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아름다운 날들.
무지에서 시작되는 공포, 형태를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맞서는 첫 단계는 두려움을 응시하는 것. 혐오, 다양성 등 피해서는 안 되는, 피할 수도 없는 동시대의 문제를 어렵지 않은 언어로 관람객에게 전달해온 포도뮤지엄이 기억의 상실을 주제로 한 전시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을 선보인다. 루이스 부르주아, 로버트 테리엔, 정연두, 알란 벨처, 시오타 치하루 등 국내외 작가 10인이 참여했는데, 공간별로 분명히 다르게 느껴지는 테마 전시 공간의 연속이 마치 계속 새로운 세상문을 열고 나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루이스 부르주아의 중요한 작품 중 하나인 ‘밀실’에선 쓸쓸하다가, 선명한 노란색 벽에 걸린, 기억을 잃어가며 다시 어린아이가 된 듯한 어머니를 포착한 셰릴 세인트 온지의 사진 작업 앞에서는 피식 웃게 되고, 기억이 소실되어 가는 과정을 음악과 그림과 함께 놓은 더 케어테이커, 이반 실의 공동 작업 작품 앞에서는 기억이 저무는 과정을 석양 바라보듯 담담히 바라보게 된다. 전시는 2025년 3월 20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