진 고요하고 우아한 풍경 덕분에 천천히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전시는 마침 개관 10주년을 맞은 자하 하디드의 건축물 DDP에서 5월 1일부터 두 달간 이어진다.
PROLOGUE. 미스터리 클락 & 프리즘 클락
시간의 개념을 소개하는 미스터리 클락과 프리즘 클락으로 전시는 시작된다. 까르띠에의 클락은 단순한 장식 예술을 넘어 현재는 언젠가 과거가 되고, 결국 미래를 향해 가는 ‘시간의 진리’를 표현한다.
CHAPTER 1. 소재의 변신과 색채
까르띠에가 소재와 색채를 다루는 법을 안내하는 챕터. 다이아몬드의 광채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장치로 플래티늄을 활용하는 기법, 규화목 등의 독특한 소재, 대담한 색채 조합(블루 사파이어와 그린 에메랄드, 형형색색의 뚜띠 프루티)까지, 새롭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향한 까르띠에의 혁신을 볼 수 있다. 또한 글립틱, 에나멜링, 그래뉼레이션, 오가닉 소재 상감 세공은 그야말로 섬세한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기법이다. 현재 까르띠에 공방은 프랑스 정부가 전통 공예 분야 최고 기능 보유자에게 주는 칭호인 ‘메티에 다르’를 받은 장인이 이끌고 있다.
CHAPTER 2. 형태와 디자인
이 챕터는 순수한 선과 형태의 본질을 찾는 까르띠에의 여정에 동행을 제안한다. ‘에센셜 라인(Essential Lines)’, ‘스피어(Spheres)’, ‘뉴 아키텍처(New Architectures)’, ‘옵틱스(Optics)’, ‘혼돈 속의 조화(Harmony in Chaos)’, ‘일상에 깃든 아름다움(Beauty all Around)’ 등을 유유히 따라가다 보면 뜻밖의 발견이 어떻게 주얼리로 연결되는지 깨닫는, 아주 흥미로운 체험을 할 수 있다.
CHAPTER 3. 범세계적인 호기심
마지막 챕터에서는 까르띠에 디자인의 원동력인 ‘범세계적인 호기심’을 주제로 세계의 문화, 동식물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을 선보인다. 까르띠에는 오랜 기간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을 넘나들며 독특하고 혁신적인 작품을 만들어왔다. 동아시아, 인도, 중동아시아, 아프리카, 중앙아메리카 등의 건축, 신화, 패턴과 색깔은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까르띠에는 무한한 소재를 때로는 사실적으로, 한편으로는 추상적인 해석을 곁들여 주얼리 디자인으로 풀어낸다. 팬더, 뱀, 호랑이 등 야생 동물 역시 상상의 보물 상자. 특히 ‘팬더(panthére)’는 1914년 시계 패턴으로 처음 등장한 이래 까르띠에의 대표 모티프로 자리 잡았다.
ARCHIVE. 루이 까르띠에의 탐구정신
까르띠에 아카이브에는 메종 창립자 루이 까르띠에(Louis Cartier)와 그의 할아버지가 수집한 아시아, 이집트, 이슬람의 미술·건축 관련 문헌과 서적에 관한 기록이 있다. 스케치와 드로잉이 포함된 이 기록들은 까르띠에 디자이너들의 영감과 창작의 과정을 생생히보여준다. 또한 각 챕터 마지막 파트에는 한국과 일본의 고미술품이 까르띠에 작품과 함께 전시된다. 한국과 일본의 독창적인 미학을 품은 작품과 유럽 문화에 뿌리를 둔 까르띠에의 작품이 함께 자리해 다른 컬처가 유연하게 공명하는 궁극의 아름다움을 실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