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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여름 향수에 위스키를 페어링 한다면

2024.06.28전희란

향, 향을 만나다.

이국의 여름

실크 트윌 소재 스카프, 에르메스. 데이지 화병, 김햇살 작가 at 로파 서울.

딥티크 일리오 오 드 트왈렛 X 하쿠슈 18년
“딥티크 일리오 오 드 트왈렛에서 세비체가 떠올랐어요. 흰 살 생선에 라임즙, 고수와 고추, 양파의 알싸한 향을 받쳐주는 자몽 같은 과실의 달콤한 풍미를 지닌 요리. 여기에 아메리칸 배럴, 스페인산 캐스크에서 18년 숙성한, 허브 노트를 지닌 하쿠슈 18년을 페어링하고 싶어요. ‘숲의 증류소’라 불리는 곳에서 태어난 하쿠슈는 잘 익은 배, 민트, 재스민, 망고 풍미까지 복합적이고 경쾌한 캐릭터를 지니고 있거든요. 향수가 지닌 지중해 연안의 미네랄 가득한 바닷바람의 풍미와 하쿠슈 하이볼의 민트, 멘톨의 뉘앙스가 파란 바다와 푸른 숲처럼 만나요. 화분의 돌이나 드라이 플라워에 향수를 뿌리고 테이블에 세팅한다면, 식물과 향수의 잔향이 멋진 합을 보여줄 거예요.”

펜디 프리마 테라 오 드 퍼퓸 X 맥캘란 하모니 컬렉션 리치 카카오
“펜디 프리마 테라 오 드 퍼퓸에선 발리의 커피 농장이 그려졌어요. 화려한 꽃내음과 서퍼의 땀, 짠 내음, 활화산의 스모키함, 루왁 커피의 향긋함. 여기에 페어링한 맥캘란 하모니 컬렉션 리치 카카오는 페이스트리 셰프 조르디 로카와 협업한 스페이사이드 위스키예요. 씨솔트 초콜릿, 다크 초콜릿과 커피, 위스키의 환상적인 마리아주죠. 향수를 뿌린 따뜻한 물수건으로 손을 깨끗이 닦고, 위스키와 생초콜릿을 손으로 집어 즐기면 손에서 풍기는 잔향이 위스키와 자연스럽게 어울릴 거예요.”

제라늄 바텐더 김소연’S TIPS
① 섬세한 풍미를 지닌 위스키를 마실 땐 향수를 과하게 뿌리지 마시길.
② 버번 캐스크 숙성 위스키는 바닐라, 통카빈, 우디 향료를 미들 노트, 베이스 노트로 지닌 향수와 안정적인 페어링을 선사한다.
③ 샤넬 가브리엘 & 글렌모렌지 소테른 캐스크 피니시 조합을 가장 좋아한다. 신맛, 단맛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소테른 캐스크 위스키의 레몬 타르트처럼 상큼한 피니시와 재스민, 일랑일랑, 오렌지 블로섬, 그라스 튜베로즈 등 네 가지 꽃향기, 달콤한 꿀을 연상시키는 플로럴 향 톱 노트를 지닌 샤넬 가브리엘 향수가 멋진 조합을 자랑한다.

여름 아침, 여름밤

살구 컬러의 고블렛, 이그젝틀리 왓 아이원트 at 로파 서울. 디저트 플레이트, 에르메스.

조 말론 런던 유자 제스트 코롱 X 브룩라디 더 클래식 라디
“조 말론 런던 유자 제스트 코롱에서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의 휴양지, 살렌토 지역 어느 해안가를 떠올렸어요. 여기에 플로럴한 브룩라디 증류소의 하우스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브룩라디 더 클래식 라디를. 피트 처리를 하지 않아 ‘아일라 위스키’ 특유의 스모크함이 없고, 버번 캐스크 특유의 부드러움과 화사한 조화를 드러내요. 위스키를 잔에 따르면 초여름 태양에 빛나는 보리밭의 색이 나는데, 유자 제스트 코롱의 바로 그 컬러죠. 뒤따라 피어나는 들꽃 향기와 햇과일의 시트러스한 아로마까지, 둘은 쏙 닮았어요. 얼음이 담긴 온더록 글라스 위로 공중에 향수를 두 번 뿌리고, 잔에 위스키를 따른 뒤 레몬 껍질 한 조각을 띄워주세요.”

