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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지 않은 샴페인을 찾는다면? 브뤼의 원조, 뽀므리 기본 라벨

2024.06.17김창규

달지 않은 샴페인을 지칭하는 브뤼(Brut)가 처음 시작된 유서깊은 샴페인 하우스 뽀므리의 기본급 라벨 시음기

생산자의 역사

독특하게도 샴페인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여성들의 손에 의해 세워진 이정표가 유난히 많다. 로제 와인과 빈티지 샴페인, 데고르주멍, 리들링 선반 등을 최초로 발명한 뵈브 클리코의 클리코 여사. 샴페인의 기본으로 느껴지는 브뤼를 개발한 뽀므리 여사가 대표적이다. 뽀므리 여사가 1874년 리터 당 잔당 6~9g 이하의 샴페인을 선보이기 전까지 샴페인은 달콤한 맛이 나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디저트 와인이나 파티용 술로 소비되곤 했다. 그러나 브뤼 샴페인이 대중적으로 자리잡은 현재에 샴페인은 가벼운 파티부터 정찬의 풀코스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와인으로 격상됐다. 뽀므리는 1858년 설립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라벨 컬러를 닮은 파란색 건물과 18km에 달하는 지하 까브를 소유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4년부터는 지속 가능성과 환경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시음

이 샴페인은 피노누아 45%, 샤르도네 35%, 피노뫼니에 20%를 블렌딩했다. 빛깔은 옅으며, 잔에 따라 코에 가까이 대면 브리오슈와 시트러스의 아로마를 느낄 수 있다. 기포는 대형 생산자의 엔트리 라벨로는 손꼽히게 풍성하고 조밀한 편이지만, 힘이 느껴지진 않는다. 이러한 타입의 기포와 가장 반대의 성향을 가진 비슷한 가격의 샴페인이라면 모엣 샹동 브뤼를 꼽을 수 있겠다.

샴페인의 첫 번째 덕목이라고 할 수 있는 산미는 가격에 비해 아주 훌륭하며 레몬과 천도 복숭아의 성격을 띈다. 과일 캐릭터 역시 레몬과 천도 복숭아가 지배적이며, 피니시도 시트러스 계열이 강하다. 전체적인 인상은 경쾌함과 신선함이 잘 표현되었다. 그러나 마냥 가볍게 느껴지는 타입이 아니라서 존재감도 있다.

어울리는 음식

샴페인은 프라이드 치킨과 잘 어울린다. 그래서 나도 프라이드 치킨에 곁들였는데, 특유의 기름진 맛과 후추향을 견뎌내기에 이 샴페인이 지닌 파워와 무게감은 조금 빈약했다. 차라리 이보다 밸런스가 좋지 못해 효모 캐릭터가 튀고, 기포의 품질이 떨어지는 스파클링 와인들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었다. 한 병을 다 비우면서 내린 결론은 흰 살 생선회와 가장 근사하게 어우러질 것이라는 것이었다. 마스까와 처리를 거쳐 보다 풍미를 진하게 살린 도미회나 한치회, 이를 이용한 초밥들도 잘 맞을 거다. 다만 일반적으로 샴페인과 궁합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샤퀴테리나 간장 양념한 조림 요리들은 이 샴페인이 감당하기 조금 버거운 상대로 여겨진다.

단점

앞서 얘기한 것들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겠지만, 파워풀한 샴페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호로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샤프한 타입을 좋아하는 샴페인 애호가라면 박스로 사다 놓고 마시고 싶은 엔트리급 샴페인으로 여겨질 거다. 그렇다보니 와린이들보다는 어느 정도 스파클링 와인에 대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레이어의 복합성도 가격을 뛰어 넘지 못하는 레벨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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