로에베 파울라 이비자 코스믹 오 드 퍼퓸 X 카발란 솔리스트 비노바리끄
“로에베 파울라 이비자 코스믹 오 드 퍼퓸 향을 맡자마자, 태국 야시장의 코코넛 밀크 듬뿍 들어간 푸팟퐁커리와 열대 과일 솜땀이 떠올랐어요. 왜 카발란을 페어링했는지 아시겠죠? 풍부한 열대 과일 향과 토피, 우디함의 복합적인 풍미가 특징인 카발란 중에서도 솔리스트 비노바리끄는 STR 처리된 레드 와인 캐스크를 사용해 더 진한 과일 향의 베이스 위에 바닐라, 코코넛의 노트가 오래 지속돼요. 둘은 블렌디드 위스키가 만들어지듯 조화롭게 몸을 포개어 60도 가까운 CS 위스키가 훨씬 부드럽게 느껴지죠. 바에서 이 향수를 뿌린 분이 옆에 계신다면, 솔리스트 비노바리끄를 주문해보세요.”

바인하우스 대표 김병건’S TIPS
① 위스키 풍미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상반된 향을 조합하는 무리수보다는, 향의 전개가 유사한 향수를 페어링해보는 것이 좋다.
② 시트러스, 플로럴한 향에는 고숙성 버번 캐스크 타입 스카치 싱글 몰트, 그보다 농염한 느낌의 향수에는 세리나 포트 와인 캐스크 숙성 위스키를 매칭해드리는 편이다.
③ 샤넬 no.5와 보보어 18년, 조 말론 런던 씨솔트&세이지와 라프로익 10년의 바텐딩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조합이다.

여름 비, 여름 햇살

사케 글라스 고블렛, 글라스 애시 트레이, 모두 글로리홀 at 로파 서울.

르 라보 베이 19 X 라프로익 10년
“르 라보 베이 19는 조경가 정영선의 양평 집 앞마당의 소담한 풍경을 그리게 만들어요. 비온 뒤 돌에 맺힌 빗방울, 흰 꽃에 앉은 물방울, 풀 향기, 달콤한 스피어민트, 마당 깊숙한 곳에 고요히 곧게 뻗은 소나무. 이 풍경에 아일라섬의 라프로익 증류소에서 생산하는 40도 피티드 위스키 라프로익 10년을 매치해봤어요. 그거 아세요? 피티드 위스키의 스모키한 향 뒤에는 꽃과 풀 향기가 다채롭게 숨어 있다는 사실. 숨은 향을 살살 깨우면서 테이스팅하는 것이 아일라 위스키를 만끽하는 진정한 재미라고 생각해요. 향수를 먼저 가볍게 손목에 살짝 뿌리고, 손목을 귀 뒤로 가져가세요. 그리고 1시간쯤 지난 뒤에, 라프로익 10년을 한 모금 넣는 거예요.”

톰 포드 네롤리 포르토피노 X 글렌모렌지 18년 인피니타
“톰 포드 네롤리 포르토피노는 잘 익은 오렌지 껍질을 벗기는 기분이 들어요. 시칠리아의 햇빛 쨍한 어느 여름 오후, 에스프레소를 한잔 마시고 다시 오렌지 나무 곁을 산책하는데 바람이 불어오는 느낌이랄까. 하일랜드 지역, 버번 캐스크 숙성,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에서 추가 숙성한 위스키를 블렌딩한 글렌모렌지 18년 인피니타를 페어링하면 오렌지 껍질은 보석처럼 건조한 오렌지 칩의 향으로 변화해요. 오렌지 향기의 여러 레이어가 한자리에 모이는 셈. 식사 모임 전 이 향수를 가볍게 뿌린 뒤 사랑하는 이들과 브런치를 즐겨보세요.”

<여행의 끝 위스키> 저자 정보연’S TIPS
① 위스키, 향수 모두 알코올에 섬세한 향기 분자가 잠자고 있는데, 흔들어 깨우기보다는 서로 부딪치지 않고 살포시 깨어나도록 하는 게 좋다.
② 피티드 위스키는 플로럴 계열, 버번 배럴 숙성 위스키는 머스크 계열 향수와 잘 어울리고, 오 드 트왈렛이나 오 드 콜로뉴처럼 가벼운 향수는 블렌디드 위스키부터 짙은 풍미의 위스키까지 두루 좋다.
③ 산타마리아 노벨라의 타바코 토스카노와 글렌리벳 18년이 ‘최애ʼ 조합. 버번 캐스크, 셰리 캐스크의 우아한 밸런스, 마지막의 삼나무 터치가 달콤한 타바코 토스카노의 향기와 기분 좋게 얽힌다.

여름과 버번

핑크 레인 램프, 글로리홀 at 로파 서울.

킬리안 임페리얼 티 X 피어리스 싱글 배럴 셀렉션 켄터키 스트레이트 라이 위스키, 리얼 스피리츠 텍사스 힐 컨트리 싱글 배럴 위스키
“킬리안 임페리얼 티에서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진한 그린 티, 이어지는 재스민과 베르가모트 향이 그윽하게 다가왔어요. 허브 노트를 사용한 라이 위스키가 떠올랐는데, 제 선택은 피어리스 싱글 배럴 셀렉션 켄터키 스트레이트 라이 위스키예요. 은은한 허브와 달콤한 꽃, 과일, 바닐라, 초콜릿, 오렌지 시트러스에 담배와 오크로 이어지는 쌉싸름함, 다시 꽃의 화사함과 고소하면서도 달달한 단풍나무의 기분 좋은 여운이 입안 가득 채워지고, 묵직하면서 부드러운 위스키죠. 피어리스 라이 위스키의 허브 노트가 과하지 않고, 임페리얼 티의 차 향과 어우러져 차와 함께 달콤함을 머금는 것 같았어요. 이 향수를 뿌린 하루의 끝에 클래식 바에서 피어리스 라이 위스키 한 잔을!”_이그제큐티브 버번 스튜어드 오숙현

“킬리안 임페리얼 티는 화이트 파나마 모자에 리넨 정장을 입고, <인디아나 존스:레이더스>에서 부와 매너를 은근히 노출하는 우아한 악당, 르네 에밀 벨로크를 떠올리게 했어요. 고고학자, 박물관 큐레이터이자 와이너리 가문의 아들인 그라면 텍사스 힐 컨트리(미국 와인 생산지 중 하나)에서 생산되는 크래프트 증류소의 ‘리얼 스피리츠 텍사스 힐 컨트리 싱글 배럴 위스키’를 선택할 것 같아요. 자신의 소유물을 독점하길 즐기는 그에게 텍사스 주 밖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위스키가 얼마나 매혹적으로 느껴질까요. 킬리안 임페리얼 티, 리얼 스피리츠 텍사스 힐 컨트리 싱글 배럴 위스키에는 묵직하게 우린 차, 흰 꽃, 사향 흙, 베르가못이 공통적으로 느껴져요. 향수의 향기가 늦은 저녁까지 지속되는 것처럼 이 위스키의 여운도 길고 강렬해 텍사스 힐 컨트리의 긴 일몰을 연상시키죠.”_위스키 소믈리에 마크 패턴

아크네 스튜디오 파 프레데릭 말 X 잭 다니엘 싱글 배럴 100 프루프, 포로지스 스몰배치 켄터키 스트레이트 버번위스키
“아크네 스튜디오 파 프레데릭 말은 저를 1981년 여름, <인디아나 존스:레이더스>의 개봉 시기로 데려가요. 해리슨 포드가 남미 정글을 난도질하고, 이집트 사막을 헤쳐나가는 모습이 떠오르게 하거든요. 여기에는 고전적인 미국식 위스키, 대담하고 풍미 가득한 잭 다니엘 싱글 배럴 100 프루프. 맑고 신선한 공기에서 숨 쉬는 듯한 향수, 까맣게 탄 새 오크통의 자연스러운 풍미를 지닌 잭 다니엘은 알데하이드 노트, 로즈, 바이올렛과 기타 묵직한 꽃 향, 특히 바닐라 향과 샌들우드 캐릭터를 공통으로 지니고 있죠. 위스키를 마시기 30분 전쯤 재킷 안에 향수를 뿌려보세요.”_위스키 소믈리에 마크 패턴

“햇볕에 바싹 말린 세탁물에서 날 법한 비누(알데히드), 장미, 진저, 복숭아, 밀크 캐러멜, 바닐라로 이어지는 포근하고 달콤한 향. 아크네 스튜디오 파 프레데릭 말에서 느낀 표정은 마치 들꽃 가득 핀 봄 여름이 들판에서 바라보는 숲의 목가적인 풍경 같았어요. 알프스 소녀 하이디, 캔디가 뛰어놀 것만 같은 그런 곳 말이에요. 향수의 첫인상에서 무겁지 않은, 낮은 도수의 위스키와 페어링하고 싶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포로지스 스몰배치 켄터키 스트레이트 버번위스키를 선택했죠. 은은한 꽃과 바닐라의 풍미가 모나지 않게 균형감 있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위스키예요. 보통 버번위스키는 높은 도수, 직관적인 맛을 높이 평가하지만 그렇지 않은 버번위스키도 맛있게 마실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친구죠. 둘을 페어링하니 은은한 꽃 향기, 달콤한 바닐라가 장미와 바이올렛의 플로럴 향, 부드러운 샌달 우드, 따뜻한 화이트 머스크와 잘 어우러지더라고요. 마릴린 먼로가 향수를 잠옷 삼은 것처럼 잠자리에 들기 전 아크네 스튜디오 파 크레데릭 말을 이불에 뿌려 두고, 포로지스 스몰배치를 한잔 마시고 누우면 꽃 길을 걸어 숲으로 걷는 듯한 달콤한 기분이 들 것 같아요.”_이그제큐티브 버번 스튜어드 오숙현

위스키 소믈리에 마크 패턴’S TIPS
① 향수와 위스키를 페어링할 때 입과 코와 가까운 곳보다는 벗을 수 있는 옷이나 쇄골 아래 가슴 위쪽에 살짝 뿌린다.
② 과일이나 꽃 향 톱 노트로 구성한 향수가 페어링하기 보다 쉽고, 아니스, 바질, 기타 허브 노트와 시더우드, 머스크 등은 페어링이 어렵다.
③ 믹터스 10년 라이와 타미 힐피거 프리덤 포 힘. 향수의 노트가 새 오크통에서 10년 이상 견딘 라이 위스키와 잘 어울린다.

이그제큐티브 버번 스튜어드 오숙현’S TIPS

① 위스키의 향을 충실히 즐기려면 가급적 향이 과하지 않은 화장품을 선택하고, 핸드크림을 고를 때도 신중하는 편이 좋다. 꼭 뿌려야 한다면 강한 향보다는 은은한 향으로, 뿌린 직후보다는 충분히 시간을 두고 베이스 노트의 흔적만 남았을 때 위스키 페어링하는 편이 안전하다. ② TPO에 따라 옷차림이 달라지듯 사용하는 향수도 달라진다. 위스키 관련 일을 시작한 뒤에는 시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가급적 삼가지만, 중요한 자리에 갈 때는 샤넬 알뤼르 오 드 투왈렛을 종종 사용한다. 길게 지속되는 시트러스와 플라워, 우디, 머스크의 조화가 세련된 향수. 이런 날엔 와일드 터키 마스터킵 17년 보틀인본드를 니트로 마시거나, 레어브리드로 만든 올드 패션드를 첫 잔으로 하겠다. 뜨겁고 달콤한 마호가니 컬러의 액체가 식도를 따라 흐를 때 나를 뜨겁게 안아주는 것 같은 ‘켄터키 허그’를 느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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